Ⅰ. 서론
2030년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달성 시한이 도래함에 따라, 양적 확대에 치중했던 기존 교육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의 한계를 넘어 실질적 변화를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과거 MDGs(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시대가 물리적 인프라 확충과 취학률 제고라는 양적 팽창에 주력했다면, 포스트 SDGs 시대는 학습자의 실질적인 성취와 ‘주체성(agency)’ 회복을 통한 질적 성장을 요구한다. 최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과 에듀테크(EdTech)의 비약적인 발전은 개발도상국 교육 현장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학습자를 능동적인 변혁의 주체로 성장시킬 새로운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나이지리아는 이러한 교육 발전의 가능성과 구조적 위기가 공존하는 국가이다. 나이지리아 여학생들은 보코하람(Boko Haram)과 같은 안보 위협, 뿌리 깊은 가부장적 규범, 그리고 빈곤의 악순환이라는 삼중고(triple bind) 속에 놓여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이들이 단순한 희생자가 아니라, 모바일 기술과 커뮤니티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Zasha, 2018).
나이지리아 여학생 교육 문제의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접근 방식은 복합적인 교육 환경을 분석하는 데 있어 다음과 같은 한계를 보여왔다. 첫째, 기존 연구는 나이지리아의 교육 격차를 주로 ‘남부와 북부’라는 지리적 이분법이나(Lott, 2025), 단순히 빈곤과 문화적 관습의 결과론적 측면에서만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다(Eboyem, 2024). 그러나 실제 교육 현장은 안보불안, 경제적 자원, 가족의 지지, 개인의 디지털 역량 등 다차원적인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단순한 지역 구분이나 단일 변수만으로는 여학생들이 처한 구체적인 ‘환경의 맥락’을 포착하기 어렵다. 둘째, 공급자 중심의 표준화된 지원 모델의 한계이다. 구조적 제약이 심한 집단과 주체적 역량이 발현되기 시작한 집단은 서로 다른 지원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학생들의 다양한 환경적 특성을 유형화하여 맞춤형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는 부족했다. 즉, 여학생들이 처한 위기 요인과 보호 요인이 어떻게 결합하여 나타나는지, 그 패턴(pattern)을 규명하는 실증적 연구가 부재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나이지리아 여학생들의 교육 환경을 둘러싼 다차원적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들의 특성을 유형화하고 맞춤형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데이터의 내재적 구조를 탐색하는 군집분석(cluster analysis) 방법론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나이지리아 여학생 집단의 환경을 학습 촉진과 저해 요인에 따라 분류하고, 이를 군집(cluster)으로 유형화하여 그 특성을 규명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러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포스트 SDGs 시대의 핵심인 ‘AI 기반 디지털 전환’과 ‘주체성 강화’에 부합하고 다양한 군집 특성을 포괄하는 교육 ODA 전략을 제언함으로써, 나이지리아 여학생들의 교육 성취를 지원하기 위한 맞춤형 교육 ODA의 근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한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다.
Ⅱ. 이론적 배경
나이지리아 여학생의 교육 현실은 교육 시스템이 지닌 독립적인 힘보다 국가 내부에 누적된 구조와 안보 제약에 영향을 받는다. 식민지 시기부터 답습된 교육 체계는 학생들을 기존 사회 위계에 순응시키는 기제로 작동하며, 교육이 사회 구조의 변화를 견인할 잠재력을 구조적으로 제약하고 있다(Imoka, 2019; Jacob, 2021). 이러한 맥락에서 교육 현장은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융합하는 완충 지대(buffer zone)로 기능하기보다 종족 간 긴장과 갈등이 재현되는 장(field)이 되기도 한다(Imoka, 2019). 특히, 북부 지역의 특수성과 결합한 보코하람(Boko Haram)과 같은 무장단체의 테러는 학교를 파괴하고 여학생을 납치하여 교육 기회를 물리적으로 박탈한다(Jacob, 2021; Ogunode et al., 2022). 이러한 안보 위기는 북부 지역에 뿌리내린 이슬람 관습과 조기 결혼(early marriage)이 가부장적 규범(patriarchal norms)과 결합하여, 여성의 교육 진입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Kainuwa & Yusuf, 2013).
이러한 가부장적 규범은 여학생에게 과도한 가사노동과 돌봄 책임을 부과하는 성역할 고정관념으로 구체화되며, 이는 학습 시간 단축과 학업 성취 저하로 이어져 교육 환경을 구조적으로 잠식한다(Odaga & Heneveld, 1995; Yotebieng, 2021). 특히 가사 부담에서 기인한 ‘시간 빈곤(time poverty)’은 여학생의 학습 시간을 남학생보다 현저히 부족하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중등교육 단계에서의 학업 중단 요인으로 작용한다(Okafor, 2020; Rodgers, 2023).
시간 빈곤에 따른 학업 성취 저하는 가계의 경제적 빈곤과 맞물려, 부모는 여학생 교육을 높은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 수반되는 투자로 인식한다(Odaga & Heneveld, 1995). 그 결과 부모는 한정된 가계 자원을 남학생에게 우선 배분하는 성별 선호 자원 배분 전략(gender-biased resource allocation)을 채택하게 된다(Rodgers, 2023). 이러한 인식에 기반한 자원 배분은 여학생의 상급 학교 진학, 장학금 수혜,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진로 선택의 기회를 구조적으로 제약하며, 장기적으로 여성을 저숙련·저임금 노동시장에 고착시켜 빈곤을 재생산하는 기제로 작동한다(Evans et al., 2024; Psaki et al., 2022). 결국, 경제적 빈곤, 안보 불안, 그리고 가부장적 규범은 나이지리아 여학생의 교육 참여를 제약하고 이는 다시 결혼과 가사노동을 매개로 학업 중단과 기회 박탈로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은 젠더, 빈곤, 가족 내 역할이 상호 교차하며 불평등을 재생산한다(Crenshaw, 1989, 1991).
교육에서 강조되는 학생 행위주체성(student agency)은 학생이 능동적 주체로서 자신의 삶과 주변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다(OECD, 2018). 즉, 행위주체성은 학생이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목적을 수립하고, 성찰하며, 책임 있게 행동하는 의지와 능력의 총체이다. 이는 학생에게 단순히 학습의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목적에 따라 행동하는 ‘목적 있는 학습(learning on purpose)’을 수행할 때 발현된다(엄수정 외, 2023). 이처럼 학생 행위주체성은 학생을 인지적, 사회적, 정서적 역량을 바탕으로 언제 어디서나 배움을 이끌어가는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로 규정한다(OECD, 2018).
최근 나이지리아 여학생에 대한 관점은 단순히 시혜적 차원의 교육 수혜자를 넘어, 경제적 자립과 주체성(agency)을 확립하는 능동적 행위자로 재정립하고 있다(Cutherell et al., 2025). 특히 금융 문해력 교육 및 직업 훈련 프로그램은 이들이 경제적 독립을 견인하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Klugman et al., 2018). 이러한 관점은 여학생들을 빈곤과 억압의 수동적 피해자가 아니라, 환경의 제약을 극복하고 삶의 경로를 개척하는 능동적 주체로 조명한다(Jaksch et al., 2023). 실제로 이들은 조기 결혼과 같은 구조적 제약에서도 교내 동아리, 또래 네트워크, 멘토링 등을 매개로 학업 지속을 위한 주도성을 발휘하며, 선택과 협상을 통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있다(Zasha, 2018).
교육 기술(EdTech)의 활용은 이러한 변화를 한층 더 가속화한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수업은 성별에 관계없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였으며, 이는 여학생들의 STEM 분야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효과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Malik et al., 2020). 나아가 프로젝트 기반 STEM 학습과 디지털 도구의 통합은 학생들의 문제해결 역량과 학습 참여도를 유의미하게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디지털 역량은 구조적 제약 속에서도 여학생이 자신의 진로를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미래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적인 ‘자원(resource)’으로 기능한다(Balogun et al., 2022; Strohmeier et al., 2024).
여학생 교육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과 지지 환경은 학생들의 자아 효능감을 높이는 기제로 작용한다(Okenwa-Ojo, 2024). 즉, 여성 교사와 학부모-교사 협회(Parent-Teacher Association, PTA) 내 여성 회원들은 여학생들에게 긍정적인 롤 모델(role model)이 되어 도덕적 행동 함양과 자아 인식 고취에 기여한다(Okenwa-Ojo, 2024). 또한,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성인지 훈련(Family Life and HIV Education[FLHE] 프로그램)은 학교 내 성별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여학생들이 자신의 권리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포용적인 문화를 형성하는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Huaynoca et al., 2014).
이러한 지지적 관계망과 인식의 변화는 외부의 억압을 완충하는 심리적 보호막으로 기능하여, 여학생들이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진로 포부와 학습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동력이다(DeJaeghere, 2018). 실제로 긍정적 자아상을 확립한 학생들은 부모의 지원 부족과 같은 결핍 상황을 단순히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학금이나 현금 이전(cash transfer) 프로그램과 같은 외부 자원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며 스스로 교육 기회를 확보하려는 능동적 행위자(agent)로 성장하고 있다(Psaki et al., 2022).
다만, 잠재력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교육 성취와 빈곤 탈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개인의 회복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인식 개선을 통한 변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확장할 수 있는 ‘통합적 지원 플랫폼(integrated platform)’의 구축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Plan International, 2012).
본 연구는 나이지리아 교육 문제가 단순한 남북의 지리적 이분법을 넘어, 안보 위기, 문화적 규범, 식민지적 유산 등 복합적인 환경적 요인의 지배를 받고 있음에 주목한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들은 지역마다 상이하게 결합하여 교육 격차를 유발하므로, 남과 북이라는 이분법만으로 그 복잡한 양상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에 본 연구는 군집의 구조가 완전하게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체 간의 유사성에 근거하여 집단을 형성하는 군집 분석(cluster analysis)을 적용했다(강현철 외, 2021). 즉, 공동체의 지지, 문화적 관습, 교육 인프라 등 다차원적인 환경 변수들이 나타내는 패턴을 분석하여, 유사한 교육적 환경을 공유하는 집단들을 탐색적으로 유형화하고자 한다. 이는 외적 기준이 모호한 상태에서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구성요소들을 동질적인 소집단으로 분류함으로써(이재길, 2016), 나이지리아 교육 내에 존재하는 ‘환경의 영향’ 양상을 실증적으로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 적용한 군집 분석(cluster analysis)은 사전 분류 정보가 부재한 상태에서 데이터 내재적 패턴을 탐색하는 데 있어 방법론적 타당성을 갖는다. 군집분석은 관측된 변수들의 다변량적 특성을 바탕으로 유사한 객체들을 그룹화하여 데이터의 자연스러운 구조(natural structure)를 발견하는 통계 기법이다. 이 방법의 핵심 목적은 군집 내 구성원 간의 동질성을 최대화하고 군집 간 이질성을 극대화하는 데 있으며, 이는 특정 모집단에 대한 모수적 추론보다는 변수 간의 구조적 관계를 수학적으로 규명하는 기술적 접근이다(Nikolic et al., 2025). 특히 본 연구와 같이 나이지리아 여학생들의 학습 환경과 주도적 학습 능력과 관련된 다차원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형성되는 잠재적 유형을 규명하고자 할 때, 연구자가 사전에 집단을 정의하지 않고 데이터 자체의 특성에 근거하여 유형을 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합한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군집분석의 알고리즘 중 본 연구가 채택한 계층적 군집분석(hierarchical clustering)은 탐색적 연구 단계에서 특히 유용한 타당성을 지닌다. 비계층 군집분석(non-hierarchical clustering)의 K-평균(K-means) 방법은 계산 속도가 빠르고 효율적이나 군집 수(k)를 사전에 지정해야 하며 초기 중심값 설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한계가 있다(Lloyd, 1982; MacQueen, 1967). 반면, 계층적 군집분석은 개별 객체에서 시작하여 유사도가 높은 군집을 단계적으로 병합하는 응집적(agglomerative) 접근을 취함으로써 데이터의 위계적 구조를 덴드로그램(dendrogram)으로 시각화할 수 있다. 이는 군집 수를 사전에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연구자가 데이터의 구조를 파악하고 최적의 군집 수를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제공한다(Johnson, 1967).
군집분석은 통계적 지표를 통해 분류 결과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군집화의 품질은 내부 평가와 외부 평가 지표를 통해 확인되는데, 대표적으로 Rousseeuw(1987)가 제안한 실루엣 계수(silhouette coefficient)는 객체가 속한 군집 내의 응집도와 타 군집과의 분리도를 정량화하여 –1에서 1 사이의 값으로 제시함으로써 군집 구조의 적합성을 판단하는 준거가 된다. 더불어 군집 내 분산의 최소화 여부와 같은 내부 통계량을 통해 모델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주관적 분류가 아닌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 유형화를 가능케 한다(Vinh et al., 2010).
마지막으로, 군집분석은 학문적 규명을 넘어 실무적 의사 결정을 위한 도구로서 높은 실용적 타당성을 지닌다. Nikolic et al.(2025)은 군집분석이 데이터 분류를 넘어 정책 설계와 개입 전략 수립에 기여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집단별 특성에 기반한 차별화된 접근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본 연구에서 도출된 각 군집의 환경적 제약과 개인적 역량의 조합을 토대로, 나이지리아 여학생을 위한 맞춤형 ODA 기반 교육지원 전략을 설계하는 데 군집분석이 방법론적으로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Aggarwal & Reddy, 2014).
국제개발협력, 특히 교육 ODA의 초기 패러다임은 새천년개발목표(MDGs, 2000-2015) 체제 하에서 ‘접근성(access)’의 확대를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이 시기는 ‘보편적 초등교육 달성’이라는 단일 목표 아래 학교 건축이나 기자재 보급과 같은 물리적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는 공급자 중심(supply-driven)의 하향식 접근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팽창 전략은 취학률의 상승을 견인했으나 정작 학교에 다니면서도 제대로 학습하지 못하는 ‘학습 위기(learning crisis)’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UNESCO, 2023).
2015년 수립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2016-2030)는 패러다임의 축을 ‘양(quantity)’에서 ‘질(quality)’과 ‘형평성(equity)’으로 전환했다(한국국제협력단, 2016). SDG 4는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leave no one behind)’ 원칙에 기반하여 단순한 등록을 넘어 실질적인 학습 성과와 포용적 교육을 강조하였으며, 이는 교육 ODA가 단순 원조를 넘어 사회적 불평등 해소와 역량 강화를 지향하는 권리 기반 접근(rights-based approach)으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유성상·유은지, 2015).
그러나 SDGs 달성 시한인 2030년이 임박함에 따라, 국제사회는 정량적 목표 달성에 치중했던 기존 접근의 구조적 한계를 직시하고 ‘포스트 SDGs’ 시대를 대비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맞고 있다. 특히 기후 변화, 디지털 전환, 그리고 구조적 불평등은 ‘복합적 위기(polycrisis)’를 심화시켰고, 이전의 표준화된 개발 모델이 현장의 다층적이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Cernev & Fenner, 2024).
이러한 성찰은 포스트 SDGs 시대 교육이 개인의 성공을 넘어 인류 공동의 생존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는 향후 교육 ODA의 지향점이 단순한 외부 자원의 주입이 아닌, 현장의 고유한 ‘행위자성(agency)’을 복원하는 데 있음을 시사한다. 즉, 학습자를 수동적 수혜자에서 탈피시키고, 스스로 구조적 제약을 극복하며 환경을 변화시키는 ‘변혁적 주체(transformative agents)’로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다(OECD, 2018).
최근 인공지능(AI)의 비약적 발전은 이러한 ODA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핵심 동인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AI 대전환이 기존 정책 전략의 전면적 수정을 강제하듯(ZDNET Korea, 2025), 국제개발협력 분야 또한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외교부(2025)는 AI 기반 ODA를 한국과 협력국 간의 ‘상생적 협력 모델’로 규정했다. 구체적으로 개발도상국은 디지털·AI 역량 강화를 통해 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한국은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선순환적 상생 구조’를 지향한다(외교부, 2025). 이러한 상호 이익의 결합은 AI가 차세대 교육 ODA를 견인할 핵심 동력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포스트-SDGs 시대의 교육 ODA에서 기술 기반 전환이나 글로벌 차원의 전략 담론이 곧바로 교육 성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교육은 학습자의 일상적 생활과 긴밀히 맞물려 작동하는 사회 제도며, 동일한 AI 기반 교육 모델이나 디지털 학습 체계라 하더라도 지역별 교육 인프라, 가정 내 역할 분담, 성별 규범, 학습 시간의 가용성에 따라 다르다. 특히 나이지리아 여학생의 경우 가사·돌봄 노동에 따른 시간 빈곤, 이동의 제약, 경제적·디지털 접근성의 격차가 중첩적으로 작동하며, 이러한 조건은 표준화된 교육 모델이 현장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구조적으로 제한한다(Psaki et al., 2022; UNESCO, 2023). 이는 과거 인프라 중심 교육 ODA가 취학률 제고에도 불구하고 학습 성과 개선으로 연결되지 못했던 경험과 맞닿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육 ODA는 개별 학습자가 기존 교육 시스템에 어떠한 방식으로 접속(access)하며, 그 과정에서 시스템이 학습자의 특수한 환경에 맞춰 어떻게 유연하게 조정(alignment)되어야 하는가 라는 구조적 문제를 재인식할 필요성을 제기한다(Cernev & Fenner, 2024; OECD, 2018).
Ⅲ. 연구방법
본 연구는 자료 수집에 앞서 연구 참여자의 권리 보호와 윤리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부산대학교 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 및 승인(PNU IRB/2025_141_HR)을 받았다. 또한, 현지 조사 수행을 위하여 나이지리아 FCT(Federal Capital Territory) UBEB(Universal Basic Education Board)의 사전 행정 승인을 획득함으로써, 연구 수행과 관련된 법적·윤리적 절차를 모두 준수했다. 설문조사는 2025년 9월 1일부터 2025년 10월 31일까지 현지 연구보조원과 협업하여 오프라인 배포 및 수거를 진행하였으며, 모든 연구 참여자와 연구 참여자의 법정대리인으로부터 연구 참여에 대한 자발적 서면 동의를 획득했다.
본 연구의 조사는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Abuja) 연방 수도 구역(FCT) 내 AMAC(Abuja Municipal Area Council)에 소재한 공립 중학교 2곳을 대상으로 수행되었다. 조사 대상 학교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도시 외곽의 주거 밀집 지역에 위치한 남녀공학 중학교(A 학교, n=167)와 신규 조성된 주거 단지 인근의 여학생 전용 중학교(B 학교, n=161)를 선정했다.
연구대상자는 대부분 JSS3(Junior Secondary School 3)에 재학 중인 여학생으로 315명이었으며, JSS2(Junior Secondary School 2)에 재학 중인 여학생은 13명으로 나타났다. 출생연도별 분포를 살펴보면, 2006년(1명, 0.3%), 2007년(6명, 1.8%), 2008년(6명, 1.8%), 2009년(19명, 5.8%), 2010년(33명, 10.1%), 2011년(48명, 14.6%), 2012년(89명, 27.1%), 2013년(102명, 31.1%), 2014년(20명, 6.1%), 2015년(4명, 1.2%), 분포하여 연구대상자의 출생연도는 다양하게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학생의 적정 출생연도는 조사 시점을 기준으로 JSS2는 2012~2014년, JSS3은 2011~2013년 사이에 해당한다(Federal Republic of Nigeria, 2013). JSS2의 경우 2011년생은 2명(15.3%)이 있었으며, JSS3의 경우 2006년부터 2009년 사이 출생 학생은 65명(20.6%)이었다. 이는 학년 반복, 학업 중단 후 복귀, 늦은 취학, 또는 가정의 사회경제적 여건과 같은 요인에 기인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본 연구는 연구대상자의 진로 지향성과 학습 요구를 파악하고자 장래 희망 직업 및 선호 방과 후 활동에 관해 설문을 실시했다. 학습자의 다양한 선호와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해당 문항들을 복수 응답 방식으로 설계하였으며, 수집된 자료는 군집 분석 결과를 해석하기 위한 배경 변수로 활용됐다.
우선, 연구대상자의 진로 지향성을 보여주는 장래 희망 직업을 조사한 결과는 <표 1>과 같다. 전체 응답자의 74.1%(243명)가 의사, 변호사, 간호사 등을 포함한 ‘전문직(professional)’을 희망한다고 응답하여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어 ‘예술가 및 창작자(19.2%)’, ‘기술 전문직(8.5%)’, ‘공무원(8.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연구대상자의 학습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선호하는 방과 후 활동(복수 응답)을 조사하였다(<표 2>). 응답 결과, ‘독서 및 토론’이 60.4%(198명)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여 기초 학업 역량 강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역량인 ‘과학 실험 및 메이커 활동’이 40.5%(133명), ‘코딩 및 컴퓨터 관련 활동’이 33.2%(109명)로 나타나, ‘체육 활동(축구 16.5%, 농구 13.4%)’이나 단순 놀이보다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조사 도구는 권일남·김태균(2010), 장근영 외(2018),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2023)의 국내 청소년 역량 진단 척도와 나이지리아 통계청 및 청소년개발부(National Bureau of Statistics & Federal Ministry of Youth Development, 2012)의 주요 지표를 참고하여 연구자 2인이 4점 척도의 13문항, 복수응답 8문항으로 구성하였다.1) 설문 문항의 문화적 맥락과 언어적 적합성을 확보하고자 현지 중등학교 교사 2인으로부터 사전 검토를 받았다.
본 연구는 수집된 데이터의 요인 구조를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처리 과정을 거쳤다. 우선, 복수 응답 문항은 해당 항목을 선택한 경우 ‘1’, 선택하지 않은 경우 ‘0’으로 코딩하여 이진 변수로 변환했다. 아울러 분석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4점 리커트 문항 또한 이진화했으며, 구체적으로 긍정 응답인 ‘매우 그렇다(strongly agree)’와 ‘그렇다(agree)’는 ‘1’로, 부정 응답인 ‘매우 그렇지 않다(strongly disagree)’와 ‘그렇지 않다(disagree)’는 ‘0’으로 재코딩했다.
이와 같이 정비된 문항들을 대상으로 변수 간의 잠재적 구조를 파악하고 요인을 추출하기 위해 탐색적 요인분석(Exploratory Factor Analysis, EFA)을 실시했다. 그 결과 총 5개의 하위 요인 구조를 도출하였으며, 5개 요인 모델의 구조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확인적 요인분석(Confirmatory Factor Analysis, CFA)을 추가로 실시하여 모형의 적합도를 검증했다. 분석 결과, 측정 모형의 적합도 지수는 χ2=179.71(df=160, p=.136), CFI=.996, TLI=.995, RMSEA=.019, SRMR=.157로 나타났다. 특히, χ2의 검정 결과가 유의확률 .05 수준에서 기각되지 않았으며(p>.05), CFI와 TLI가 .99 이상, RMSEA가 .05 이하의 수치를 보여 본 연구에서 가정한 5개 요인 구조가 자료를 적합하게 설명한다고 판단했다.
본 연구의 주요 변수는 학습 촉진 요인(사회적 지원, 디지털 역량, 자기주도성)과 저해 요인(경제적 장벽, 돌봄 부담)으로 분류하고, 각 요인의 신뢰도를 Cronbach’s α로 검증했다. 사회적 지원(social support) 요인은 교사, 부모, 친구, 멘토 등 주변 인적 자원으로부터 제공되는 정서적·환경적 지지를 반영하는 7개 문항(23-a, 23-b, 26-c, 26-e, 26-f, 26-g, 26-j)2)으로 구성했으며, 신뢰도 계수는 .80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도구 활용(use of digital tools)은 디지털 기기 및 학습용 애플리케이션 사용 능력을 측정하는 2개 문항(8-a, 8-b~m)으로 구성되었고, Cronbach’s α는 .83으로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자기주도 학습능력(self-directed learning)은 학습자가 자신의 진로 목표 달성을 위해 수행하는 구체적이고 주도적인 행동을 반영하는 4개 문항(11, 14, 20, 22)으로 측정되었으며, 신뢰도 계수는 .64로 나타나 탐색적 연구 단계에서 허용 가능한 수준이다(Hair et al., 2010).
경제적 장벽(economic barriers)은 수업료 부족으로 인한 결석 또는 학업 중단 경험, 교육비 지출 부담 등을 포함한 3개 문항(7-e, 24-a, 24-g)으로 구성되었고, Cronbach’s α는 .81로 높은 내적 신뢰도를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가사 및 돌봄 부담(domestic & care burden) 요인은 가정 내 돌봄 노동, 가족관계에서 기인하는 환경적 제약과 정서적 결핍을 측정하는 4개 문항(7-c, 15, 24-b, 24-g)으로 구성되었으며, 신뢰도 계수는 .65로 탐색적 연구에서의 수용 기준(.60 이상)을 충족하였다(Hair et al., 2010)(<표 3>).
본 연구에서 활용된 측정도구는 학습 촉진 요인(사회적 지원, 디지털 도구 활용, 자기주도성)과 저해 요인(경제적 장벽, 돌봄 부담)이며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학업 수행을 돕는 긍정적 자원 요인으로 세 가지가 설정되었다. 먼저, 사회적 지원(social support)은 학습자가 진로를 설계하고 학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교사, 부모, 친구, 멘토 등 주변의 인적 자원으로부터 받는 정서적·환경적 지지로 정의된다. 디지털 도구 활용(use of digital tools)은 학습자가 교육 목적을 위해 스마트폰, 기타 툴(컴퓨터, 학습용 앱)을 활용하는 능력으로 정의했다. 자기주도 학습능력(self-directed learning ability)은 학습자가 타인에게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진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행하는 구체적이고 주도적인 행동을 의미한다.
반면, 학업을 방해하는 환경적 저해 요인으로는 두 가지 변수가 포함된다. 경제적 장벽(economic barriers)은 학습자의 수업료 부족으로 인한 결석이나 학업 중단 위기 경험, 그리고 교육비 지출에 대해 느끼는 실질적인 부담감으로 정의했다. 마지막으로 가사 및 돌봄 부담(domestic & care burden)은 학습자가 가정 내에서 수행해야 하는 돌봄 노동과 가족 관계에서 비롯되는 환경적 제약 및 정서적 결핍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본 연구의 실증 분석을 위해 R(Version 4.5) 프로그램의 dplyr, cluster, factoextra, fmsb, ggplot2, tidyr 등의 패키지를 활용하였으며, 구체적 분석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자료의 신뢰성과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결측치(missing value)에 대한 전처리를 수행했다. 총 328명의 응답 자료 중 결측 자료는 문항별 0~35건의 결측이 있었으며, 결측 패턴을 분석한 결과, 결측이 p<.001로 무작위적이지 않음(not missing at random)을 확인하였다. 이에 따라 표본 수 감소로 인한 검증력 저하와 모수 추정의 편의(bias)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중 대체법(multiple imputation)을 적용하여 결측치를 보정한 후 분석에 활용했다(고길곤·탁현우, 2016; 김덕준, 2007; Rubin, 1978).
본 연구는 학습자의 개인적 역량과 환경적 특성에 따라 잠재적인 집단 유형을 분류하고, 각 집단의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 군집분석(cluster analysis)을 실시하였으며, 분석 자료가 이항자료인 점을 감안하여 계층적(hierarchical) 군집 분석을 실시했다(이재길, 2016; 최용석, 2018). 계층적 군집분석은 개별 관측치에서 시작하여 유사한 개체끼리 순차적으로 병합해 나가는 상향식(bottom-up) 방식을 취하므로 데이터가 지닌 자연스러운 구조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구체적인 분석 방법으로는 군집 내 분산을 최소화하여 집단을 가장 명확하게 구분해 주는 Ward’s method를 사용했다. 분석 결과 도출된 덴드로그램(Dendrogram)의 결합 수준과 군집화 계수의 변화 추이를 시각적으로 검토하여 연구 대상자를 분류하고, 최적의 군집수를 탐색했다.
최적의 군집 수를 결정하기 위해 Elbow method와 Silhouette method를 통해 타당성 지표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Elbow method 분석 결과는 군집의 개수가 3개일 때 군집 내 오차 제곱합(total within sum of square)의 감소 폭이 완만해지는 팔꿈치(elbow) 지점이 형성됨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1>).
실루엣 분석 결과, k=2(.55), k=3(.51), k=4(.58)인 경우 모두 실루엣 계수가 0.5를 상회하여 통계적으로 타당한 구조를 보였다(Rousseeuw, 1987). 비록 k=4의 계수가 가장 높았으나, 본 연구는 Elbow method 결과와의 정합성 및 군집별 해석의 명확성을 고려하여 3개 군집(k=3)을 최종 모형으로 확정했다.
Ⅳ. 연구결과
본 연구에서 설정한 여학생의 학업 환경 관련 5가지 주요 요인의 기술통계 결과는 <표 4>와 같다. 분석에 투입된 모든 변수는 이항 데이터(binary data)로 구성되었으며, 이에 따라 평균값은 0과 1 사이의 수치로 제시된다.
사회적 지원(social support)의 평균은 .46(SD=.31)로 나타났으며, 왜도(.29)와 첨도(-1.20)는 비교적 정규분포에 근접한 분포 형태를 보였다. 디지털 도구 활용(use of digital tools)은 평균 .71(SD=.42)로, 다섯 요인 중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였으며, 왜도(-.91)와 첨도(-.90)는 약간 좌측으로 치우친 분포 특성을 나타냈다.
자기주도 학습능력(self-directed learning)은 평균 .96(SD=.13)으로 가장 높은 평균값을 보였으나, 왜도(-4.66)와 첨도(25.40)가 매우 크게 나타나 분포가 극단적으로 왼쪽으로 치우친 형태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다수의 학생이 해당 요인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표본 전반에 걸쳐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전반적으로 높게 분포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경제적 장벽(economic barriers)은 평균 .25(SD=.36)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으며, 왜도(.92)와 첨도(-.90)는 다소 우측으로 치우친 분포를 나타냈다. 가사 및 돌봄 부담(domestic & care burden)은 평균 .18(SD=.26)로 가장 낮은 평균값을 보였고, 왜도(1.27)는 우측 비대칭 분포를, 첨도(.50)는 비교적 완만한 분포다.
5개 요인(사회적 지원, 디지털 도구 활용, 자기주도 학습능력, 경제적 장벽, 가사 및 돌봄 부담)을 중심으로 3개(k=3) 군집을 분석하였으며, 군집1 75명(22.9%), 군집2 156명(47.6%), 군집3이 97명(29.6%)으로 나타났다(<표 5>).
군집1은 사회적 지원 수준이 중간 이상(M=0.51)으로 나타났으며, 디지털 도구 활용도 역시 비교적 높은 수준(M=0.73)을 보였다. 자기주도 학습능력은 0.90으로 높은 편이었다. 반면, 경제적 장벽은 비교적 낮게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M=0.19), 가사 및 돌봄 부담은 세 군집 중 가장 높았다(M=0.58). 군집1은 가사 및 돌봄 부담을 강조하여 ‘가사·돌봄 부담형(household burden type)’으로 명명했다.
군집2는 모든 요인에서 가장 우수한 수준을 보인 집단이다. 사회적 지원(M=0.59)과 디지털 도구 활용(M=0.96)이 매우 높게 나타났으며, 자기주도 학습능력 역시 최대치에 근접한 수준(M=0.99)을 기록했다. 반면 경제적 장벽(M=0.08)과 가사·돌봄 부담(M=0.03)은 매우 낮았다. 높은 개인 역량과 풍부한 환경적 자원을 모두 갖춘 특성을 반영하여, 군집2를 ‘고역량·자원 풍부형(high capacity & resource rich type)’으로 했다.
군집3은 사회적 지원(M=0.19)과 디지털 도구 활용(M=0.30)이 현저히 낮게 나타났으며, 경제적 장벽은 세 군집 중 가장 높았다(M=0.55). 즉, 군집3은 구조적 빈곤과 디지털 접근성의 이중 제약에 놓여 있음을 암시한다. 다만 자기주도 학습능력은 0.97로 높게 나타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학습 의지와 내적 동기는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신, 가사 및 돌봄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았다(M=0.09). 이 군집은 높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자원 결핍이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임을 고려하여, 군집3을 ‘경제·디지털 취약형(economically & digitally vulnerable type)’으로 명명했다.
군집분석을 통해 도출된 세 가지 유형(가사·돌봄 부담형, 고역량·자원 풍부형, 경제·디지털 취약형) 간에 주요 변인들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 확인하기 위해 일원배치 분산분석(one-way ANOVA)과 사후 검증을 실시했다. ANOVA의 분석 결과는 <표 6>과 같다.
ANOVA 결과, 사회적 지원, 디지털 도구 활용, 자기주도 학습능력, 경제적 장벽, 가사 및 돌봄 부담의 모든 변인에서 군집 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p<.001). 이는 본 연구에서 분류한 세 군집이 각 요인별로 뚜렷하게 구별되는 이질적인 집단임을 시사한다.
변수별 영향력은 집단 간 차이의 크기를 나타내는 효과 크기(η2)를 살펴본 결과, ‘가사 및 돌봄 부담’(F=415.86, p<.001, η2=.72)이 72%의 설명력을 보였다. 이는 세 집단을 구분 짓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학습자 개인이 처한 가정 내 돌봄 노동임을 의미하는데, 이는 학습능력보다 가정 내 역할 부담이 학습 환경을 구분하는 핵심 요인임을 시사한다.
학습 환경의 변별 요인으로 ‘디지털 도구 활용’(F=136.65, p<.001, η2=.46)은 집단 간 환경 격차를 보여주는 지표이며, ‘경제적 장벽’(F=74.65, p<.001, η2=.32)과 사회적 지지(F=72.75, p<.001, η2=.319)는 30%대의 설명력으로 군집을 규정한다. 반면, ‘자기주도 학습능력’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있었으나(F=13.78, p<.001), 효과 크기(η2=.08)는 다른 변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데, 이는 세 집단 간 학습 성과의 격차가 개인의 학습 역량이나 의지 자체의 차이보다는, 돌봄 부담이나 경제·디지털 인프라와 같은 환경적 제약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어, 군집 간 구체적인 차이를 규명하기 위해 Scheffé의 사후검증(post-hoc test)을 실시한 결과는 군집별 특징은 <표 7>과 같다.
사회적 지원의 경우, 군집1과 군집2 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으나(p=.079), 두 군집 모두 군집3보다는 유의미했다(1,2>3, p<.001). 즉, 군집3은 경제, 디지털 자원뿐만 아니라 인적 자원(사회적 지원) 면에서 가장 소외된 집단이었다. 디지털 도구 활용은 군집2가 가장 우수하였고, 이어 군집1, 군집3 순으로 나타나 세 집단 간 위계가 뚜렷했다(2>1>3, p<.001). 군집3은 경제적 장벽이 높은 동시에 디지털 도구 활용 또한 가장 낮아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적 장벽은 군집3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군집1, 군집2 순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3>1>2, p<.05). 특히 군집3과 군집2 간의 평균 차이(MD=0.472)와 효과 크기(Cohen’s d=1.60)가 매우 커, 군집3이 경제적 어려움에 가장 취약한 집단임이 확인되었다. 가사 및 돌봄 부담은 군집1이 다른 두 군집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으며, 군집3, 군집2 순으로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1>3>2, p<.01). 이는 군집1을 특징짓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 돌봄 부담임을 재확인시켜준다.
자기주도 학습능력은 군집2와 군집3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으며(p=.471), 두 군집 모두 군집1보다 유의미하게 나타났다(2,3>1, p<.001). 흥미로운 점은 군집3이 경제적·환경적 수치가 가장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자기주도적인 학습 태도는 자원이 풍부한 군집2와 대등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가사 부담이 가장 큰 군집1은 학습 주도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본 연구의 군집 분석 결과, 세 군집 모두에서 자기주도 학습 역량(agency)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는 나이지리아 여학생들의 학업 성취 및 학습 참여 수준이 외부 환경 요인에 의해 제약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군집 형성의 변인을 분석한 결과, ‘가사·돌봄 부담’과 ‘경제적 제약’이 집단을 구분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도출되었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학습에 필요한 자원을 충분히 확보한 ‘고역량·자원 풍부형’, 가사 및 돌봄 노동으로 인해 학습 시간이 구조적으로 제한된 ‘가사·돌봄 부담형’, 그리고 경제적 빈곤과 디지털 기기 접근성 결핍이 중첩된 ‘경제·디지털 취약형’의 세 유형으로 여학생 집단을 유형화했다.
ANOVA 및 효과크기 분석 결과는 이러한 군집 간 구조적 차이를 통계적으로 뒷받침한다. 특히 가사·돌봄 부담 변수는 군집 간 분산의 약 72%를 설명하며 가장 큰 효과크기를 보였는데, 이는 여학생의 학습 성과를 저해하는 핵심 기제가 구조적 환경임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높은 자기주도 학습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사노동과 경제적 빈곤이라는 이중의 제약이 학습 기회를 실질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가사노동 부담은 여학생의 학업 경로를 지역의 가부장적 규범과 연관 지을 수 있으며, 이들을 학습 주체라기보다 가정 내 돌봄 노동의 담당자로 위치 짓는 관행을 정당화한다(Zasha, 2018). 이는 억압과 배제가 단일 요인이 아닌 다층적 구조 속에서 작동한다는 Crenshaw(1989) 및 Crenshaw(1991)의 교차성 이론(intersectionality)과도 부합한다. Psaki 외(2022)은 저소득 가구 여학생이 수행하는 장시간 가사노동이 출석률과 학습 몰입도를 유의미하게 저해한다고 보고한 바 있으며, Rodgers(2023)은 빈곤 상황에서 교육 자원이 남학생에게 우선 배분되는 성별 편향적 가계 전략이 여학생의 교육 기회를 구조적으로 축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선행연구와 본 연구의 군집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본 연구에서 확인된 여학생들의 높은 학습 행위주체성은 제약된 환경 속에서 형성된 ‘회복적·저항적 주체성’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육 ODA는 단순한 기자재 보급이나 인프라 구축을 넘어, 지역사회 중심의 지속가능한 인식 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부모, 종교 지도자, 여성 공동체 등 지역 핵심 주체들과의 장기적 협력을 통해 여학생의 가사·돌봄 부담을 당연시하는 규범 자체를 변화시키는 노력과 더불어, 실질적인 장학금 지원(Psaki et al., 2022) 및 물리적 인프라 확충을 결합하여 ‘통합적 지원 플랫폼(integrated platform)’ 형태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Ⅴ.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나이지리아 여학생의 학습 환경을 세 가지 유형으로 범주화함으로써, 학습 격차가 가사·돌봄 부담과 자원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됨을 실증적으로 규명하였다. 효과 크기 분석 결과, 가사·돌봄 부담은 다른 요인에 비해 현저히 큰 집단 간 차이를 형성하였으며(η2=.72), 이는 경제적 장벽이나 디지털 접근성보다 강력한 판별 요인임을 시사한다.
‘가사·돌봄 부담형’, ‘경제·디지털 취약형’ 집단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높은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유지한 점은 빈곤이 학습 동기를 제한하지 않으며, 이는 제약된 환경 속에서도 여학생들이 높은 자기주도 학습 성향을 유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경향은 여학생을 ‘회복적·저항적 주체성’을 보유한 존재로 추론할 수 있다.
장래 희망 직업 및 방과 후 활동에 대한 기술통계 분석 결과, 다수의 여학생이 전문직 진출과 탐구적·기술적 학습 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군집 분석에 직접 투입된 변인은 아니나, 세 집단 모두에서 높게 나타난 자기주도 학습능력과 맥락적으로 연결되는 지향적 특성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여학생들의 학습 격차는 진로 의지의 부족이 아니라, 가사·돌봄 부담과 경제·디지털 제약이라는 구조적 조건에 기인함을 재확인하게 한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세 가지 군집별 특성과 ‘가사·돌봄 부담’이 학습 환경 격차의 72%를 설명한다는 실증적 결과는, 향후 교육 ODA가 학습자가 처한 구조적 제약을 해소하고 이들의 높은 행위주체성(agency)을 실질적인 학습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는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야 함을 시사한다. 본 연구의 결과로 다음과 같은 맞춤형 전략을 제언할 수 있다.
첫째, ‘가사·돌봄 부담형’ 군집을 위해서는 ‘시간 빈곤’을 해소할 수 있는 유연하고 개방적인 교육 모델이 필요하다. 이들은 높은 학습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가중된 가사 노동으로 인해 학습 시간이 구조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이를 위해 ‘교육 기회의 평등과 개방’ 및 ‘열린 교육’의 기회를 고려하여 한국의 ‘방송통신고등학교’ 모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김우영, 2025). 특히 라디오, 모바일 등 비대면 매체를 활용한 원격 교육 플랫폼을 강화하여 가사 노동과 학습의 병행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학교 운영 시간을 유연화하여 노동과 학업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음으로써 여학생의 교육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Adeyemı, 2011).
둘째, ‘경제·디지털 취약형’ 군집은 교육의 경제적 장벽을 낮추고 디지털 사다리를 제공하는 포용적 전략이 요구된다. 빈곤과 디지털 소외가 중첩된 이 집단에게는 출석률과 연동된 조건부 현금 지원(conditional cash transfers)이나 소액 장학금(micro-scholarships)을 통해 가계의 교육비 부담을 완화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Psaki et al., 2022). 동시에 고가의 장비보다는 현지 보급률이 높은 모바일을 활용한 저사양·저대역폭 중심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실시하여, 이들이 정보 소외 계층에서 정보활용 주체로 전환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Balogun et al., 2022).
셋째, ‘고역량·자원 풍부형’ 군집은 지역사회의 변화를 견인할 변혁적 주체(transformative agent)로 육성해야 한다. 자원 접근성이 양호하고 STEM 분야에 높은 선호도를 보이는 이들의 특성을 반영하여, 인공지능(AI)이나 데이터 과학 등 고도화된 에듀테크 기반의 심화 학습 프로그램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OECD, 2018). 이들이 습득한 역량을 지역사회 내 다른 여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또래 멘토링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외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는 자생적인 학습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모든 유형에 공통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통합적 전략은 ‘현지 주도형 개발(Locally-Led Development, LLD)’ 관점에서의 인식 개선이다. 즉, 교육 ODA는 단순한 물적 자원 투입을 넘어 부모, 종교 지도자, 지역 공동체와 협력하여 여학생의 교육권을 저해하는 가부장적 규범과 문화적 신념을 변화시키는 옹호 활동(advocacy)을 병행해야 한다(김유겸, 2024). 이를 통해 학교는 지식 전달의 장소를 넘어 보건, 경제, 문화적 지원이 결합한 ‘통합적 지원 플랫폼(integrated platform)’으로 기능하게 함으로써, 나이지리아 여학생들이 구조적 제약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나이지리아 수도권 지역의 여중생만을 대상으로 하였으므로, 연구 결과를 나이지리아 전체 여학생 집단으로 일반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모든 집단에서 일관되게 높게 나타난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이 발현되는 맥락은 향후 질적연구 등을 통해 규명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