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논문

분절화된 무상원조 시행체계 내 효과적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이행 방안*

정용우 1 , *
Yongwoo Jeong 1 ,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고려대학교 생명환경과학대학원
1Department of Environment Science and Ecological Engineering, Korea University
*Corresponding author : yongwoo@koi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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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Sep 30, 2025; Revised: Nov 05, 2025; Accepted: Nov 05, 2025

Published Online: Nov 30, 2025

요 약

환경사회세이프가드의 이행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OECD DAC(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개발원조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한국을 비롯한 DAC 회원국들은 각자의 원조 시행 체계 내에서 환경사회세이프가드를 이행하고 있다. 본 연구는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는 DAC 회원국들의 개발협력 체계 속에서 환경사회세이프가드의 이행 현황을 비교분석하여 분절화된 무상원조 시행체계를 보유한 한국에 적용 가능한 방안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비 교 대상으로는 외교부가 통합적으로 원조를 추진 중인 호주, 유무상을 단일 원조 기관에서 집행 중인 일본, 분절화된 체계 내 무상원조를 추진 중인 독일을 선정하였다. 분석 대상으 로 선정한 국가 모두 세이프가드의 이행 목적은 동일하나 운영 방식과 세부 제도는 상이하 였다. 일본의 경우, 외부 자문위원회를 통한 객관적 검증체계가 확보되어 있으며 호주는 외교부가 전체 시행기관을 대상으로 상세한 가이드라인과 양식을 제공하며 환경사회세이 프가드의 이행 품질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전통적 공여국인 독일은 전체 주기에 걸쳐 환경 주류화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하며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었다. 한국 무상원조 시행체 계의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이행은 기본적 형태는 갖추고 있으나 객관성 검증체계 확보와 시행기관 간 역량 편차 해소와 같은 과제를 안고 있으며, 본 연구에서는 타 공여국의 사례 중 우 리 무 상 원조 시행 체 계 에 적 용할 수 있는 제안 점 을 도 출코 자 하 였 다.

Abstract

The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 has been the primary forum for discussing the need to implement Environmental and Social Safeguards (ESS), with DAC member countries, including Korea, applying ESS within their respective aid delivery systems. This study analyzes and compares ESS implementation within DAC countries’ development cooperation systems. For comparison purposes, the following countries were selected based on their aid delivery models: Australia, where the Ministry of Foreign Affairs oversees integrated aid coordination; Japan, where a single aid agency manages both grant and loan assistance; and Germany, which operates a fragmented system for grant aid. Although these countries have the same ESS implementation goals, their operational methods and systems differ in their details. Korea’s grant aid system has a basic structure for implementing ESS but faces challenges, such as the lack of an objective verification system and disparities in the capacity of implementing agencies. This study identifies best practices from other donor countries that could be applied to improve Korea’s grant aid implementation system.

Keywords: 국제개발협력; 환경사회세이프가드; 기후변화; 원조분절화
Keywords: 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 Environmental and Social Safeguards; Climate Change; Aid Fragmentation

Ⅰ. 서론

한국의 개발협력은 2010년 OECD DAC(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개발원조위원회) 가입을 계기로 지속적으로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규모를 확대하고 원조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체계 개편을 시도하며 개발협력의 양적, 질적 개선을 달성하여 국제사회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무상원조의 경우 다수의 기관들이 각자 원조 예산을 보유하며 독자적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분절화 문제를 여전히 노정하고 있다.

분절화된 개발협력 체계는 원조의 효과성 측면에서 다각적인 문제를 초래한다. 공여국 입장에서는 일관된 원조 목표 수립과 이행을 위해 추가적인 조정 비용이 투입되며, 대체로 행정인력이 부족한 수원국의 측면에서는 협의 대상과 범위를 증가시켜 원조 피로도를 높이는 부정적 영향이 발생한다. 또한 공여국 대다수의 시행기관들은 개발협력 업무에 특화된 기관이 아니기에 자국 기업의 진출을 비롯한 국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어 해외에서 시행되는 개발협력 사업에 대한 역량과 이해도의 편차에 차이가 날 가능성도 있다.

한편 ODA 예산 확대 추세에 따라 기존에 인적교류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던 소규모 시행기관들이 인프라를 포함하는 형태의 사업을 시도하며 환경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례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분절화된 무상원조 시행체계 내에서 국가적으로 어떻게 환경사회적 영향을 사전에 검토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사전적 관리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환경사회세이프가드는 개발협력 사업이 초래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 및 사회적 영향에 대해서 사업 기획단계에서부터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서 이러한 사전적 관리를 실제로 이행하는 정책수단이다. 그간 주로 환경사회세이프가드에 대한 연구는 유상원조에 집중되어 이루어졌는데, 이는 유상원조 사업이 무상원조 대비 사업 규모가 크고 대규모 인프라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아 환경사회적 영향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무상원조 사업의 경우에도 예산이 증가함에 따라 기존 기술협력 위주의 사업에서 인프라 구축과 같이 환경사회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의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분절화된 한국의 무상원조 시행체계 내에서 일관된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제도를 운영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본 연구는 질적 연구로 OECD 동료검토와 국제사회 동향을 중심으로 논의를 정리하고, OECD DAC 공여국들이 다양한 개발협력 시행 체계 내에서 환경사회세이프가드를 운영하는 사례들을 비교 분석하여 한국이 적용 가능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Ⅱ. 이론적 고찰

1. 국제개발협력에서의 환경사회세이프가드 논의

환경사회 세이프가드(Environmental and Social Safeguards, ESS)란 개발협력 사업이 초래할 수 있는 환경 및 사회적 위험을 평가하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수단을 통해 바람직한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각 원조기관이 수행해야 할 절차를 규정한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개발협력 내 환경사회세이프가드에 대한 논의는 크게 양자 공여국의 협의체인 OECD와 차관 업무를 주로 추진하는 다자개발은행이 양 축이 되어 진행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무상원조 시행체계에 적용 가능한 함의점을 찾기 위해 분석 범위를 다자개발은행을 제외한 OECD 내에서의 논의 흐름의 분석에 집중하였다. OECD에서 최초로 개발협력 내 환경에 대한 고려 필요성을 회원국에 명문화하여 권고한 시점은 1985년이다. OECD는 ‘개발협력 프로그램에서 환경평가에 대한 의회의 권고(recommendation of the council on the envionmental assessment of development assistance projects and programs, 1985, 이하 ‘권고 문서’)’를 통해 회원국들에게 전체적인 개발협력 내 환경영향평가의 절차와 함께 수원국의 환경영향 관리 역량 향상을 위한 제안 사항들의 이행을 권고하였다.

OECD는 이 권고 문서에서 전체 환경영향 평가를 착수하기 전 스크리닝 절차의 이행필요성과 함께 환경영향 평가는 사업 기획 단계부터 가급적 빨리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환경영향 평가 시에는 수원국 정부 관계자와 사업에 영향을 받는 민간인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환경영향이 있다고 판단 시에는 이를 저감 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한 명시도 필요하다고 하였다. 또한, 환경영향평가 이후에도 평가 결과에 따른 저감 방안이 정상적으로 이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함을 설명하고 있다.

이 권고 문서는 국제개발협력에 있어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개략적인 체계를 정립하고 수원국의 주인의식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비자발적 이주를 포함한 사회적 측면의 고려가 미흡하고 정보공개나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검증 절차와 같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항들이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권고문서에서는 OECD 내에서 개발협력을 담당하는 위원회인 DAC(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를 통해 이러한 추가적인 사항들을 논의토록 하였다.

이 권고문서의 후속조치로 OECD DAC는 1991년, 비자발적 이주를 포함한 사회적 측면의 고려와 함께 실제 공여기관들이 환경영향평가 시 활용할 수 있는 사례를 논의하였다. OECD DAC는 환경영향평가가 사업 추진 시 기획단계부터 시행되고 이후 사업의 선정 및 이행 과정에 유기적으로 통합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1985년의 권고 문서와 대비 시 수원국의 주인의식을 강조하고 사업 선정 전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시행될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큰 틀은 유사하나, 상충되는 이해관계에 대한 공정한 판단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외부 검토 절차가 추가되고 공여국이 개발협력 사업의 승인 여부를 결정할 때 그 결과가 온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논의가 진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개발협력 사업으로 인해 재정착이나 이주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하면 실현가능한 모든 대안을 고려하여 이주를 회피하거나 최소화하고, 재정착이 불가피한 경우 비자발적 이주민들의 삶을 재건할 수 있는 지원 내용을 포함하는 사회적 영향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부분까지 논의가 확장되었다.

OECD DAC는 다양한 분야별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논의를 진행하는데 환경과 개발협력 간 연계의 중요성을 위해 2003년 환경과 개발 네트워크(Network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Co-operation, ENVIRONET)를 설립하였다. ENVIRONET은 의장 1명과 3명의 공동의장 체계로 구성되며, DAC 회원국뿐 아니라 비회원국 및 국제기구들도 옵저버 형태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ENVIRONET은 OECD DAC 회원국 간 개발협력 내 환경 주류화 현황을 상호 검토한 보고서를 공개하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주류화(environment mainstreaming)은 개발협력 정책 및 계획, 예산 수립과 행동에 있어서 선제적으로 환경을 고려한 활동이라고 정의하며, 개발협력에 있어 모든 절차에서 반영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개발협력에서 환경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제도를 비롯한 환경주류화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ENVIRONET은 2017년부터 환경주류화 현황 및 상호조사를 2년간 실시하였다. OECD DAC 회원국 중 30개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이 중 23개의 회원국이 응답하였으며, 평가단이 EU와 스웨덴, 캐나다를 방문하여 결과를 정리하는 형태로 조사가 진행되었다.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제도는 기후변화 주류화를 이행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으며, 2019년 기준으로, 설문조사 대상 응답국의 78%(18개국)이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표 1>).

표 1. OECD DAC 회원국 환경주류화 설문조사 주요 결과
• 91%의 회원국, 사업기획단계에서 환경목표 반영
• 78%의 회원국, 환경 세이프가드 운영 중
• 70%의 회원국, 본부직원들의 환경주류화 역량 보유
• 43%의 회원국, 전략적 환경평가(SEA) 및 그에 준하는 제도 운영 중

OECD DAC,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SEA, Strategic Environmental Assess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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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개발협력 내 환경에 대한 고려 필요성에 대한 권고로부터 시작된 국제사회의 논의는 비자발적 이주를 포함한 사회 영향까지 포괄적으로 고려한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제도 확대로 이어졌고, 이후 모든 사업 단계에 있어서 환경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을 의미하는 환경주류화로 논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환경주류화 흐름 속에서도 환경사회 세이프가드는 최소한의 예방조치로서 OECD DAC 회원국들이 준수해야 하는 원조 규범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2. 한국의 분절화된 무상원조 시행 체계

한국의 개발협력 시행체계는 국무조정실을 총괄로 하되 유상과 무상을 각각 기획재정부와 외교부가 주관기관으로서 기능하는 이원화된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유상원조는 EDCF(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가 단일 시행기관으로 활동하고 있으나, 무상원조의 경우 2025년 기준 40개의 공공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들이 각각의 예산을 갖고 사업을 시행하는 분절화된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ODA 예산 증가에 따라 다양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들의 참여가 증가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해석되나, 이해관계자 증가에 따른 부작용이 있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시행기관 수와 더불어 예산의 관점에서 분절화를 살펴보면 주관기관 및 유무상원조 전담 기관들을 제외한 17%의 예산이 기타 시행기관들에 의해 집행되고 있다. 김은미·김지현(2011)은 한국의 원조 체계에서는 부처 간의 공동의 목표의식이나 협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개별적인 법률에 의거해 경쟁적으로 사업이 증가함에 따라 원조를 시행하는 기관들의 책임성과 전문성, 도덕성이 약화되는 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2010년에 OECD DAC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원조 선진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원조 규범을 준수하고 다양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게 되었다. 이러한 사항들은 OECD DAC 동료 회원국 간 시행하는 동료검토(peer review)를 통해 확인된다. 한국은 2025년까지 총 3차례를 수검하며, 환경사회 검토 방안을 비롯해 다양한 원조 규범에 대해 이행을 권고받은 바 있다.

한국 정부가 제3차 동료검토를 위해 제출한 자기평가 보고서(OECD development cooperation peer review self assessment report, 2023)에 따르면 한국은 공적개발원조사업의 환경사회 영향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제도를 고도화하였으며, KOICA가 GCF 이행기구 인증을 받기 위해 2021년도에 환경사회 세이프가드 제도를 고도화한 성과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정부차원에서 2018년에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제도를 도입했다는 사실은 적시되어 있으나, 무상원조에 있어서 KOICA를 제외한 다른 시행기관들이 어떠한 형태로 세이프가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지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표 2>).

표 2. OECD DAC 동료검토 시 환경사회세이프가드 관련 권고
구분 권고사항
제1차 (2012) EDCF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제도를 기반으로 환경 세이프가드를 구축했으며, KOICA도 2012년부터 파일럿 형식으로 기후변화 주류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들은 전체 시행기관들에게 적용 확산되기 위한 시범 시행측면에서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제2차 (2017) 모든 유무상 원조에서 환경문제와 기후변화 이슈를 주류화하기 위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EDCF와 KOICA 모두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비교적 구체적인 지침을 개발했으며, EDCF는 세계은행 및 아시아개발은행 기준을 참고하여 세이프가드 정책을 마련하였다.
제3차 (2024) 한국은 사업 설계 및 시행에 있어서 기후에 대한 고려사항을 체계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수단을 다각화했다. 무상지원과 관련하여 KOICA는 환경 및 사회적 위험 선별, 환경 및 사회 영향 평가, 잠재적 위험 사업에 대한 환경 및 사회적 관리계획 수립 등에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 위한 환경, 사회적 보호 조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다른 시행기관이 실제로 어떠한 절차와 보호 조치를 운영하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출처: OECD DAC 동료검토 보고서(2012, 2024) 기반 저자 재구성.

OECD DAC,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ADB, Asian Development Bank; EDCF, 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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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은 무상원조 시행기관 중 KOICA를 제외한 공공기관들은 개발협력 목표 달성이 설립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개발협력 분야 국제 동향이나 준수 규범에 대한 인식이 약하고, ODA를 활용한 국익 추구 목적에 보다 관심이 높아 환경 및 사회 영향 보호 조치에 대한 동인이 약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 ODA 예산의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따라 무상원조 시행기관들의 사업규모가 확대되며 환경사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도 OECD DAC 회원국으로서 전체 무상원조 시행기관을 대상으로 한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는 점에서 본 연구가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있다.

3. 선행연구 및 시사점

그간의 선행연구들은 대부분 차관을 지원하는 다자개발은행 및 유상원조 기관에 집중하여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는 차관사업이 무상원조 대비 단위 사업별 규모가 크고 대규모 인프라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아 환경사회적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OECD DAC 국가들의 무상원조 공여비중은 평균 총액 대비 89% 수준으로 높은 상황이며, 한국의 경우에도 무상원조 비중과 규모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시, 무상원조 기관들에도 적용 가능한 다양한 사례 연구의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이 총괄기관, 주관기관, 시행기관의 3단계로 구성된 독특한 개발협력 체계 하에서 분절화된 ODA를 실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기관별 이행 현황을 넘어 범정부적 개발협력 체계 속에서 환경사회세이프가드의 이행 현황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시사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개발협력 시행체계 내 환경주류화 관점의 확대에 대한 연구로 정지원 외(2019)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2017년 ODA 사업에서 기후변화 주류화 실태 평가 결과에 따라 기후 체크리스트를 도입하여 모든 사업의 발굴 단계에서 기후위험을 고려하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를 마련한 것을 당시 한국의 개발협력 역량과 여건 내에서 기후변화를 고려하기 위한 착수점으로 긍정 평가하였다.

환경사회 세이프가드를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달성의 일환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기후변화 주류화 관점에서 연구한 사례도 있다. 이초란(2022)은 주요 공여국인 미국과 독일의 개발협력에서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 비교 연구를 통해 환경사회 세이프가드를 포함한 기후위험 요소 측정을 필수적으로 수행하도록 계획단계에서 기후변화 요소를 고려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이행방안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개발협력에서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이행 필요성에 대해서는 선행 연구가 있었다고 볼 수 있겠으나 한국의 체계 내에서 실질적 이행에 대한 시사점을 찾기 위해서는 단순 세이프가드 제도 자체의 비교가 아닌 각 국가별로 상이한 개발협력 체계 속에서 법 제도 및 세이프가드 총괄 부처, 이행 메커니즘을 다층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에서는 OECD DAC 국가 중 한국과 ODA 규모가 유사하고 무상원조 중심으로 원조가 추진되는 호주의 사례와 유상과 무상을 단일 기관에서 추진 중인 일본, 분절화된 체계에서 무상원조를 추진 중인 독일의 사례를 분석하여 한국의 개발협력 체계 내에서 개선을 위해 적용이 가능한 함의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Ⅲ. 국가별 환경사회세이프가드 비교 분석

1. 국가별 환경사회세이프가드 분석
1) 일본

일본은 아시아권을 대표하는 주요 공여국 중 하나로 일본국제협력기구(Japan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JICA)를 중심으로 원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2022년 개발협력백서를 통해 ODA를 국제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고 궁극적으로 일본의 국익을 증진하는 중요한 외교적 수단으로 명시하고 있다. 일본의 정부 체계를 보면, 총리실의 주도하에 외무성이 개발협력 주관부처 역할을 맡고 있으며, JICA가 대부분의 원조 사업을 집행하는 시행기관으로 기능한다.

한국은 1980년대 후반 원조 체계를 정립하는 초기에 일본의 개발협력 체계 및 법제도의 영향을 크게 받은 바 있다. 1987년 EDCF 설립과 1991년 KOICA 설립이 그 주요 사례이다. 그러나 이후 일본은 JICA를 중심으로 유상 및 무상 원조를 통합하여 ‘New JICA’를 발족하는 일원화된 시행기관 체계로 체제를 개편하였다. 반면 한국은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을 수립하고 국무조정실을 주축으로 외교부와 기획재정부가 각각 유상과 무상원조를 주관하며 다양한 시행기관이 존재하는 분절화된 시행체계로 발전하였다. 일본의 경우 JICA와 외무성이 전체 ODA 예산의 89.1%를 집행하며, 나머지 10.9% 또한 공공기관이 아닌 정부 부처를 통해 집행되는 특징을 보인다.

2020년 일본을 대상으로 실시된 OECD DAC 동료검토에서 평가단은 일본이 개발협력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효과적인 환경사회영향 스크리닝 제도를 구비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JICA의 환경사회 배려 가이드라인(guidelines for environmental and social consideration)을 통해 체계적으로 환경사회 영향에 대한 스크리닝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하였다.

JICA 가이드라인은 기본원칙에서 지속가능개발목표 달성을 위해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leave no one behind)다는 인간안보(human security) 원칙에 입각한 점을 밝히고 있다. 또한 개발협력을 파리기후변화협약과 이를 이행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의지를 반영코자 하였다는 점과 가이드라인 수립 과정에서 세계은행을 비롯한 다자개발은행의 환경사회 세이프가드와 타 공여국의 사례를 참고하였음을 설명하고 있다.

JICA 가이드라인은 2008년 JICA가 유무상 통합 기관으로 거듭난 2년 이후인 2010년에 최초로 제정되었으며, 유무상 원조 전체 범위에 적용된다. 다만, 전쟁이나 자연재해 복구와 같은 긴급한 개발협력에 대해서는 환경사회배려 자문위원회(advisory committee)에 보고하고 자문을 받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JICA 가이드라인은 제정 이후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담론 및 기후변화 논의와 같은 국제사회의 최신 논의 동향을 반영하여 2022년에 개정되었다. 개정 과정에서 학계, 시민사회, 민간, 유관부처로 구성된 환경사회배려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개정초안을 공개하여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취하며 투명한 의사결정 수립에 중점을 두었다. 가이드라인은 5년 이내에 실행 측면에서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10년 내에 종합적 검토를 실시하게 된다. 종합적 검토에서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될 시, 일본 정부관계자 및 시민사회, 민간 전문가의 의견들을 반영하여 가이드라인 개정을 추진한다.

JICA 가이드라인은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들을 갖추고 있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평가된다. 공정성 측면에서는 객관성 담보를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 평가단으로 운영되는 이의절차(objection procedure)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JICA가 가이드라인을 충분히 이행했는지와 JICA가 추진한 개발협력 사업으로 인해 환경사회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여 중재나 재검토가 필요한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독립평가단은 매년 3명으로 구성되는데, 경제학 및 환경공학 전공의 학계나 연구원으로 구성되며 구성인원과 활동 내용은 매년 JICA의 홈페이지에 영문으로 공개된다.

이의절차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총 3건의 검토요청이 접수되었으며 주로 토지 및 이주와 관련된 분쟁의 재검토 요청이었다. 이러한 독립 평가단 제도는 JICA 내부 인사나 재외공관의 외압 없이 객관적인 사업 이행을 가능하게 하며 가이드라인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장점이 있다.

또한 JICA는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환경사회 배려 자문위원회(Advisory Committee for Environmental and Social Consideration)을 구성하여 환경사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대한 자료를 검토하고 자문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자문위원회는 총 41개의 사업을 검토하고 JICA에 557건의 자문의견을 제출하였는데 JICA는 이 중 98.7%인 550건의 의견을 반영하여 사업계획서를 조정하였다. 이는 자문위원회가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JICA는 공식적으로 자문위원회의 구성인원을 밝히고 있지는 않으나 조공장ㆍ마츠모토 사토루(2016)에 따르면 자문위원회의 위원은 대부분 교수 및 연구자, NGO 관계자로 구성되며, 2년의 임기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위원회의 구성은 환경정책, 환경법, 환경학, 자연환경 및 사회학과 같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다.

일본의 JICA가 유상과 무상을 총괄하며 세이프가드를 이행하고 정보공개, 이의제기에 대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한국은 유상은 기획재정부와 수출입은행, 무상은 외교부와 KOICA를 비롯한 여러 시행기관이 개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부터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예산 집행 측면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차이점이 있는데 JICA와 외무성이 89.1%의 예산을 집행하며 대부분의 원조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외교부와 KOICA가 35.7%, 기획재정부와 EDCF가 47.3%를 집행하며 이외의 시행기관들이 17%를 집행하며 예산 측면에서도 분절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세이프가드 이행 체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독립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스크리닝 결과와 이행 과정 전반을 점검하는 제도의 유무이다. JICA가 내부직원 없이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통해 사업의 초기 단계부터 모니터링까지 자문을 받는 것에 반해, 한국은 독립된 외부 자문 체계를 갖추지 않고 있다. 또한 JICA의 외부 전문가들은 단순히 자문의 영역을 넘어 실질적 사업 계획서 조정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효과적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도 원조 체계 전반에 있어서는 민간 위원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는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원조에서 유무상을 총괄하고 있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는 12명의 민간위원을 두고, 실무위원회와 평가전문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고 있으나 이 위원들은 보건, 개발협력, 시민사회와 같이 개발협력의 전반적 분야에 걸쳐 구성되어 환경적 측면을 전문적으로 자문할 수 있는 인사가 부족하고 산하의 실무위원회나 평가전문 위원회의 역할 중에서도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이행현황을 점검하는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주관기관 측면에서 보았을 때, 무상원조 주관기관인 외교부에서 신규사업을 심사하고 승인하는 무상원조관계기관 협의회가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으나 별도의 외부 전문가를 통한 환경사회 세이프가드 검증 절차는 공개되고 있지 않다.

2) 호주

호주는 한국과 유사한 규모로 개발협력을 추진하는 국가이다. 호주는 지정학적 위치 상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이 국가의 안보와 직결된다. 호주 주변 국가들의 다수가 태평양 도서국으로 취약한 국가들이 많아 불법이민이나 안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호주는 원조를 인근 국가들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호주는 대부분의 원조를 무상원조로 추진하고 있으며, 외교통상부(Department of Foreign Affairs and Trade, DFAT)가 정책수립부터 사업 집행까지 통합하여 관리하는 일원화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일원화된 체계는 2013년 이후 구축된 것으로, 이전에는 독립된 호주국제개발청(Australian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AusAID)과 외교통상부가 개발협력 업무를 분담하였다. 2013년 당시 호주 정부의 집권당 교체에 따라 개발협력과 외교전략 간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두 기관이 통합되며 호주는 일원화된 집행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호주의 개발협력 환경정책은 호주 외교통상부가 2014년에 발표한 정책문서인 Environment Protection Policy for the Aid Program을 근거로 수립되었다. 이 문서에 의하면, 호주는 1999년부터 시행된 환경보호 및 생물다양성 보존법(EPBC act)에 따라 해외에서 추진되는 활동이 환경적으로 발생시킬 영향을 피하거나 경감할 의무를 진다.

호주는 우리나라의 개발협력 기본법에 해당하는 법제는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호주 정부가 추진하는 개발협력 사업에 자국의 환경보호 및 생물다양성 보존법을 적용하도록 하여 환경사회세이프가드에 대한 법률적 배경을 갖추고 있다. 이는 호주 외교통상부 이외의 다른 정부부처가 개발협력사업을 시행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호주의 환경보호 및 생물다양성 보존법을 준수하도록 강제되므로, 전체 호주 원조를 대상으로 하는 환경사회세이프가드의 구속력은 높다고 판단된다. 또한 호주 외교통상부는 원조의 대부분을 직접 집행하며 범정부적 개발협력 정책을 수립하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 개발협력 법제가 없더라도 일관성 있는 원조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호주의 환경사회세이프가드는 2018년에 수립되었으며, 호주 외교부를 경유하는 모든 원조에 적용된다. 호주는 개발협력사업 프로그래밍 가이드에서 환경사회영향 스크리닝을 기획 단계에서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절차로 규명한다. 세이프가드는 ‘위험 및 스크리닝 식별 도구(risk and safeguard screening tool)’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이 식별 도구는 총 9개의 주요 분야에 대한 위험을 스크리닝하기 위해 작성되며, 분야별 5개에서 14개의 세부 항목들에 대한 위험을 점검토록 구성되며, 식별된 위험들은 총 4단계(low, medium, high, very high)로 구분되며 위험도가 높은 단계(high, very high)로 분류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환경사회영향평가(Environmental and Social Impact Assessment, ESIA)와 환경사회관리계획(Environmental and Social Management Plan, ESMP)의 작성 및 제출이 의무화된다.

스크리닝 단계에서 사업이 환경에 심각한 영향(significant impact)을 미치는 것으로 검토되면 호주 환경부의 자문을 거치도록 절차가 진행된다. 이는 호주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뿐만 아니라 타 국가가 주도하는 원조에 호주 정부가 재원을 투입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환경부는 해당 사업을 접수한 날로부터 근무일 기준 20일 이내로 환경보호 및 생물다양성 보존법에 따른 조치사항이 필요한지 여부를 포함하여 승인을 결정한 후 외교통상부로 회신해야 한다. 호주는 이러한 부처 간 협업 방식을 통해 외교통상부가 취약한 환경 분야의 전문성을 보완하고 있으며, 일본의 사례와 같이 외부자문을 통한 스크리닝 결과 재검토 절차나 독립된 외부위원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호주는 세이프가드 이행의 품질 확보를 위해 기후변화 재해위험 감소, 아동보호 등의 세부 평가 항목별로 별도의 가이드라인과 통일화된 양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이프가드 적용 시점과 주의사항에 대해 상세한 정책문서를 공개하고 있다. 호주 역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정보공개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구체적으로 외교통상부 홈페이지나 원조정보포탈을 통해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는 않다.

호주는 환경사회세이프가드에 익숙하지 않은 참여자들을 대상으로도 세부 내용과 적용 방법을 숙지할 수 있도록 상세한 가이드라인과 구체적인 양식을 작성하여 배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환경사회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스크리닝지는 외교부가 각 무상원조 시행기관에 배포하고 있으나, 개발협력에 익숙하지 않은 참여자를 대상으로 항목별 세부 가이드라인이나 양식은 배포하고 있지 않으며, 별도 교육도 실시하지 않고 있다. 호주 외교통상부가 범정부적으로 배포하는 상세 가이드라인 사례는 한국의 분절화된 무상원조 이행 체계 내 시행기관들의 개발협력 역량이 기관 간 편차가 크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전체 시행기관을 대상으로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역량을 단기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구체적 가이드라인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3) 독일

독일은 OECD DAC의 창설 회원국이자 경제대국으로서 개발도상국의 자립 역량에 집중하는 원조를 수행한다. 독일 역시 한국과 유사하게 개발협력 체계가 분절화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개발협력 정책 수립 기능은 경제협력개발부(Bundesministerium für wirtschaftliche Zusammenarbeit und Entwicklung, BMZ)로 통일되어 있으나, 집행 측면에서는 BMZ, 외교부, 유상원조 전담 기관인 재건신용기관(Kreditanstalt für Wiederaufbau, KfW)을 제외하고도 전체 예산의 30.4%가 다양한 시행기관들에 의해 집행되며, 환경부, 교육연구부, 보건부 등 14개 부처가 개발협력에 참여한다.

한국이 국무조정실의 총괄기능 중심으로 유무상을 기획재정부와 외교부가 주관하는 범정부 체계를 갖춘 것과 달리, 독일은 유상 및 무상을 포함한 전체 독일의 개발협력 업무만을 전담하는 독립된 정부 부처인 BMZ를 두고 있다. BMZ 장관은 국무회의에 참여하며 타 부처들과의 협력을 통해 개발협력 정책을 총괄 감독한다. 독일은 개발협력 기본법에 해당하는 법률은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BMZ가 수립하는 ‘Development policy 2030’과 같은 정책 문서가 독일의 범정부적 개발협력 정책의 근간 문서로서 기능한다. 집행 측면에서는 한국과 유사하게 유상원조는 KfW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기술 협력은 GIZ(German International Zusammenarbeit)를 중심으로 다양한 개발 주체들이 연계되어 운용되고 있다. 분절화 문제에 대해 독일에서도 유상과 무상원조 기관을 통합하는 방안도 논의가 되었으나, 유상과 무상 기관의 주무부처가 다르고 각 기관 간에 이미 긴밀한 협력관계가 이루어진 상태로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이원화된 집행체계가 유지되고 있다.

독일은 개발협력 기후 주류화 측면에서 국제사회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2010년 OECD DAC 동료검토에서 평가단은 독일이 2009년 중반부터 ‘Climate Check’ 체계를 도입하여 모든 사업에 기후 주류화 관점을 적용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독일은 1988년부터 개발협력에 환경영향평가(Environmental Impact Assessment, EIA)를 적용하고 있으며, BMZ는 이 EIA와 전략적 환경평가(Strategic Environmental Assessment, SEA)를 climate check 체계에 통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김정욱과 황금물결(2023)은 2014년부터는 climate check 체계를 의무화하여 사업 제안 단계에서 환경영향을 평가하며, 불충분한 경우 사업 승인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 점을 설명하고 있다.

BMZ는 개발협력 총괄기관으로서 전체 독일 정부와 기관들이 사업을 발굴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양자협력 가이드라인(guidelines for bilateral financial and technical cooperation)을 2021년부터 수립하여 활용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독일 정부의 사업 승인 단계에서 환경영향평가 서류 제출을 의무화함을 명시한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 사전 스크리닝이나 카테고리화는 진행하지 않으며 정보공개의 범위 및 방식에 대한 설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BMZ는 환경분야 중점 전략 문서(2024, conserving nature and natural resources, protecting life on Earth)에서 독일의 국제개발협력이 파리 협약과 토지황폐화중립(Land Degradation Neutralit, LDN)을 준수하며 개발도상국들의 생물다양성과 환경 보전을 핵심 분야(core areas)로 설정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정책방향에 대한 실질적 이행을 위해 기후환경영향 평가를 질적 기준(quality criteria)로 설정하여 전체 개발협력에 대해서 적용하고 있다. BMZ는 질적 기준을 전체로 적용하는 이유에 대해 환경문제가 에너지, 사회 인프라, 농업 등 개발협력 활동에 수반되는 다양한 활동에 연계하여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BMZ가 전체 정부 부처를 대상으로 가이드라인과 정책을 배포하고 climate check 제도를 의무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규 사업들을 사전 스크리닝 및 카테고리화하는 형태의 세이프가드는 유상원조를 전담하는 KfW에만 적용된다. 기술 협력 중심의 사업을 집행하는 GIZ는 모든 사업에 대해서 스크리닝 제도를 실시하지는 않으며, 대신 전체 사업 주기에 걸쳐 환경 주류화 관점을 적용하여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법제적 측면에서, 독일은 개발협력 기본법은 없으나 개발협력 업무를 전담하는 BMZ가 정책 집행 및 사업 조정 권한을 보유하여 분절화 문제를 최소화하고 있다. BMZ는 외교부나 재외공관과 분리된 독립 행정부처로서, 개발협력 본연의 성과 창출과 환경영향 최소화를 포함한 국제 개발협력 규범 준수에 부합하고자 하는 유인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개발협력 현장에서도 BMZ 산하의 GIZ와 KfW는 재외공관과 별개의 개발협력 주체로서 인정받고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주관기관인 기획재정부와 외교부는 각각 경제적, 외교적 목적과 밀접하게 연계된 부처로서 없이 독일과 같이 개발협력 사업에 대한 환경주류화를 범 정부적으로 추진하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존재한다.

2. 한국의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이행 체계

유상원조와 무상원조 전체를 총괄하는 국제개발협력기본법과 그 시행령에서 환경사회영향평가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절차를 명시한 사항은 없다. 총괄기관인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도 환경사회세이프가드의 추진 필요성은 언급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시행방법을 명시하여 의결하지는 않고 있다.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그린뉴딜 ODA 추진전략(2021)에서 모든 ODA 사업의 준비단계부터 기후, 환경 영향을 평가하고 실행평가단계에 관리계획을 수립 및 이행토록 하였다. 무상과 유상 분야별로는 유상원조는 기후위험 사전평가를 신설하고, 무상원조는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스크리닝을 신설토록 하였다.

무상원조 주관기관인 외교부는 2020년 신규 무상원조사업 시행계획 작성지침(2019)을 통해 2020년 신규사업부터 환경사회 세이프가드 제도를 단계적으로 적용한다고 전체 시행기관을 대상으로 안내하였다. 무상원조 시행체계에서 외교부는 매년 전체 시행기관의 사업을 심사하여 무상원조사업 시행계획을 작성하고 국무조정실로 송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시행계획 단계에서 외교부의 주요 역할은 각 시행기관들의 사업이 중복되는지 여부와 국제규범 및 국정과제 이행에 부합하는 사업인지를 심사하고 있다. 연간 신규사업 제출을 위한 일정 및 필수 구비서류를 포함한 무상원조사업 시행계획 작성 지침은 매년 외교부 개발협력국에서 전체 시행기관을 대상으로 배포하고 있으며, 지침 상 요구서류를 구비하지 못해 심사에 탈락할 시 해당 사업은 예산 요구 진행 절차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시행기관들에게 구속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제도를 범정부 차원에서 최초로 도입한 2019년에는 무상원조 시행기관들이 스크리닝 설문지에 따라 사업유형을 구분하도록 하였다. 작성 범위는 신규로 시작하는 사업으로 인프라 구축을 포함하지 않는 개발컨설팅 사업 및 초청연수, 기술협력과 같은 무형의 사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스크리닝 설문지는 총 21개의 설문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2019년에는 도입 초기인 관계로 영문 설문지는 배포되지 않고 국문으로 배포되었으며 국내 무상원조 시행기관들이 설문지를 작성하여 제출토록 안내되었다. 기관별로 스크리닝 설문지에 대한 이해도가 달라 사업유형 구분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도 있기에 외교부가 사업유형 구분이 적절하지 않을 경우 유형 변경을 통보할 수 있다는 내용도 안내가 포함되었으나, 실제 외교부가 전체 유형을 검토하고 변경한 내용이 있는지에 대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스크리닝 결과 환경에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판단 시, 환경사회 관리계획을 제출하고 이를 심사 시 정책부합성의 관점에서 심사한다고 하였으나, 구체적 환경사회 관리계획의 목차나 준위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안내는 부재하였다.

외교부는 2019년 최초로 전체 무상원조사업에 대한 환경사회 세이프제도를 적용한 이후, 지속적으로 스크리닝 사업에 대한 유형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아울러 스크리닝 설문지의 경우에도 문항수를 확대하였다. 그러나 기관들이 제출한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설문 결과를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통해 심사하고 협력대상국 관계자 중 어느 직급이나 기관의 검증을 받아 제출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환경사회영향평가 및 환경사회관리계획의 경우에도 구체적 목차 제시는 여전히 무상원조 시행계획 작성지침 문서 내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모든 무상원조 신규사업은 외교부가 주관하는 무상원조관계기관협의회(이하 ‘협의회’)를 거쳐 심사가 진행되는데, 환경사회영향평가 및 관리계획은 이 협의회 절차가 종료되기 전까지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지침이 안내되고 있다. 그러나 이 협의회에서 환경사회 스크리닝 등급을 포함한 제반 평가서류들을 외부 전문가를 통해 재검증하는 절차는 별도로 확인되지 않으며, 관련된 보고서들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내 무상원조 중 가장 많은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 KOICA의 경우 별도로 ‘환경·사회 세이프가드 이행지침’ 및 ‘환경사회 세이프가드 프레임워크’를 수립하여 환경사회 영향에 대한 스크리닝을 실시하고 있다. KOICA가 환경사회에 대한 영향을 본격적으로 공적개발원조 사업 실시에서 고려한 시점은 2012년으로 ‘KOICA 환경주류화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환경주류화 3개년 이행전략(2013∼2015)’를 시행하면서부터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환경에 대한 고려를 사업 발굴 및 수행과정 전체에 확장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권고사항 수준으로 운영되어 이행력이 약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구체적 이행 방안을 담은‘환경사회 세이프가드 이행지침’을 마련하여 2018년부터는 환경사회세이프가드를 전체사업에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본격적으로 환경사회 영향에 대한 스크리닝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환경사회 세이프가드의 기준과 원칙, 실행절차를 포괄적으로 제시하여 설명하는 문서인 ‘환경사회 프레임워크’를 보완적 성격으로 수립하여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KOICA의 환경사회 세이프가드는 사업발굴을 위해 실시하는 예비조사 시 환경사회 스크리닝 질문지에 수원국 담당자가 KOICA 현지사무소와 협의 후 작성을 해서 제출하면 환경사회 세이프가드 총괄부서가 이 문서에 기반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에 따라 사업을 세부 분류하는 스크리닝 절차를 거치게 된다. KOICA는 환경사회 위험의 정도에 따라 A, B, C 3단계로 사업의 등급을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구분은 외교부의 환경사회세이프가드 등급 분류체계와 유사하나 단계별 정의는 상이하다. 아울러 B등급 이상의 사업의 경우 사업심사위원회 이전까지 환경사회영향평가를 이행하고 이를 제출해야 신규 사업으로 승인받을 수 있다(<표 3>).

표 3. 외교부 및 KOICA의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스크리닝 분류 등급 정의
카테고리 외교부 KOICA
A • 국내의 경우,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되는 사업
• 고유한 전통 생활양식을 가진 원주민의 비자발적 이주(200명 이상) 수반 사업
• 환경․사회에 중대한 위험과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사업
B • 협력대상국의 관련법에 따라 환경사회 영향평가 대상에 포함되는 사업(한국 환경영향평가법 기준 미만) • 환경 및 사회에 중간 정도의 위험과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사업
C • 국내․외 환경사회영향평가 미대상 사업 • 환경 및 사회에 특별한 위험과 부정적 영향이 없거나 통상의 조치를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사업

출처: 무상원조 시행계획 작성지침 및 KOICA 환경사회 세이프가드 이행지침(한국국제협력단, 2024) 기반 저자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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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ICA의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이행절차를 살펴보면 사업을 제출하는 사업부서에서 국내 환경영향평가법 및 환경영향평가 대상 기준 등을 준용하여 자체 분류하고, 총괄부서가 스크리닝 위원회에 이를 상정하여 등급을 확정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스크리닝 위원회는 6인 이상 8인 이내의 KOICA 내부 및 외부위원으로 구성되며, 외부위원의 비율을 과반 이상으로 구성하여 객관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아울러 스크리닝 위원회가 너무 많은 안건을 다루는 현상을 막고자, 총괄부서가 1차적으로 환경사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C등급 사업을 분류하고 C등급 사업은 위원회에 상정하지 않고 있다.

KOICA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모든 신규 사업들의 환경사회 스크리닝 결과를 게시하고 있으며, 2020~2024 신규사업 347건 중 총 10건의 사업이 B등급으로 분류되고, 나머지 337건의 사업들은 모두 C등급으로 분류되어 비교적 환경사회 영향이 큰 사업들의 비중은 낮은 것으로 확인된다. B등급 사업의 평균 사업비는 1,077만 불로 2020~2024년 기준 KOICA 신규 프로젝트 사업 평균사업비인 809만 불을 상회하고 있으며, 이는 B등급 사업들이 대체로 환경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인프라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B등급 이상 사업의 경우 스크리닝 결과에 추가하여 환경사회영향평가 결과도 같이 공개된다.

KOICA를 제외한 타 무상원조 시행기관들의 경우, 별도의 세이프가드 제도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또한 각각의 시행기관 및 주관기관의 공식 홈페이지 및 발간물에 환경사회세이프가드를 적용한 스크리닝 결과가 공개된 것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어 향후 범정부적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체계 개편 시 유무상 스크리닝 제도 통합 이후 정보공개 방안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3. 국가별 비교에 따른 시사점

한국을 비롯해 본 연구의 비교대상군으로 설정한 독일, 일본, 호주는 모두 OECD DAC 회원국으로 개발협력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환경사회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세이프가드 운영체계를 운영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세이프가드의 목적은 동일하나 국가별로 양식과 운영하는 방식은 상이하였는데, 이는 국가별 개발협력 체계가 다른 점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한국의 경우 국무조정실이 원조 총괄기관으로서 범정부 개발정책 수립 기능은 보유하고 있으나 사업의 직접 시행에는 관여하지 않는 관계로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이행 및 점검에 대해서는 유무상 주관기관의 관여가 더 큰 것으로 확인된다. 반면에 타 국가들의 경우 개발협력 총괄기관이 직접 개발협력 사업을 이행하거나 산하에 개발협력 전담 기관들을 두고 있어 환경사회세이프가드의 수립에서 이행까지 전반의 과정을 실시하고 있다. 독일, 일본, 호주의 경우 ODA 총괄부처에서 범정부 개발협력 가이드라인이나 총괄부처 산하의 기관(JICA, GIZ 등)을 활용하여 세이프가드 제도를 이행하고 있다(<표 4>).

표 4. 주요 공여국의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이행 비교
구분 독일 일본 호주 한국
ODA 체계 분절화 JICA 중심 유무상 일원화 일원화 분절화
양자원조 중 무상원조 비중 (2023 기준, %) 93.14 40.67 99.74 68.74
ODA 총괄부처 BMZ 외교부 외교통상부 국무조정실
세이프가드 근거문서 개발협력정책 개발협력대강 환경 및 생물 다양성 보존법 개발협력 기본계획
외부위원회 X O O X
구체 세이프가드 설명문서 △ (GIZ, KfW) △ (JICA) O △ (KOICA, EDCF)

출처: 저자 작성.

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JICA, Japan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BMZ, Bundesministerium für wirtschaftliche Zusammenarbeit und Entwicklung; GIZ, German International Zusammenarbeit; EDCF; 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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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의 분절화된 무상원조 시행체계 내에서 단기적으로 적용 가능한 시사점은 전체 시행기관 대상 상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호주의 사례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분절화된 무상원조의 통합적 관리를 위해 외교부가 무상원조 관계기관 협의회와 같이 여러 시행기관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폭적인 개발협력 체계의 개편이 없이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교육 커리큘럼만 구비된다면 현재의 체계 내에서도 충분히 전체 시행기관 대상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역량 제고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호주는 외교통상부가 개발협력 분야의 전문인력을 보유하며 직접 환경사회세이프가드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과 엑셀 형태의 점검 양식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한국의 외교부는 환경사회세이프가드 가이드라인 작성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외부 용역이나 산하기관인 KOICA를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환경사회세이프가드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독립된 위원회 및 부처의 검토를 거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스크리닝 제도에 대한 여러 시행기관들의 이해 제고가 선행되어야할 것이나, 현재의 체계 내에서는 주관기관 및 총괄기관이 환경사회세이프가드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어렵고, 자문위원회를 구축한다 해도 충분한 독립성을 부여하지 않는다면 검토의견이 왜곡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본 연구를 통해 조사된 사례로 살펴보면 일본의 경우에는 학계 및 NGO 등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독립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스크리닝 제도가 객관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호주는 환경사회 스크리닝 결과 환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될 시 이를 개발협력 업무와 독립된 부처인 환경부에 전달하여 자국의 환경 및 생물다양성 보전법에 따라 조치사항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절차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독립된 검토 절차가 구비되어야 사업대상국 고위직이나 재외공관을 비롯한 대외적 영향 및 정치적 동인에 의한 사업들의 환경사회 영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각 시행기관들이 제출하는 스크리닝 설문지와 환경사회영향평가 보고서를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자문위원회나 독립된 부처 혹은 기관이 이를 스크리닝할 수 있는 제도가 구축되어 있지 않기에 이를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 개발협력기본법 상 무상원조 주관기관인 외교부가 전체 시행기관을 대상으로 사업을 심사하고 승인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개발협력과 독립된 부처인 환경부를 통한 환경영향평가 조치필요성을 검토하는 호주 사례보다는 자문위원회 구성으로 객관성을 확보하는 일본 사례를 적용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에서 조사한 공여국인 일본, 호주, 독일은 모두 원조 시행 체계에 있어서 한국의 사례와 같이 총괄기관과 주관기관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단독 기관이 전체 범정부 개발협력 체계를 총괄하고 있는 비교적 단순한 체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개발협력기본법 제정 필요성이 높지 않아 별도 법률을 제정하지 않고 개발협력 기본 정책문서를 수립하여 국가의 개발협력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반면, 한국은 개발협력 체계의 특성상 개발협력기본법 및 시행령을 제정하여 운용하고 있으며 이는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제도를 비롯해 범정부적 개발협력 체계 내에서 특정 제도를 시행코자 할 때 제도적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기본법의 개정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례로 2013년 장애인의 인권 향상에 관한 사항을 개발협력의 기본정신에 추가하여 장애인에 대한 개발협력에서의 조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사례가 존재하고 있기에 환경사회 세이프가드 이행에 대한 근거법률 마련도 이와 유사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Ⅳ. 결과 및 고찰

1. 연구의 주요 성과

본 연구는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에 있어서 분절화된 무상원조 시행 체계 내에서도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찾기 위한 연구로서 한국과 국제사회의 환경사회세이프가드 관련 현황 및 논의 흐름을 정리하고 OECD DAC 주요 공여국인 독일, 호주, 일본의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적용 현황과 근거 법률, 원조체계를 비교 분석하였다. 그간 국제개발협력 내 유상원조와 다자개발은행의 환경사회세이프가드에 대한 연구는 다수 이루어졌으나 범정부 차원의 개발협력 체계 속에서 이를 조망한 연구는 부족하였다. 본 연구는 단순히 국가별로 다른 세이프가드 제도 자체를 비교한 것이 아닌 각 국가별로 상이한 개발협력 체계 속에서 법 제도 및 세이프가드 총괄 부처, 이행 메커니즘을 다층적으로 분석하여 적용 가능한 시사점 및 제언사항을 도출하였다.

국제사회에서 개발협력 내 환경사회세이프가드에 대한 논의는 OECD DAC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1985년 OECD가 최초로 개발협력 내 환경에 대한 고려성을 회원국들에게 권고한 이후 비자발적 이주를 포함한 사회 영향까지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었다. 이후 국제사회의 환경주류화 확대 흐름 속에서 환경사회세이프가드는 최소한의 예방조치로서 한국을 포함한 OECD DAC 회원국들이 준수해야 하는 원조 규범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한국의 무상원조 체계 내에서는 KOICA와 같이 자체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정책을 보유한 기관을 제외한 시행기관들을 대상으로는 무상원조 주관기관인 외교부가 신규사업 심사 시 스크리닝 설문지 및 환경사회영향평가 결과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스크리닝 설문지 작성을 위한 구체 가이드라인이나 외부 자문위원회 검토는 실시하고 있지 않기에 환경사회 세이프가드 제도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정부 간 개발협력사업에 있어서 통상적으로 수원기관이 되는 개발도상국 공공기관이나 부처들은 환경영향에 대한 위험보다는 사업승인에 더 우선순위를 둘 가능성이 있으며, 마찬가지로 사업을 시행하게 되는 국내의 시행기관들 또한 사업승인이 각 기관의 예산 증가와 연계되기 때문에 환경영향에 대한 비중을 낮출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개발협력을 공여하는 공여국 내에서 이러한 위험을 경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주요 성과 중 하나는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에 있어서 타 공여국의 사례를 분석하여 우리 개발협력 체계에 적용 가능한 시사점을 도출했다는 점에 있다. 현재 한국의 개발협력 체계 내에서 단기적으로는 이행 가능한 제안 중 하나는 호주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과 같이 무상원조 내 시행기관들을 대상으로 실질적 이행방안 및 고려사항을 담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적 역량 구비와 함께 검토할 사항은 환경사회세이프가드에 대한 객관성 확보 측면이다. 일본은 JICA 내 독립된 전문가로 구성된 환경사회배려자문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호주는 환경사회 영향이 큰 경우 외교통상부가 환경부에 해당 개발협력사업의 환경적 조치 필요성을 검토할 수 있는 제도를 구비하고 있으나 한국은 환경사회세이프가드에 대한 객관적 자문체계가 미비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한국의 체계 내에서는 이미 구축되어 운영 중인 국제개발협력 심사 메커니즘인 국제개발협력위원회 및 무상개발 협력전략회의 내에 환경사회 세이프가드 이행의 객관성 제고를 위해 독립된 전문가 그룹이 시행기관들이 제출하는 사업들의 환경영향을 점검하고 심사할 수 있는 분과위원회를 신설하는 형태로 이러한 객관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개발협력기본법에 따르면 주관기관은 소관 분야의 업무를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분야별 개발협력전략회의를 운영할 수 있도록 근거가 마련되어 있기에 이러한 개선에 대한 법적 근거는 확보되었다고 볼 수 있다.

2. 연구의 한계

본 연구에서는 주로 OECD DAC 국가들의 동료평가 결과와 국가별 공적개발 원조 백서자료, 우리나라의 국제개발협력 시행계획와 같이 공개된 자료를 주로 활용하여 연구를 실시하였다. 조사한 국가별로 개발협력 전담 부처나 기관의 자료는 확보할 수 있었으나, 개발협력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기관들의 환경사회 세이프가드에 대한 세밀한 연구는 제시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OECD DAC 국가 중 한국과 유사하게 분절화 정도가 심한 국가들의 사례에 대한 추가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이 경우, 스페인과 같이 지방정부의 독립성이 높아 분절화된 경우의 사례를 추가로 검토해볼 수 있겠으나 스페인 정부는 공식적으로 환경사회세이프가드 지침에 대한 현황 및 구체 자료를 공개하고 있지 않고 OECD DAC 동료검토에서도 환경사회세이프가드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여 본 연구의 비교 대상에 포함하지 못하였다. 향후 타 공여국들의 환경사회 세이프가드 이행현황에 대한 자료가 추가 확보된다면 더욱 다양한 국별 사례를 조사하여 추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본 연구는 환경사회세이프가드의 각 이행 절차 중 스크리닝 제도와 외부 검증, 제도화된 문서의 유무에 대한 검토에 집중하였으나 실제 원조 심사 과정에서 환경사회세이프가드가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반영되는지나 지속적 모니터링이 이루어지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국가별 정보공개 범위의 한계로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연구의 한계이다.

본 연구를 통해 한국이 범정부 차원의 환경사회 세이프가드 이행 확대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개선 전략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고 다양한 후속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본 연구는 환경사회세이프가드가 한국의 기관 및 개발협력 체계 내에서 어떻게 운용되고 개선 방안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였으나, 향후 개발도상국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사례를 현지 관계자 인터뷰 등을 통해 연구한다면 이행단계에서도 의미 있는 개선 방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Notes

* 본 논문은 정용우의 2025년도 석사학위 논문에서 발췌 정리하였음.

* This paper is an excerpt and summary from Yongwoo Jeong’s Master’s thesis,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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