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현행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졸업 또는 ODA 수원 자격(eligibility)의 단일 기준은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이 정의하는 바에 따라 세계은행(World Bank, WB)가 발표하는 1인당 소득(Gross National Income per Capita, GNIPC)이며, 2024∼2025의 경우, 중상소득국(upper middle income countries)의 상한선인 2022년 기준 USD 13,845이다(OECD, 2024a). ‘USD 13,845’은 1989년 WB의 국제경제국(International Economics Department)이 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WB, 1989)에서 제안한 중소득(middle income)국과 고소득(high income)국의 분류기준인 USD 6,000(1987 기준)를 지난 37년간 SDR1) 등 deflator를 사용하여 갱신한 수치이다(WB, 2024a). 즉, 2022년 USD 13,845는 1987년 USD 6,000에 해당한다.
경제적 차원(dimension)만을 고려한 현행 졸업 기준의 문제는, 고소득 및 수원 졸업 기준이 되었던 USD 6,000이, 당시 관례적으로 산업(industrial)국으로 분류되었던 나라 중 소득이 가장 낮았던 스페인과 아일랜드를 기준으로 설정되었고, 이 기준이 2024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당시 산업국-고소득국에 대한 주관적-임의적 분류에 따른 기준이 객관적-정량적 기준으로 적용되어 왔던 것이다. 따라서, 1976년부터 Jolly(1976) 및 Streeten(1982) 등이 제기하였던 인간의 기본욕구(Basic Human Needs, BHN)나, 브룬트란트 보고서(UN, 1987; the Brundtland Report)가 제시한 ‘충분한 음식, 깨끗한 물, 주거, 위생-건강 및 보건, 기본 교육 기반 조성’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설정된 현행 기준 및 졸업 절차는 많은 비판 및 개정 요구를 받아 왔다(Prizzon et al., 2016; Staur, 2023; UK Parliament, 2018; UN, 2022).
동 연구는 이러한 비판에 대응하여, Ⅱ장에서 현행 ODA 졸업 기준이 어떻게 구성되고, 집행되는가를 선행 연구 등과 함께 고찰하고, Ⅲ장에서 소득 이외의 사회적 발전기준들을 어떻게 졸업 기준에 포함해 고려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기 위하여, UNDP(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의 HDI(Human Development Index) 및 2010년 이후 발표하는 불평등을 고려한 IHDI(Inequality Adjusted HDI)를 구성하는 보건, 교육, 소득의 3개 차원 지수(dimensional indices)의 인과관계를 파악하였다. 인과관계 파악 후, IHDI를 GNIPC와 비교하고, 이를 바탕으로 ODA 졸업 경로 및 졸업 방향을 설정하여, 신흥공여국을 중심으로 ODA 졸업 가능성을 타진하였다.
II. 현행 ODA 및 LDC 졸업 기준 및 선행 연구
현행 ODA 수원 자격 또는 졸업은 OECD DAC(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의 수원국 목록을 따르며, 이 목록은 크게 UN의 최빈국(Least Developed Countries, LDC) 선정기준과 WB의 소득수준에 따른 분류기준으로 구성된다. WB의 현재 소득에 따른 국가 분류기준은 1989년 수립되어 deflator로 갱신되어 왔지만, 기준 자체는 현재까지 단일하고 일관성있게 적용된 반면, UN의 LDC 선정기준은 1971년 소득(GDP per capita), 성인 문해도(adult literacy rate), 총생산 중 제조업 비중(share of manufacturing in GDP) 기준이 수립된 이후, 2002년 현재의 소득(GNI per capita), 인적자산지수(Human Assets Index, HAI), 경제취약성지수(Economic Vulnerability Index, EVI)로 개정되어 적용되어 오고 있다.
현행 OECD DAC의 수원국 목록은 <그림 1>과 같이 UN이 선정한 LDC 및 WB의 3개 소득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다. UN의 LDC 선정기준은 소득 기준이 표기되어 있지 않은데, 이는 GNIPC는 UN의 LDC 선정기준 중 1개일 뿐이기 때문이다.
UN의 LDC 선정기준 중, GNIPC는 2024년 기준 USD 1,088 이하로, WB의 저소득(low income)국 기준 USD 1,135 이하와 차이가 거의 없다. 따라서, LDC로 분류되지 않으면서 저소득국 분류(USD 1,088∼1,135)에 포함되는 국가는 많지 않으며, 2024∼2025의 경우 북한 및 시리아만이 포함된다.2)
OECD DAC의 수원국 목록에는 ODA 수원 자격이 있는 모든 나라들이 제시되어 있으나, G8 회원국, EU 회원국 및 EU 회원가입이 확정된 나라의 경우는 목록에서 제외된다. 예를 들어, 최근 가입 협상이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경우, 공식적으로 가입이 승인(official accession)되기 전, EU 가입조약(accession treaty)이 서명되면 즉시 수원국 목록에서 제외된다. 또한, OECD 회원국 또는 OECD DAC 회원국 지위는 수원 자격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실제로 OECD 회원국 중 ODA 수원 자격을 유지하는 국가도 있다(예, 튀르키예). 마지막으로, OECD DAC에 통계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여(예, 중국) 수원 자격을 잃지 않으며, 수원국인 동시에 주요 공여국인 나라(예, 튀르키예)도 목록에 포함된다(OECD, 2024b).
졸업 절차를 보면, OECD DAC은 수원국 목록을 3년마다 갱신하며, 특정 국가가 고소득 기준(threshold)을 3개년 연속하여 넘으면 사무국은 목록에서 제외할 것을 추천한다.3) 이러한 절차를 흐름도로 나타내면 <그림 2>와 같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가 무조건적으로 즉시 집행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2023년 DAC 검토에서 Mo nserrat가 제외되어야 했지만, 2025년 10월까지 결정을 연기(defer)하였으며, Nauru도 목록에서 졸업이 승인되었지만, 2026년까지 졸업이 유예되었다.
OECD DAC은 OECD의 출범과 동시에 1960년 개발원조그룹(Development Assistance Group, DAG)으로 출범하여 1961년 개발원조위원회(DAC)으로 개칭하였고, 1969년 ODA 개념을 정립하였으며, 1970년부터 수원국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1993년 DAC은 당시 구소련 체제전환국들의 탄생 및 국제적 환경 변화에 따라 기존 개도국 목록(list of developing countries and territories)을 검토하여, ODA로 인정되는 기존 개도국 원조와, ODA로 계상되지 않고 ‘공적 원조(official aid)’로 인정되는 체제전환국(in transition) 원조로 이원화하여 목록을 작성하였다가, 2005년 현재 단일화된 수원국 목록으로 재편하였다(OECD, 2006).
OECD DAC은 1996년부터의 수원국 목록을 웹사이트에서 공개하고 있으며, 년별 기준(base)년도 및 기준변화는 <표 1> 및 <그림 3>과 같다.
<그림 3>을 보면, 저소득국(other low income countries) 국가들의 기준선(상한선)은 거의 변화가 없고, 중상소득국(upper middle income countries) 기준은 2001년 이후 상대적으로 많이 상승한 것으로 보이나, 중하소득국(lower middle income countries) 상한선은 저소득국 상한선의 4배, 중상위소득 상한선은 중하위소득 상한선의 3배 정도가 유지되고 있어 일관성이 발견되며, 이는 deflator가 일관성 있게 적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2024∼2025 현재의 중상소득국 판단 기준인 USD 13,845의 기원은 WB의 1989 보고서(WB, 1989)에서 찾을 수 있다. 동 보고서 77절은 다음과 같다.
77. “저소득”과 ‘중소득’ 국가들의 구분선은 1971년 가격으로 $200을 유지한다. “중저소득”과 “중상소득” 경제들의 구분선은 1972년 가격으로 $850을 유지하며, 모두 세계은행의 deflator인 “SDR”로 조정한다(각각 1987년 $480, $1,940로 조정). 1987년 가격으로 $6,000을 “중소득”과 “고소득” 경제들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제안한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산업국”으로 분류되는 국가 중 가장 낮은 소득국인 스페인과 아일랜드 및 이스라엘, 싱가포르, 홍콩이 “고소득 경제”로 분류된다.
즉, WB의 국제경제국이 이사회에 제안한 저소득국과 중소득국의 분류기준은 USD 200(1971 가격)이었고, 중하소득-중상소득의 분류기준은 USD 850(1972 가격)이었으며, 이를 1987년 가격으로 변환하면 각각 USD 480과 USD 1,940이었다. 그리고, 중소득-고소득 분류기준은 USD 1,940의 약 3배인 USD 6,000(1987 가격)로 제안되었다. 이 기준 가격이 매년 deflator로 갱신되어, 2024∼2025의 수원 졸업 기준(또는 중상소득국 기준 상한선) USD 13,845에 이르게 된 것이다. 문제는, USD 6,000이 당시 통상 ‘산업국’으로 간주되던 스페인4)과 아일랜드 등을 기준으로 정해졌으나, 스페인과 아일랜드 등을 ‘산업국’이라고 판단한 기준은 주관적이고 임의적이다. 그런데도 이 기준은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기준으로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다.
OECD DAC의 수원국 목록이 최초 작성된 1970년과 2024년 현재를 비교하면, 17개 국가만이 추가되었고, 이 중 11개국은 구소련 국가들이다. 반면 같은 기간 1인당 소득의 증대로 62개국이 목록에서 제외되었다. 또한, 2018년 DAC는 수원국을 졸업한 국가 중 다시 목록에 포함되도록 하는 규칙 및 기준을 마련하였고, 2022년 재편입(역졸업) 국가들이 즉시 수원을 받을 수 있도록 재편입 기간 단축을 위한 방법론을 개정하였다(OECD, 2024b).
위와 같은 기준 아래,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아시아의 공산국가(중국, 베트남 등)가 목록에 포함되어 많은 원조를 받기 시작했으며, 1983년에는 스페인의 요청으로 스페인이 목록에서 제외되었다.
1990년 초, 냉전이 종식되고 1993년 DAC의 수원국 목록이 이원화되어, 1군에는 기존 전통적 개도국이 ODA로 지원받았고, 2군에는 선진개도국 및 구소련의 동구유럽 국가(Belarus, Bulgaria, Czech Republic, Estonia, Hungary, Latvia, Lithuania, Poland, Romania, Russia, Slovak Republic, Ukraine)들이 2004년까지 공적원조(official aid)로 지원받았다.
2000년대 초, 이원화된 수원국 기준 및 목록이 지속적으로 복잡해지고, 동구유럽 국가들이 발전하면서 수원을 덜 받게 되었으며, 그들 중 몇몇이 EU에 가입하게 되면서 공여국이 되었으므로, 2005년 DAC은 2군 목록을 삭제하고, 일원화된 목록을 작성하였다(OECD, 2024b). 이상 상세한 수원국 수(1989 122/163개국, 75% → 2016 135/215개국, 63%로 수원국 비율 감소, 고소득국 25% → 37%로 증가) 및 목록의 변화는 <그림 4>와 <표 2>에 수록되어 있으며, 한국은 2000년 목록에서 제외되었다.
출처: OECD(2024b)를 바탕으로 저자 작성.
UN(1971)은 GNIPC(당시에는 1인당 GDP)는 ‘소득 재분배 또는 구조 변화와 같은 주요 개발 조건을 온전히 반영하지는 못하나’, 단순하고 개도국 상황에서도 자료 수집이 용이하며, 다른 사회개발 지표들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안정적이므로, LDC 선정의 가장 중요한 지표이고, 문해력 및 제조업 비중 등 지표들로 선정기준을 보완할 수 있다고 하였다.
Fantom & Serajuddin(2016)은 GNIPC가 국민의 평균적 경제적 안위(wellbeing)와 신용도 측정 수단으로써 국제적 재정적 거래 능력을 반영하며, UN, IMF, OECD, EU 등에서 공용되는 장점이 있다고 하였다.
UK Parliament(2018, clause 30-31)는 GNIPC는 쉽게 이해되고, 단순하므로, 기준을 통과하거나 못하거나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GNIPC가 졸업 기준으로서 다소 투박(blunt)해 보일 수 있으나, 중동 국가와 같이 자연 자원이 풍부하나 부의 불평등도가 높은 나라 소수를 제외하고는, 더욱 정교한(nuanced) 지표가 도입되더라도 현재 목록을 졸업한 나라가 목록에 재편입되는 것은 어렵다고 주장하면서, GNIPC를 지속적인 졸업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역졸업(reverse graduation)과 관련된 GNIPC에 대한 비판은 다음과 같다. UK Parliament(2018)는 특히 졸업이 진행되고 있는(in transition) 소국이나 취약국들의 경우, GNIPC가 기준을 초과하여 목록에서 졸업하더라도 자연재해 등 위기로 인해 다시 목록에 편입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Anguilla를 예로 들면, 2014년 졸업했으나 2017년 8월 카리브해에서 발생한 Hurricane Irma로 다시 목록에 편입되어야 했다. 따라서, GNIPC뿐 아니라 취약성(vulnerability)과 회복성(resilience)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ODA의 개념 및 이를 준용하여 적용하는 GNIPC의 문제에 관련된 비판은, OECD DAC의 ODA에 대한 협소한 정의 때문에, ODA 졸업국에 대한 지원은 ODA로 계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UK Parliament(2018, clause 29)는 자연재해 및 분쟁 발생에 따른 인도적 지원이 ODA로 계상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였고, Hynes & Scott(2013)은 40년 전 수립된 ODA 계상 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ODA가 아닌 ODE(Official Development Effort)로 지원 범위 자체를 확장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따르면, 2011년 일본 도호쿠 대지진에 대한 지원도 ODE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 외에, GNIPC 자체에 대한 비판도 있다. FasterCapital(2024)는 GNI deflator에 대한 비판으로써, 불완벽한 인플레 측정, 국가 간 비교의 오남용 등을 거론하였고, 비시장거래(non- market transaction)를 반영하지 못하며, 소득 불평등 정도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하였다. GNIPC를 소득 분류로 활용하는 WB조차도 경제적 활동이 대부분 비공식적 부문에서 이루어지는 저소득국에서는 GNI가 저평가될 수 있으며, 불평등한 소득분배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또한, 개도국 현지화를 USD로 변환할 때 환율변동 문제를 완화하기 위하여 아틀라스(Atlas)법을 사용하나,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한다며, 이를 위하여 WB 구매력기준(PPP, Purchasing Power Parity)을 사용하여 변환하는 것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였다(WB, 2024b).
Fantom & Serajuddin(2016)은 GNIPC에 의한 WB의 소득 분류 시스템의 주요 문제와 도전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GNIPC의 장점과 단점에 대하여 심도 있게 분석하고, 소득 기준을 갱신하는 방법론, GNIPC에 대한 대안으로 빈곤 수준 또는 HDI와 같은 다차원지수를 제언하였다. 이 논문은 또한 GNIPC에 대한 우려 및 문제들에 관한 선행 연구를 소개하고 있는데, 기준선 수립의 근거에 대한 문제(Nielsen, 2011; Ravallion, 2012), PPP를 이용한 변환에 비교하여 현지화 GNI를 시장환율을 이용하여 USD로 변환 시 문제점(Henderson, 2015; Kenny, 2011; Sumner, 2012; WB, 2000), 과세를 통한 재분배 및 자체적 빈곤 해결 가능성(Ceriani & Verme, 2014; Ravallion, 2009), 빈곤의 다면성(multidimensional nature)을 고려한 분류 기준(Nielsen, 2011; Sumner & Vázquez, 2012)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 및 문제 제기에 대응하여, World Bank Group Strategy(WB, 2013)는, “전통적 소득 기준에 의한 개도국 분류가 점차 부적절해지고 있으므로, 개발의 다면성 및 취약성에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라면서, GNIPC 이외의 다른 소득 분류 방법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따라서, 이후에는, 3개 차원(소득, 보건-교육, 취약성)에서 LDC를 선정하는 UN의 기준을 살펴보고, UNDP의 HDI가 어떻게 GNIPC와 연계될 수 있는지 분석하였다.
LDC 목록은 OECD DAC의 수원국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만, UN ECOSOC(Economic and Social Council)의 개발정책위원회(Committee for Development Policy, CDP)와 DESA(Dept. of Economic and Social Affairs)는 3년마다 검토를 통하여, GNIPC(2024년 기준 USD 1,088 이하), 인적자산지수(HAI, 60 이하), 경제적 취약성지수(EVI, 36 이상)을 모두 만족하는 국가들을 최빈국(LDC)로 선정하고 있는데, 이 또한 다소 임의적이다.5)
단일 지표 GNIPC는 논외로 하고, 2024년 현재 HAI는 보건지수(5세 이하 사망률, 산모 사망률, 성장지연도(stunting) 3개 지표로 계산) 및 교육지수(중등교육 졸업율, 성인문해율, 중등교육 성평등지수)로 구성되며, EVI는 경제적 취약성 지수(GDP 중 농림 수산업 비중, 소외성 및 내륙국 수준, 수출집약도 및 불안정성) 및 환경적 취약성 지수(저고도 해안 거주인구 비중, 건조지역 거주인구 비중, 농업생산 불안정성, 재해 희생자 수)로 구성된다. LDC 선정 및 졸업 절차는 <그림 5> 및 <그림 6>과 같다.
LDC 선정 절차는 3년마다 CDP와 DESA, 후보국 간 3개월의 검토 및 논의를 통해 진행되며, 최종적으로 ECOSOC 및 총회(General Assembly)의 승인을 받는 즉시 목록에 포함된다. 졸업 절차 역시 CDP와 DESA의 검토 후 UNCTAD, 후보국 간 논의 후 총회에 보고한다(3년 소요). 이후 후보국, UNRCO(UN Resident Coordinator Office), 교역 당사자 간 논의 후 6년차(2번째 3개년 검토)에 졸업하게 된다.
LDC 선정기준은 1964년 UNCTAD(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 논의가 시작되어, 1971년 총회에서 공식적으로 승인받았다. 이후 LDC 선정기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이를 지수명(Index Code)의 변화에 따라 요약하면 <표 3>과 같다.
출처: UN(2024c)를 바탕으로 저자 작성.
소득 지수의 경우, 1971∼2001까지 1인당 GDP가 사용되다가, 이후 1인당 GNI가 사용되었고(1회 변화), 사회개발지수는 2회, 경제적 취약성 지수는 3회 변경되었다. 이는 UN이 개발환경 및 지평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한 결과로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주요 기준 자체가 변함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기준이 상이하게 되므로, 일관성은 떨어져 비교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990년 LDC로 선정된 국가가 2023년 기준에서는 선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일관성 저하 문제는 지수를 계산하는 데 사용되는 지표(indicator)들의 변화까지 고려하면 더 심각하다. <표 3>에서는 나타나지 않지만, 같은 지수명이 사용된 경우에도 지수계산을 위한 지표들은 변화가 많았다. 예를 들어, 1991년과 1999년 APQL(Augmented Physical Quality of Life)의 경우, 동일한 이름의 사회개발지수가 사용되었지만, 1991년 APQL의 지표들은 기대수명, 1인당 칼로리 공급(supply) 등이나, 1999년 APQL 지표들은 5세 이하 아동사망률, 평균칼로리 섭취(intake) 등으로 상이하다.
요약하면, UN의 LDC 기준은 전체적으로 보아도 일관성은 떨어지고,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일관성은 더 떨어지게 된다. 즉, GNIPC만을 유일한 기준으로 하는 OECD DAC 및 WB의 기준과 비교하면 개발의 다면성 측면에서 더 유효하고 정교한(nuanced) 기준이라고 할 수 있으나, 졸업 기준 관련 비교연구를 하려는 연구자에게는 주의를 요한다.
UN의 LDC 선정 및 졸업 기준은 일관성이 떨어지지만, 실제 운영적(operational) 측면에서는 잘 작동하고 있으며, UN DESA는 <그림 7>과 같이 1971년 이후 LDC 선정 및 졸업 국가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제공하고 있다.
1994년 이전까지는 LDC 목록에 신규 진입하는 국가들만 있었으나, 1994년 Botswana가 최초로 LDC를 졸업하였다. 2000년 선정된 Senegal 및 2003년 건국된 Timor-Leste 와 2012년 건국 된 South Sudan을 제외하면, 새천년 들어 LDC에 신규로 선정된 국가는 없고, 졸업한 국가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Bhutan이 2023년 졸업하였고, 2026년에는 Bangladesh, Laos, Nepal이 졸업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LDC 지원을 우선시하는 국제적 흐름에 따라, KOICA 등 국내 원조기관들은 이들 국가에 대한 지원 비중의 조정을 준비하여야 한다.
이전 절의 <그림 3>에서는 OECD DAC의 소득 분류 상한선의 변화를 살펴보았고, 1995∼2022년 동안 기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LDC-중소득국, 중소득국-고소득국의 상한선 비율은 약 4배 및 3배로 일정하게 유지되었다는 것을 보았다. 즉, OECD DAC 자체의 기준은 일관성 있게 유지되고 있다.
<표 4>는 소득 분류에 따른 기준의 일관성 이외에 시차적 일관성을 보여준다. 즉, <표 4>의 열(column) 방향의 일관성은 <그림 3>에서 확인하였으나, 시차적 일관성을 보여주는 행(row) 방향으로도 일관성이 있는지를 확인하여야 한다. <표 4>를 보면 1971년 WB가 소득에 따른 분류를 사용한 이래 최신 OECD DAC의 소득 분류까지 2.3∼2.4의 비율이 대체로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논의를 요약하면, OECD DAC-WB의 졸업 기준 GNIPC는 일관성 있고 명확한 단일 기준으로 구성되지만, 개발의 다면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UN의 졸업 기준은 3개 지수로 구성되어 개발의 다면성을 반영하지만, 일관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두 기준의 장단점을 고려하면, 개발의 다면성을 반영하면서 단일 복합지수인 UNDP의 HDI 또는 IHDI가 두 기준의 타협 기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OECD DAC의 졸업 기준인 GNIPC가 IHDI와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다음 절에서 알아보고, ODA 졸업 기준으로써 GNIPC에 상응하는 IHDI의 수준을 추정하였다.
III. ODA 졸업 기준으로써 HDI 및 IHDI
HDI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BHN)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구성된다. Maslow (1943)는 인간의 욕구가 계층구조(hierarchy)를 가진다고 주장하였고, 개발학 분야에서는 Jolly(1976)가 BHN에 대한 최초의 연구를 발표하였다. 이후 Streeten(1982)은 물질적 BHN 이외에 자기결정 및 정치적 자유 등 정신적 욕구까지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이러한 논의는 1986년 UN의 ‘발전권 선언’에서, 개발을 단순 경제개발 아닌 정치(인권)-사회-문화적 과정을 포괄하는 종합적 개념으로 정의하게 했다. 이러한 BHN 관련 논의들의 정점은 UN의 1987 브룬트란트 보고서, ‘Our Common Future’이다.
동 보고서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에 기반하여, 기존 개발전략인(양적) ‘국가 주도 경제성장’의 빈곤 감소 실패 및 (질적) ‘개개인의 기본욕구 충족’ 접근법을 주창하고, 전통적 빈곤 감소 목표인 소득증대 단일목표에서, 충분한 음식, 깨끗한 물, 주거, 위생-건강 및 보건, 기본 교육 기반 조성 등 다면적 BHN에 대한 ‘원조’로 ‘빈곤 감소’ 목표를 변경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1990년 UNDP는 인간개발보고서(Human Dev’t Report, HDR)를 발간하여 HDI를 도입하였으며, 개발의 다면성을 주장한 Streeten(1982) 및 Sen(1999)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였다.
UNDP(2024a)는 HDI 및 IHDI의 구성 및 계산과정을 상술하고 있는데, 이들은 ‘건강하게 장수하는 삶’, ‘지식’, ‘온당한 삶의 기준’의 3개 차원으로 구성되며, 차원지수(Dimension Index)까지를 기하 평균(geometric mean)한 값으로, 다음과 같이 계산한다(UNDP, 2024a).
주의할 것은, 실제 적용되는 차원지수(Idimension)의 최소-최대값은 <표 5>와 같으며, ‘Knowledge’의 경우 기대수학년수 지수와 평균수학년수 지수의 산술 평균으로 계산되고, GNIPC의 경우 자연로그로 변환한 지표값으로 계산된다.
출처: UNDP(2024a) 및 실제 계산 sheet를 바탕으로 저자 작성.
2010년 이후 도입되어 발표되는 IHDI는 HDI로 도출된 차원별 지수를 불평등도(Ax)로 조정하여 계산되며, Ax는 국가별-차원별로 상이하고, 분자는 기하평균, 분모는 산술평균로 구성되며, 1에서 Ax를 뺀 값을 곱하여 계산된다.
따라서, HDI ⊂ IHDI의 포함관계가 있으며, HDI는 불평등도가 ‘0’인 IHDI의 특별한 경우이고, 불평등도가 커지면 IHDI는 감소한다.
UNDP(2024b)의 193개국 자료를 이용하여 3개 차원 지수를 산점도로 그리면 <그림 8>과 같으며, 높은 상관관계(0.785∼0.858)가 있고 모두 유의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여 인과관계가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UNDP(2024b)의 4개 HDI 그룹(very high, high, medium, low human development)과 1990∼2021 31개년 패널자료를 이용하여, VAR(Vector Auto-Regression)을 기반으로 한 Granger 인과관계 검정(causality test)7)으로 인과관계를 확인하였으며, 원인변수 계수(α1)들의 유의성(p<0.10) 및 인과관계를 <그림 9>에서 굵은 화살표로 표시하였다.
<그림 9>를 보면, 90%(p<0.10) 수준에서 유의한 인과관계는, (1) 기대수명 → 평균수학년수, (2) 평균수학년수 → GNIPC, (3) GNIPC → 평균수학년수 3개이나, (3)의 경우 계수 크기가 매우 작아(e-06) 영향이 거의 없고, ‘기대수명 → 평균수학년수 → GNIPC’의 단방향으로 귀결되므로, GNIPC는 다른 2개 지표를 최종적으로 대표하여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다음에서는 3개 차원의 대표 지수 및 졸업 기준으로써 GNIPC가 어떤 수준의 IHDI에 대응하는지를 알아보았다.
2021 국별 IHDI와 GNIPC를 산점도로 나타내면 <그림 10>과 같다.
Y축에는 2024년 2월 현재 최신인 2021 IHDI를 이용하였고, X축에는 2021 IHDI 계산에 사용된 Constant 2017 PPP$ GNIPC를 표시하였으며, 졸업 기준도 2017 GNIPC USD 12,235를 적용하였다. HDI가 아닌 IHDI를 대응시킨 이유는, 정의상 IHDI는 HDI의 3개 차원 이외에 불평등도가 추가되므로, 개발의 다면성 측면에서 졸업 가능성을 더 잘 반영하며, 그 범위(변산성) 또한 더 잘 반영한다. 추정식의 설명력(R2)은 0.84로 높게 나타나고 계수의 유의도도 매우 높은데(p=0.0000), 이는 IHDI의 정의상 GNIPC가 IHDI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함수 형태는 독립변수를 로그 변환한 비선형이 가장 적합하였고, GNIPC가 증가하면 IHDI 극대값 1에 수렴한다. GNIPC가 ODA 졸업 기준인 USD 12,235에 근접하면서 IHDI는 급격히 증가하다가, 이후 완만히 증가한다.
졸업 기준 USD 12,235에 대응하는 IHDI는 0.7076으로, 이들을 중심으로 4개 분면으로 분할하면, Ⅰ사분면에는 GNIPC 및 IHDI가 모두 높은 국가들로 대부분 순공여국들이 위치해 있다. Ⅱ사분면에는 GNIPC가 졸업기준 이하이지만 IHDI는 높은8) 국가들로 일부 순공여국들(EU 회원)과 수원국이면서 공여도 하는 국가(예 튀르키예)들이 섞여 있다. Ⅲ사분면에는 GNIPC 및 IHDI가 모두 기준 이하인 LDC와 중국, 브라질, 인도 등 공여와 수원을 동시에 하는 국가 및 신흥공여국들이 대거 밀집해 있다. Ⅳ사분면에는 GNIPC는 기준 이상이나, IHDI는 기준 이하의 국가들이며, 모두 ODA 공여는 하지 않는 국가들로, 소득 불평등도가 높은 나라들이다.9) 요약하면, Ⅲ사분면의 국가들은, 소득증가에 따라 I사분면으로 졸업 경로(점선)를 따라 이동하며, 대부분 ‘순수원국 → 수원-공여국 → 순공여국’의 단계를 따르고 있다.
국가의 졸업 임박도를 판단하기 위하여, 졸업 경로 접선의 수직선(orthogonal line) 위의 국가들이 유사한 졸업 수준에 있다고 가정하였다. GNIPC가 증가함에 따라 수직선 기울기(∆IHDI/∆GNIPC)가 커지므로(소득이 소폭 증가해도 IHD는 대폭 증가), GNIPC가 증가할수록 IHDI보다는 GNIPC의 증대가 졸업 가능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GNIPC 기준 이하 국가(Ⅱ 및 Ⅲ사분면) 중 IHDI 0.55∼0.86(평균 0.7076의 상하 95% 구간) 사이 국가들의 졸업 임박 순위를 보면, Ⅱ사분면에서는, 러시아와 EU 회원국을 제외하고, 몬테니그로, 벨라루스, 튀르키예 및 구소련 국가들(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의 졸업이 임박했고, Ⅲ사분면에서는, GNIPC는 졸업 기준 이하이지만 2007년 EU 가입 후 수원국을 졸업한 불가리아를 제외하면(OECD, 2024c), 태국, 중국, 페루, 브라질, 인도네시아, 인도, 남아공 순으로 수원국 졸업이 임박했음을 알 수 있다.
IV. 결론 및 함의
개발 전문가들이 ODA 졸업이 임박한 수원국(특히 대도시)을 방문할 때 의아해하는 것은, 이 정도 높은 생활 수준의 국가를 ODA로 지원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것이며,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지표 또는 지수와 피부로 느끼는 현지 상황과의 괴리에 기인한다. 수원국이 얼마나 졸업이 임박했는지를 가늠해 보는 것은, 개인 전문가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것뿐 아니라, 공여국 차원의 출구전략 마련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동 연구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진행되었다.
협력국의 ODA 졸업 임박과 관련해서는, OECD DAC의 ODA 졸업 및 UN LDC 졸업 기준의 장단점을 GNIPC를 중심으로 파악해 보았다. ‘기대수명 → 평균수학년수 → GNIPC’ 단방향 인과관계가 있으므로, OECD DAC 졸업 기준인 GNIPC는 대표성을 가지고, 단순-명료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개발의 다면성을 고려하지 못하며, 임의적 또는 주관적이라는 단점이 있고, GNIPC를 포함한 UN의 LDC 졸업 기준은 개발의 다면성을 고려하나, 복수의 지수가 별도로 적용되고, 기준 설정이 역시 임의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두 기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단일 지수인 IHDI의 ODA 졸업 기준으로써 가능성을 가늠해 보았다. 2021년의 경우, GNIPC를 독립변수로 IHDI를 회귀하여 졸업 경로를 추정한 결과, 졸업 기준 USD 12,235는 IHDI 0.71 정도에 상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하여 졸업 경로 방향을 기준으로 졸업이 임박한 국가들을 파악할 수 있었고, 개발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졸업 가능성과 대체적으로 일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HDI 또는 IHDI를 졸업기준으로 사용할 때 문제점은 다차원지표들을 사용하므로 일관성이 떨어지고, 명확한 졸업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협력관계의 출구전략 마련과 관련해서는, 출구전략 마련이 상호 협력관계를 종료한다는 관점보다는, 협력국의 발전으로 상호관계가 기존의 공여국-수원국의 관계를 넘어서 동등한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관점으로 이동하여야 한다. 구체적 출구전략은 다양하게 구성될 수 있으나, 기본적 전략은, 기존 지원은 지속하되, 새로운 활동을 개시하지 않는 것이며, 충분한 시간(예를 들어 최소 2년 최대 10년)을 상정하여 유연하게 추진하여야 한다.
IHDI를 통한 ODA 졸업 가능성 탐색은, Fantom & Serajuddin(2016)이 주장한 바와 같이, GNIPC에 기반한 국가 분류는 가치가 있으나,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즉, GNIPC 기반 ODA 졸업 기준을 총경제규모(GDP) 등을 도입하여 보완하는 연구를 향후 진행할 수 있으며, 동 연구는 향후 유사 연구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