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국제개발에서 기후와 성평등은 모두 범분야(corss-cutting) 이슈에 속하는 가운데, 이 연구에서는 KOICA의 기후변화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사업에서 젠더가 연계된 사업은 주로 어느 분야인지 살펴보고, 두 범분야 이슈가 사업으로 나타날 때 성평등 요소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혹은 나타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고자 한다. KOICA는 자체 사업에 대한 성주류화 방안을 2010년부터 모색해 왔고(오은정·김진영, 2011; 한국국제협력단, 2018d; 허라금 외, 2010), 성평등 관련한 중기전략을 2010년 이래 수립해 온 국내 국제개발협력 기관 중 유일한 기관이다. 따라서 KOICA 사업과 중기전략의 내용에 성주류화에 대한 수준을 파악하는 것은 우리나라 ODA 전반의 성주류화 수준을 가늠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II장에서는 기후변화와 젠더가 통합되어야 하는 이유를 이론적 논의와 선행연구를 통해 살펴보고, 국제조약의 내용과 기후변화 젠더행동계획의 주요 골자를 짚어보고 해외 사례에서 이러한 것이 적용된 사례를 간단히 살펴본다. III장에서는 연구방법에 대해, IV장에서는 KOICA의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항목에 속해 있는 사업들을 대상으로 이 사업의 종료평가보고서를 기반으로 해당 사업의 성주류화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지, 성주류화 항목에서 사업이 평가된 범위와 그 내용을 분석하고, V장에서 결론으로 마무리했다.
이러한 종합적 검토를 바탕으로 KOICA의 향후 중기전략 수립 시, 성평등과 기후변화를 비롯한 부문별 중기전략에서 성주류화 요소가 포함되고 확대되어야 하는 당위성과 방향성에 대해 모색하고자 한다.
Ⅱ. 성인지적 기후변화 대응의 국제적 접근
1992년 기후변화협약(UNFCCC)을 통해 국제사회는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인식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시작했지만, 초기 10년 동안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젠더적 관점은 주목받지 못했다. 이 상황은 1995년 베이징 선언 이후 변하기 시작했으며, 여성의 권한 강화와 평등한 사회 참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기후변화가 여성에게 더 큰 취약성을 부여한다는 논의가 확산되었다.
그에 따라, 여러 연구와 국제기구에서 "기후 위기는 성 중립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불안정성 증폭 과정에서 여성과 소녀들이 더욱 취약해짐을 지적했다(Neumayer & Plümper, 2007; UNFPA, 2024; UN Women, 2022, 2023; WMO, 2024; Xenarios et al., 2017). 2023년 UNWOMEN의 연구에 따르면, 아시아의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네팔, 필리핀, 동티모르에서 기후변화 변수(기온, 강수량, 상대 습도 등)가 성별 관련 개발 지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특히, 상대적 건조도가 높아짐에 따라 아동 결혼 가능성 증가, 청소년 출산율 상승, 청정 조리 연료 및 기본 식수원 접근 부족 문제가 심화되며, 방글라데시, 네팔, 필리핀에서 기후변화 변수 중 상대적 건조도가 아동 결혼의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UN Women, 2023: 16). 이와 관련된 연구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가정 내 자원을 제한하고, 이에 따라 일부 가정에서 아동 결혼을 경제적 대처 전략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동티모르에서는 건조도가 친밀한 파트너 폭력 증가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티모르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자원 부족과 경제적 압박이 가정 내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이는 친밀한 파트너 폭력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기후변화가 성 불평등 위험을 예측하는 중요한 변수임을 보여준다(UN Women, 2023: 29).
여성이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에 더 큰 피해를 받는다는 구체적 사례들 또한 기후변화가 여성에게 더 큰 취약성을 부여한다는 논의를 뒷받침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년 동안 대규모 기상재해가 주로 발생했으며, 최근 10년간의 발생 빈도는 연간 7.4%씩 증가했다고 발표했으며, Peterson(2008: 이유진, 2011 재인용)의 연구에서는 여성과 어린이의 자연재해 사망률이 남성의 14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은 긴급 상황에서 여성이 겪는 피난의 어려움과 관련이 있다. 또한, Neumayer & Plümper(2007: 이유진, 2011 재인용)는 여성의 권익이 잘 보장된 사회에서 재난 발생 시 남성과 여성의 사망자 수가 비슷한 반면, 여성의 권익이 낮은 지역에서는 여성 사망자 수가 더 많다는 사실을 밝히며, 기후변화 관련 자연재해가 특히 여성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주요 원인으로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취약성을 지목했다.
여성이 기후변화에 더욱 취약하다는 인식의 변화는 2001년부터 2015년까지 UNFCCC 및 교토 의정서 하에서 여성의 동등한 참여와 대표성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기후 변화 대응 과정에서 성평등과 여성의 권한 강화를 중요한 요소로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2001년 COP7(conference of the parties, 당사국 총회) 회의에서는 여성 참여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결정 36/CP.71)을 채택하며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다(UN, 2001). 2010년과 2012년의 COP 회의에서는 성평등과 여성의 효과적인 참여가 기후변화 대응에 중요하다고 인식했으며 여성 대표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강화되었다(OECD, 2016a). 2014년 COP20에서는 "리마 작업 프로그램(Lima work programme on gender, LWPG)"의 설립을 통해 성별 균형 개선과 성별을 고려한 기후 정책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UNFCCC, 2023b). 이어진 2015년 COP21에서 채택된 파리협약을 통해 성평등 및 여성 권한 강화가 기후 변화 대응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고, 2017년 COP23에서는 젠더 관점을 강화하기 위한 첫 리마작업프로그램을 구체화하기 위해 젠더행동계획(gender action plan, GAP)을 수립하였다(UNFCCC, 2023c). 2019년 COP25에서는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강화된 리마작업프로그램과 젠더행동계획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UNFCCC, 2023d). 2022년 COP27과 2023년 COP28에서 리마 작업 프로그램과 젠더행동계획의 수정 내용을 합의했다(UNFCCC, 2023d).
젠더행동계획은 UNFCCC의 이행과 당사국, 사무국, 유엔기구 및 모든 차원의 이해관계자들의 업무에서 성인지 실천적인 기후행동과 그 일관된 주류화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5가지 우선 분야를 선정하여 해당 우선순위들을 실천할 수 있는 활동들을 제시하고 있다(<부록 표 1>). 5가지 우선 분야는 <표 1>과 같다.
출처: UNFCCC(2023c).
이러한 국제적인 움직임에 발맞춰,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젠더주류화의 필요성이 점점 더 인식되면서,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기후변화와 젠더를 연계한 행동계획인 기후변화 젠더행동계획(climate change gender action plan, ccGAP)의 수립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2010년, 모잠비크는 기후변화 젠더행동계획을 수립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으며, 기후 완화 및 적응 과정에서 성평등과 평등을 증진시키기 위한 전략을 상세히 기술하였다. 이후 이집트, 탄자니아, 라이베리아, 잠비아 등이 ccGAP을 수립함으로써 뒤를 따랐다(Ensia, 2019). 이는 개별 국가들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성평등을 중요한 요소로 포함시키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기후변화와 젠더 정의의 통합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반영한다.
이처럼,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젠더 및 성인지적 관점을 고려하는 추세이다. 특히,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도국에서도 기후변화와 젠더를 연계한 행동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OECD 회원국이자 파리협약의 회원국으로써 국가의 상황과 가능성에 따라 국가별 결정 기여(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NDCs)를 5년마다 설정하고 업데이트하며 발전시킬 의무가 있다, 그러나 2021년 한국이 처음 제출한 NDC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젠더 관련 이행 계획이 포함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와 젠더 문제의 상호작용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기후변화와 성평등을 포함한 ODA 프로젝트에 대한 중첩 지원 비율과 금액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2011∼12년 대비 2019∼20년 양자 간 기후 관련 공적개발원조(ODA)는 연평균 186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로 증가했다. OECD 젠더마커2) 기준으로 성평등을 목표(principle 혹은 significant)로 한 ODA 비율 역시 59억 달러에서 219억 달러로 늘어났다. 2019∼20년 기준, 전체 기후 관련 ODA의 55%가 성평등 목표를 포함하고 있었으며, 이는 전체 양자 간 ODA의 45%보다 높은 비율이다. 하지만, '주요(principal)' 목표로 성평등을 설정한 경우는 2019∼20년에는 단 10억 달러에 그쳤다(OECD, 2022).
2019년에서 2020년 사이에, 기후변화 대응 ODA에서 성평등 목표를 80% 이상 반영한 국가로는 캐나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가 있다. 금액 기준으로 가장 큰 기여를 한 국가는 일본(60억 달러), EU 기관(40억 달러), 독일(31억 달러), 프랑스(30억 달러)였다. 성평등 목표를 포함한 기후변화 대응 ODA는 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을 대상으로 했으며, 아시아는 감축 분야에서 56억 달러, 아프리카는 적응 분야에서 50억 달러를 각각 지원받았다(OECD, 2022).
기후변화 대응 ODA에 성평등 목표를 가장 큰 기여를 한 국가인 EU의 경우, EU의 제3차 젠더행동계획(2020∼2025)이 실행된 이후, EU의 전반적인 대외협력 프로젝트 중 젠더마커로 분류된 비율이 2019년에 64.71%던 비율이 2022년에는 이 비율이 72%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기후 및 환경 분야에서는 2022년에 전체 원조의 83%가 젠더 관련 중요 또는 핵심 목적에 해당된다. EU는 2025년까지 이 비율을 85%까지 향상할 계획이며, 이는 향후 기후 및 환경 분야의 대외협력에서 양성평등의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European Commission, 2020: 7). EU가 기후 및 환경 분야에 젠더마커 사업 범위를 크게 확대할 수 있는 데는, 제3차 젠더행동계획에서 설정한 6가지 핵심 주제별 정책 영역 중 하나인 “녹색 전환과 디지털 변환에 의해 제공되는 도전 과제 대응 및 기회 활용(addressing the challenges and harnessing the opportunities offered by the green transition and the digital transformation)” 부분에 “공정하고 포괄적인 녹색전환 촉진(promoting a fair and inclusive green transition)”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 2>는 EU 제3차 젠더행동계획(GAP)의 녹색전환 관련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표는 EU가 공정하고 포괄적인 녹색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해야 할 행동을 명시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표 2>와 같다.
출처: European Commission(2020: 19).
OECD DAC 회원국 중 젠더마커 2와 1의 비율이 가장 높은 캐나다의 경우(김은경, 2023: 535), 성평등과 기후변화를 잘 융합하여 정책과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캐나다는 국제협력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성평등의 통합을 강조하고 있으며, 2017년 페미니스트 국제원조정책(feminist international assistance policy)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의 핵심을 여성과 성평등 신장에 두고, 원조자금의 95%를 이에 할당했다(Global Affairs Canada, 2017: 8, 14). 캐나다 정부는 2023년 UNFCCC에 제출한 제8차 국가보고서(national communication)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 사업에서 양성평등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며, 2015∼2021년 국제회의 기후 행동 지원에 투입된 26억 5천만 불 중 85%가 양성평등 관점을 고려하여 이행되었다. 이후 2021∼2026년에도 기후변화와 여성 권리 증진을 같이 고려하여 기후 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Government of Canada, 2023c: 389). 또한, 캐나다는 ODA 분야에 있어서 2019년에서 2020년 사이에, 기후변화 대응 ODA에서 성평등 목표를 80% 이상 반영한 국가 중 한 국가이다. 2023년 제출한 UNFCCC 제8차 국가보고서에서, 캐나다 정부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국제 기후 행동 지원 자금의 85%를 성평등 관점에서 이행했다고 보고했다. 캐나다는 개도국의 기후 정책 역량 강화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국가적응계획(National Adaptation Plan, NAP) 지원을 포함한 양자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성인지적 적응 정책 개발과 여성의 기후변화 대응 과정 참여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기후변화 사업에는 젠더마커와 기후변화 마커를 적용하여 대부분의 사업에 젠더마커 1을 체크하고 있다(Government of Canada, 2023c: 399).
젠더마커와 기후변화 마커 모두 적용된 사업 중 기후변화로 인한 소규모 농업인의 생산성 회복과 자립을 위한 사업(resilient and sustainable livelihoods transformation in Northern Ghana)3)은 가나 북부 지역의 소규모 농업인들이 자립적으로 식량을 생산하거나 수익을 얻는 데 있어서 마주친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Government of Canada, 2023b). 이 장애물에는 가뭄 같은 뜻밖의 사건으로 인한 회복력 부족이 포함된다. 프로젝트의 주요 활동으로는 성별에 맞춘 농업 지도 및 지원 서비스의 강화와 홍보, 그리고 21,000명의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수익 창출 활동에 대한 교육이 있었다. 사업의 성과로는 총 21,167명의 농업인들(여성 비율 70%)이 작물 재배, 가축 사육, 수익 창출 활동, 양식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받았으며, 그 중 4,600명의 여성이 수익 창출 활동에 참여하여 수익이 평균 20% 증가했다는 점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커뮤니티에서 여성 농부의 토지 접근 권한이 100% 달성되었고, 이전 ¼ 에이커였던 토지 크기가 평균 1 에이커로 확대되었다. 추가적으로, 여성들이 가정 내에서 더욱 존중받고, 의사결정 과정에 더 많이 참여하게 됨으로써 가족 내 지위가 개선되었다고 보고되었다. 결론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가정 내에서 여성의 중요한 역할을 재확인하고 여성 지위의 실질적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다른 사업으로, 캐나다 정부의 지원으로 세네갈 남부의 카사망스 지역을 포함한 지역에서 농업 지수 보험 프로그램의 범위를 확장하는 사업(expansion of agricultural insurance index in the casamance region)4)이 진행되었다(Government of Canada, 2023a). 이 사업은 강수량 측정을 위한 레인 게이지 네트워크를 확대함으로써, 농업 지수 보험(agricultural index insurance)5)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소규모 농업 생산자들의 상황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결과적으로, 7,464명의 생산자들이 지수 기반 농업 보험에 관한 교육을 받았고, 그중 여성의 비율은 옥수수 생산자의 50%, 논농사 쌀 생산자의 71%, 땅콩 생산자의 23%를 차지했다. 이 사업의 성과는 목표를 훨씬 초과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 사업들은 기후변화와 성평등을 통합적으로 접근하며, 기후변화 대응에서 성인지적 접근의 효과를 보여준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여성 농업인들의 생산성 향상과 경제적 자립을 지원함으로써 기후변화의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고자 한다. 더불어, 여성의 경제적 지위와 가정 내 역할을 강화하는 데도 기여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여성들은 의사결정 과정에 더 많이 참여하게 되었고, 이는 가정 내에서의 지위 향상으로 이어졌다.
III. 연구 방법
기후변화 ODA 사업의 성주류화 수준에 대한 평가를 메타분석하기 위해 2023년을 기준으로 KOICA 사업종료평가보고서 중, 기후 혹은 환경 키워드가 포함된 21개 사업의 평가보고서를 분석하였으며, 이들 사업의 시행 기간은 2009∼2021년 사이에 해당한다.
자료수집은 KOICA 기후변화 적응 및 완화분야 항목에 포함되어 있는 사업과 KOICA 사업결과에 대한 오픈데이터를 통해 기후와 환경 키워드로 검색하였다(한국국제협력단, 2023a; KOICA 오픈데이터포털, 2023). 검색 기간은 2023년 9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였으며, 추가적으로 2023년 11월에 검색하였다.
ODA 종료(또는 사후) 평가를 위한 기준은 OECD DAC의 합의 기준을 따르는데, OECD DAC 평가 기준 개정(’19.12월)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도 기존 적절성, 효율성, 효과성, 영향력, 지속가능성의 5개 기준에 일관성을 추가 평가 기준으로 삼기로 하였다. 한편, OECD DAC은 새로운 평가 기준을 추가한 이후, 6개 기준 각각에 젠더렌즈를 적용한 평가기준(2021)을 발표하여 평가 과정에서 성주류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정부의 평가 기준에 반영되지는 않았다. 그 대신 우리나라에서는 범분야라는 항목을 두고 성평등이나 환경 이슈를 평가에 반영하도록 하였다(현미주, 2012). 사업에 대한 성주류화의 평가는 OECD(2021)의 젠더렌즈를 적용한 평가 기준처럼 각 평가 기준에 젠더관점이 통합되어야 하는 것이 성주류화의 본래 의미이나,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특이하게도 성주류화가 범분야라는 독립된 항목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우리나라 정부의 평가 기준을 기반으로 하여, 평가보고서에서 범분야 항목 중 성평등과 관련한 평가 내용을 분석하여 기후변화 ODA 사업에서 성주류화의 통합 수준 정도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기후변화 사업에서 성주류화 요소가 포함된다는 점에서 KOICA 제3차 중기전략(2021∼2025), 이전 사업들의 범분야 평가 결과가 제3차 중기전략에 어떤 내용으로 반영되었으며, 반영된 내용은 국제사회의 권고사항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Ⅳ. 연구 결과: KOICA의 기후변화 사업과 성주류화 현황
기후 및 환경 키워드로 검색한 총 21개 사업에 대해(한국국제협력단, 2023a; KOICA 오픈데이터포털, 2023), 사업평가보고서를 기반으로 성주류화가 사업평가에서 반영된 수준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1) 성주류화 언급이 없는 사업, 2) 평가 질문에서는 성주류화 질문이 있었으나, 평가에 반영되지 않고 언급이 없는 사업, 3) 평가 질문에서 성주류화 질문이 있으며 평가 결과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사업이다. KOICA 평가 기준에는 범분야 이슈 중 하나로 성주류화가 독립 항목6)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사업설계 자체에 성평등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이 평가 질문에 답변할 수 없으므로 사업에 성주류화 요소 포함 여부를 간접적인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연구의 분석대상이 사업평가보고서라 유형에서도 평가에 성주류화 언급을 기준으로 유형화하였으나, 사업의 구성요소나 설계에 성주류화 요소가 있었다면 사업평가 시 적용되는 기준에 따라 그 부분이 언급되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평가보고서를 바탕으로 해당 사업에 대한 성주류화 통합요소와 수준을 <표 3>과 같이 분석하였다. 이 세 가지 경우를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성주류화 언급이 없는 경우로 이번 연구에서 살펴본 21개 사업 중 7개 사업이 이에 해당된다. 첫 번째 유형에 해당되는 사업은 기후변화 사업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사업의 주요 내용은 보건, 농촌 개발, 인프라, 수자원 관리 등 일반적인 국제개발 사업의 성격이 더 두드러지는 사업이다.
이들 사업을 보면, 보건의료 및 위생 관리 인력에 여성 참여가 고려되지 않았고, 아프리카 가정에서 여성의 역할이 식수를 공급하는 일이라는 것이 알려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물이 부족한 빈곤 농가의 영양 개선 사업에서 성별 특성이나 차이가 고려되지 않았다. 교통수단 이용에서의 성별 차이가 있고, 홍수 등 재난 발생 시 피해의 성별 요인이 있는데, 이러한 사업은 기후변화라는 큰 카테고리를 차치하고서라도 각 부문별 사업 내에서 전반적으로 성주류화의 시도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사업의 전체 사이클을 놓고 볼 때, 사업 기획 단계에서만 성주류화 계획이 포함되어 있는 사례로서 21개 사업 중 6개 사업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 사업은 성주류화 요소로 여성 참여 증진이라는 요소를 기획 단계에서 포함하거나 사업평가의 경우 적절성 단계에서 포함하고 있었지만, 사업의 이행 단계 이후 혹은 실제 사업의 평가보고서에서 이에 해당하는 질문에 답변이 없었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업들이 포함한 질문들은, 여성 참여를 늘리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려 하는지, 여성의 참여가 제한된 요인에 대해 파악하고 해결하고자 하는지, 여성의 권한 강화를 위해 전략을 마련하고 어느 정도 이행했는지, 성별 분리 지표를 통한 모니터링을 통해 사업을 이행하고 있는지 하는 것들이다. 이들 질문들은 사실상 기획 단계 이후에 적용했다면 성주류화 사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만 하였으나, 의도만 있었을 뿐 전혀 실행되지 않았다.
한편, 이들 사업에서 나타나는 성평등 정책 접근 방식의 특징은 개발 과정에 여성의 참여(Women in Development, WID)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업 종사자의 여성 비율을 감안할 때 친환경 농업 종사자와 유통 관계자에 여성 참여나 대표성 증진, 댐 건설 과정의 의사 결정 과정에 여성의 참여를 늘리는 것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업 과정에 단순히 여성의 참여를 늘린다는 계획 외에, 사업 목적에 맞게 구체적인 계획을 설계한 사업도 있었다. 방글라데시 사업의 경우, 수혜자를 선정하는 단계에서 여성 가구주를 우선 선정한다는 계획이 있었으나, 실제 사업 이행 단계에서 수혜자 선정 기준에서 이 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 방글라데시 사업은 기후변화 적응 능력 증진을 위한 빈민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교육하여 방글라데시 중·북구 슬럼 거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것을 목적으로, 주택 신축 및 개보수, 적정 건축 기술, 관정 우물 설치, 화장실(공동 샤워 시설, 공동 화장실, 학교 화장실), 주민 대상 WASH 교육 등을 계획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적정 기술 교육 제공 및 직업 교육을 통한 주민들의 기후변화 적응형 건축 기술에 대한 이해 증진 산출물에서, 교육 참여자 수, 직업 교육 청년 수강생 및 이수율에서 성별 통계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성과 지표나 검증 지표에 성인지 관점이 적용된 항목은 학교에 남녀 화장실 건축, 청소년 월경 위생 관리 교육이 여학생의 학업 지속을 위한 목적으로 포함되어 있었으나, 사업 종료 이후 여학생의 중퇴율이나 졸업률에 대한 성별 데이터가 제시되지 않았다(한국국제협력단, 2022a: 17).
또한 말라위 사업에 대한 평가 결과에서는 사업에 대한 성주류화 요소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평가되고 있다. 현지 조사를 통해 가정 내 의사결정권한 등 가부장적 문화가 강하다는 것이 드러났지만 이러한 조사 결과가 사업 내용 안에 반영되지 않았음이 평가보고서를 통해 지적되었다.
한편, 사업평가에서 성주류화의 관점에서 평가한 우즈베키스탄 사업의 경우, 여성이 수혜자 집단에 포함된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자연환경을 대상으로 생태적 환경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므로 성평등과는 관계가 없다는 평가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평가자들의 성인지 관점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셋째, 평가 질문에서 성주류화 관련 질문이 포함되어 있고, 사업평가 결과에서도 성주류화 질문에 대해 답을 한 경우이다. 이 유형은 조사 대상 21개 사업 중 8개에 해당하지만, 미얀마, 한-인니 산림분야 역량강화 사업은 공무원에 대한 사업 만족도 조사 결과를 단순히 제시하고 있어, 이 두 사업을 제외하면 6개 사업에 그친다.
세 번째 유형의 사업에서 포함하고 있는 성주류화 관련한 문항은 단순히 수혜자 중 여성의 참여를 확인하는 질문을 넘어서, 성인지적 관점의 평가 체크리스트에 부합하는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7) 사업의 전체 주기에서 사업이 성인지적 사업으로 형성되기 위해서는 기획 단계에서 성주류화의 도구가 적용되어야 한다. 이는 다시 말해 성별 차이에 따른 수요를 반영하여 사업의 결과가 성별로 다르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예측하기 위해 사업이 실행될 경우 그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혜택을 보는 수혜자가 누구인지 고려하는 과정이다. 사업 전체 사이클에서 이러한 성인지 관점이 포함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남성과 여성 각각의 수요 파악을 비롯하여, 사업대상자에 대한 성별 분리 통계, 그리고 성인지예산이다. 이번 연구가 꼽은 세 번째 유형에 속하는 사업들이 모두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평가 단계에서 이러한 요소들을 적용하여 평가 결과까지 도출하였다는 것은 사업의 구성요소에 이러한 성주류화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판단하였다.
예를 들면 르완다 야루구루 농촌종합개발사업(2013∼2018)의 평가 질문에서는, ① 기획 단계에서 수원국 및 사업지에 대한 젠더분석(gender analysis)이 이루어졌는지, ② 사업형성조사 단계에서 여성과 남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는지(참여 제한요인 및 촉진 기제 등), ③ 성인지적 활동 및 예산 편성이 이루어졌는지, ④ 모든 젠더의 참여를 고루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고려했는지, ⑤ 젠더의 사회/경제/문화적 차이를 사업 집행 및 모니터링 환류 체계에서 충분히 고려했는지, ⑥ 기초선 및 종료선 조사에서 성별 분리 지표를 설정하고, 이를 통한 모니터링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질문을 포함하고 있으며, 평가 결과에서도 이에 대한 답을 찾고 평가 결과에 반영했다.
미얀마 태양광발전을 통한 전력소외지역 생활여건 개선사업(2014∼2018)의 질문에서는, ① 여성 수혜자의 차별적 수요를 파악하고, 사업기획과 시행 전략에 반영했는지, ② 사업 관련 정보, 의사결정 과정, 사업으로 인한 혜택에 대한 여성 수혜자의 접근성, 불평등/소외의 가능성과 제도적·사회적 원인을 파악하고, 사업 시행 전략과 내용에 반영하였는지, ③ 여성 수혜자의 권한 강화(empowerment) 지원을 위한 요소(기존 의사결정 조직 내 최소 여성 참여 비율(쿼터제) 도입, 여성 조직화 등)를 사업 내용에 반영했는지, ④ 성별 분리 데이터를 확보해, 성별로 차별적인 사업의 영향을 파악했는지 하는 질문으로 성주류화를 체크했다. 미얀마 태양광 사업의 경우, 찌따우마을은 태양광발전과 식수 공급용 펌프 및 정수시설을 결합함으로써, 여성이 물을 긷기 위해서 대기하는 시간을 축소하였으며, 이는 여성 노동시간 단축함으로써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한 것으로 본다. 주로 학교에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남녀 학생이 고르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며, 특히 여학생의 교육 수준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도출되었다.
세 번째 유형 사업 중 성주류화 요소가 잘 반영된 사업은 한-WFP(World Food Programme) 새마을 제로헝거 사업(네팔, 르완다, 방글라데시, 탄자니아; 2011∼2019)이라 할 수 있다. 성주류화 평가 결과, 여성을 직접 수혜자로 선정하였고, 여성의 역량 강화를 고려하였으며, 가구 단위 영양개선에서 여성의 의사결정 권한 강화, 여성의 소득, 가족 돌봄을 위한 시간 확보 등을 사업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성주류화 요소가 반영되었다. 르완다 사업의 경우 사업 1년 차에는 소득증대 활동에 남성을 포함하였으나 사업효과가 떨어진다는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이후로는 여성으로 수혜자를 전환하였고, 방글라데시 사업에서는 소득증대를 위한 창업지원 활동의 수혜자를 100% 여성으로 선정하였다. 사업 과정에서 여성 참여는 꾸준히 권장되었지만 남존여비와 같은 사업지역의 전통적·사회적 인식과 여성의 낮은 교육 수준으로 인한 한계도 발견되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인식 전환과 더불어 성인지 교육 및 문해력 향상 교육 등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한 사업에서 여성의 지위와 자신감, 가구 및 마을의 의사결정 참여율이 높아진 것을 확인하였으며, 주요 원인은 여성의 경제권이 향상된 결과로 평가되었다. 취로사업에 참여한 여성들은 개인 은행 계좌를 개설하여 현금을 지급받았으며, 이를 통해 여성의 가구 내 지출에 대한 의사 결정권이 향상되었음을 인터뷰를 통해 공통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사업의 성주류화 요소를 통해 수혜자가 체감하는 직·간접적 영향이 발생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는 WFP의 식량, 현금 등의 지원 시 여성 역량 강화와 성평등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기관의 정책과 사업수행 합의서에 사업수행 전 과정에서 젠더를 고려하고 여성을 학대,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성평등 정책의 기조가 포함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장에서 살펴본 KOICA 기후변화 사업은 주로 농업(농촌개발), 물 관리, 에너지 등의 분야였고, 궁극적으로는 취약계층 대상 경제적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기후변화 항목에 포함된 사업들이었지만, 사업명에 기후가 포함된 사업은 몇 되지 않았고, 기후변화 관련 역량강화 사업은 대부분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인식개선 사업 수준에 머물렀다. 앞서 살펴본 농촌, 식수 등의 분야 사업에서도 사업구성 요소나 내용에 기후변화를 매개로 한 요소들을 찾기는 어려웠다. 농촌개발 분야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성인지적 농업분야 사업이 되려면, 기후변화에 대한 여성 농부들의 지식과 인식 증가를 기본 틀로 하고, 개선된 농업 종자, 도구 및 기타 자원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 및 기술에 대한 접근성 향상, 기후변화로 야기되는 병충해 관리에 대한 지식 및 기술 향상, 여성 농부들과 기존 시장 간의 연계 증진 및 신용제도에 대한 접근성 개선(IUCN, 2012: 43-47) 등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장에서 살펴본 사업 중 이처럼 포괄적 접근을 하는 사업은 없었다.
앞서 살펴본 캐나다의 사례에서도, 기후변화 사업은 주로 농업, 식수 및 위생 분야의 사업이었으며, 성주류화가 반영된 젠더마커 1(significant objective) 사업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 적응의 전반적인 과정을 성인지적 관점으로 보고 사업의 요소에서 구체적으로 실천 계획을 반영했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 기후변화 ODA 사업도 캐나다와 유사한 분야에서 수행이 되었지만, 젠더마커가 적용될 만한 사업은 매우 적다. 그렇다면, KOICA 기후변화 중기전략에 성주류화 요소가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부문별 사업의 중기전략에는 기후변화와 성주류화 요소가 얼마나 반영되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KOICA는 2010년부터 성평등을 비롯한 분야별 중기전략을 수립해 왔으나, 기후변화 대응이 처음 포함된 것은 제3차 성평등 중기전략(2021∼2025)이다.8) 성평등 달성을 위한 기후변화는 ‘기후 위기, 재난, 팬데믹 시대의 과제’라는 담론 안에서 설명되고 있다. 제3차 전략의 수립이 COVID-19의 시기와 맞물렸던 상황을 반영하여, 기후변화를 재난의 맥락에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한 사업의 성과 목표로 기후환경 위기와 재난위험 대응에 여성의 참여 및 성인지적 관점 확대를 설정하고, 성과 지표로는 빈곤층과 취약계층 보호 및 수해 등 재난으로 인한 사망자 피해 감소(SDG 11.5), 여성, 청소년 및 소외 공동체 대상으로 기후변화 계획 및 관리 역량 제고를 위한 메커니즘 촉진(SDG 13.b)을 삼고 있다(<표 4>).
출처: 한국국제협력단(2021a: 247, 272).
* 주: SDGs-KOICA 성과프레임워크 개정본(2023년)에 따르면, 재난재해 관련으로는 통합물관리/재해 관리 역량강화 교육훈련을 받은 관리자(공무원) 수(명; 성별분리), 물 관련 재해대응 인식개선 교육 및 훈련을 받은 마을주민의 수(명; 성별분리)로 수정되었음(한국국제협력단, 2023b).
그러나, KOICA 제3차 기후변화 중기전략에는 성평등 중기전략에 포함된 기후변화 관련 내용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기후변화 관련 전략목표 두 번째인 녹색회복 및 기후적응 지원에서, 녹색 생태계 회복 및 자연재해재난 경감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세부 내용에 ▲농촌 기후변화 적응 향상 지원, ▲재해위험경감 정책·전략 수립 및 역량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이와 관련한 성과 프레임워크를 보면, 이 같은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성평등 중기전략에 있었던 재난 위기 시 대응에서 성별 고려에 대한 내용조차 부재하다.
이처럼 기후변화 사업에 성주류화 요소가 없는 이유는, 코이카 사업 전반에 성주류화 요소가 부재하고, 그 맥락에서 기후변화 중기전략에도 성주류화 요소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항목으로 분류된 사업은, 주로 농촌개발, 물관리, 보건, 에너지 효율과 관련한 부문별 사업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들 분야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는지, 해당 부문에서 성주류화 요소가 통합되어 접근하고 있는지, 기후변화 관련 KOICA 제3차 부문별 중기전략의 성과 프레임워크에서 살펴보았다(<부록 표 2>).
해당 부문의 성과 지표와 산출물 지표에서는 기후변화가 매우 제한적으로 언급되어 있는 가운데, 해당 부문 전반에 성주류화 요소가 부재한 것을 발견하였다. 성별 수요 파악이나 성인지예산 수립이 어렵다면, 가장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수혜자, 인력 같은 ‘사람 수’의 성별 분리이다. 산출물 지표가 현재는 수혜자 수, 주민 수, 공무원(명) 등으로 남녀 구분이 없이 총인원만 집계하는 방식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수혜자 수(성별), 주민 수(성별), 공무원 수(성별) 등, 취합하는 사람 수를 성별로 나누어 정리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해당 사업을 통해 혜택을 받는 사람이 성별로 어느 특정 집단에 몰려 다른 한쪽 집단이 소외되거나 차별받는 일이 없는지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KOICA 중기전략에서는 기후변화를 비롯하여 주요 부문 성과프레임워크에 이런 기초적인 성주류화 요소가 통합되어 있지 않다.
성주류화 요소가 통합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한 선행연구의 결과를 살펴보면, ODA 실무자들은 양성평등 이슈를 반영할 기회를 갖는다는 응답(47.7%)이 절반에 미치지 못했고,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 중 양성평등 분야에 관심이 없어서(3.3%; 김은경 외, 2015: 39)라는 응답은 지극히 적었다. 양성평등 ODA 사업 추진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절차상의 복잡성(32.2%), 양성평등 이슈 반영 방법에 대한 지식 부족(31.2%), 사업계획서 상 양성평등 항목의 부재(27.6%), 고위급의 반대 예상(17.6%) 등의 응답이 나타났다(김은경 외, 2015: 51). 이로써 주요 부문의 실무자 수준에서 성평등 이슈를 자발적으로 사업에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기관의 시스템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위급 의사결정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성평등 중기전략에 기후변화 관련 대응이 처음 포함된 제3차 중기전략에는 재난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반영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사실상 기존 KOICA 기후변화 관련 사업의 평가 내용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것이며, 앞서 살펴본 EU의 젠더행동계획의 첫 번째 실천계획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따라서 KOICA 기후변화 사업에 대한 성주류화 평가 결과가 순차적 흐름으로 연결되는 제3차 중기전략(2021∼2025)에 반영되었다기보다는 국제사회의 권고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V. 결론
이상에서와 같이 기후변화 ODA 사업과 성주류화 통합을 살펴보니, 몇 가지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기후변화 사업으로 묶여있는 사업 중 기후변화가 분야별 사업에 충분히 반영되었다고 볼만한 사업이 거의 없다는 점, 둘째, 기후변화 사업이라 해도 이들 사업에 성주류화 요소가 통합된 사업은 지극히 드물었다는 점, 셋째, 궁극적으로 KOICA 분야별 사업의 성과 프레임워크에 기후나 성주류화 요소가 통합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성평등과 기후변화는 성격상 범분야 이슈인데도 불구하고 이 양자 간에, 혹은 이 둘과 다른 분야별 사업 간에 서로 범분야로 연결되는 지점이 없이 마치 하나의 분야 사업처럼 독립적인 사업으로 존재한다는 점, 성평등은 범분야 이슈인데도 성평등 분야에만 성주류화 성과 프레임워크가 제시되며, 사업 평가 기준도 범분야로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기후변화 분야에서 성주류화 요소가 부재한 것은 비단 KOICA만의 문제는 아니다. KOICA 기후변화 사업이 성주류화 요소를 반영한 사업의 경우를 보면, 대체로 의사결정과정이나 사업 수행자 및 대상자에 여성의 참여를 증가시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기후변화 관련 법제가 포함하고 있는 내용의 양상과 비슷하기 때문이다.9)
앞서 본 캐나다 사례에서 주목해서 볼 부분은, 농업부문에서 여성 농민이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를 받지 않는 방법에 주목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영향을 받고 있거나 향후 기후변화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큰 여성 농민들을 조사하고 이들이 집약되어 있는 농업구조와 그 내부의 수요를 반영하여, 기후변화로 인해 더 이상 경작할 수 없는 재배품종에서 벗어나 새로운 작물 재배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는 점이다. 이런 선진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의 사업은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구조 변동 같은 큰 틀에서의 고려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KOICA 사업의 성주류화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KOICA 제4차(2026∼2030) 중기전략 수립 시 범분야 이슈는 기존 주류 분야에 반영한다는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성평등과 기후변화는 단독의 사업만으로 할 수 없는 범분야 이슈이다. 분야 사업과 범분야 이슈 사업을 동일하게 독립적인 사업으로 설정해서는 안 되며, 범분야 이슈의 사업은 반드시 모든 분야 사업에 스며들도록 설계해야 할 것이다.
둘째, 기후변화 ODA는 적어도 젠더마커 1 사업이 되도록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 사업은 기후변화로 인해 가장 심각한 피해를 받는 계층이 누구인지 파악하여 대상자를 선정하고, 기후변화 대응 정책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과 취약계층의 대표성이 보장되는지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농촌개발과 보건, 식수, 에너지 분야 사업에서 기후변화로 닥칠 위험을 예견하고 농산업 구조 및 그에 따른 인력의 구조까지 예측해야 하며, 사업의 수혜대상자 수요를 남녀별로 취합하며, 사업의 산출물로 나오는 직·간접 수혜자에 대해 성별 분리된 숫자로 집계하고 관리해야 할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살펴본 기후변화 사업의 성주류화 평가 결과만이라도 향후 사업에 환류하여 시사점을 적용한다면 성인지적 관점의 기후변화 사업을 발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셋째, KOICA 사업의 성주류화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고위급 의사결정자의 의지와 실무자의 실천이 필요하다. 분야별 사업에 성주류화 실천은 국제사회가 규범으로 정한 약속이며, 이를 따르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공여기관으로서의 의무이자 순리이다. 분야별 실무자 수준에서 성평등을 통합하기에는 절차나 시스템 차원의 제도화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서는 접근하기 어렵다. 성평등을 통합하는 것에 전문적 지식과 함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앞서 조직의 최고위 리더십의 의지가 있다면 가능하기도 하다. 그 예시로 2011년∼2018년 사이에 KOICA의 성평등 ODA 사업 수가 68개이던 것이 2019∼2022년 사이에 88개로(김은경, 2023: 549) 급증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 논문에서는 기후변화 ODA 사업을 통해 KOICA 사업에 성주류화가 얼마나 많이 통합되고 반영되었는지 살펴보았다. 성평등 관점이 일반 주류 정책이나 사업에 반영되는 일은 오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SDGs 5 성평등은 국제사회가 정한 공동의 약속이다. 2026년부터의 중기전략을 수립하기까지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며, KOICA 2026∼2030 중기전략 수립 과정에서 젠더 전문가를 비롯하여 분야 실무자, 그리고 고위 의사결정자의 의지가 발현되어 기후변화뿐 아니라 분야별 사업에 성주류화가 반드시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