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개발협력(development cooperation)은 UN이나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OECD DAC) 등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논의 동향과 관련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이다. 특히,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를 전후기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이하 OECD) 하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이하 DAC)는 글로벌 목표 달성을 위한 공여국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이하 ODA)를 포함한 공적개발자금(Official Development Finance, 이하 ODF) 관련 논의를 여러 층위에서 주도하였다. 이는 근본적으로는 SDGs 달성을 위한 이행수단으로서 절대적 금액의 재원이 중요하다는 공통된 합의에 의한 것으로, 해당 논의들은 크게 공적개발자금을 개발도상국에 거점을 둔 민간 기업에 투자하거나 또는 공적자금을 촉매제로 활용하여 민간 재원을 개발도상국에 유인하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와 같은 동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OECD DAC 공여국들은 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을 설립하거나 혹은 기관 간 권한을 위임하는 구조적 변화를 모색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이와 관련한 국내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OECD DAC 논의와 관련하여 전체 흐름을 정리한 최신 연구는 2016년까지 현황을 제시하거나 (박수영·오수현, 2015; 오수현·이성진, 2016; 조한슬, 2016), 최신 논의라 할지라도 일부 논의만을 다루고 있었다(오수현·이인호, 2018). 그러나, OECD DAC은 최근까지도 관련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바, 최신 논의를 포함하면서도 전반적으로 OECD DAC 논의를 살펴보는 데 있어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본 논문을 작성하게 되었다. 또한, 여러 공여국의 개발금융기관 관련 최신 동향 역시 수출입은행(조성기, 2018; 조은진, 2019)에서 개별 국가 수준에서 동향을 소개한 적은 있으나, 여러 국가의 현황을 동시에 살펴봄으로써 최근 공여국의 전략적 방향성을 읽어내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동 논문은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원고는 이러한 변화가 주목할 만한 것이라는 전제 하에 OECD DAC이 최근 3~4년간 주도해온 관련 논의들을 정리하고, 이에 따른 공여국의 대응을 조직 변화 차원에서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원고의 목적은 OECD DAC의 여러 층위의 논의들을 개발재원과 민간 관련 파트너십을 중심으로 정리하는 데 있으며, 이에 대한 공여국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것에 있다. 본 원고에서는 OECD DAC 논의를 혼합금융, 임팩트투자, Private Sector Instrument(이하 PSI)를 통한 ODA계상, ODA를 촉매제로 하는 민간재원동원액 보고 순으로 정리하였으며, 이에 대한 공여국의 대응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미국, 캐나다, 영국, 덴마크 등 4개 국가의 개발금융기관 관련 사례를 살펴보았다.
Ⅱ. OECD DAC 논의 동향: 개발재원을 위한 민간부문 파트너십
이번 장에서는 개발재원 마련과 관련한 OECD DAC 논의동향을 크게 네 가지(△혼합금융; △임팩트투자; △민간금융수단의 ODA계상; △민간재원동원액 보고)로 정리한다. 이 원고에서 다루고자 하는 네 가지 논의 동향은 크게 지속가능한 개발을 목적으로‘개발도상국에 거점을 둔 민간기업’에 투자하는 것과 ‘민간재원을 유인’하기 위해 ODA를 촉매제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것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전자는 ‘민간’기업을 투자를 받는 대상 즉, 피투자자로 간주하는 것이며, 후자에서 언급하는 ‘민간’은 재원을 공급하는 투자자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 OECD DAC이 관련 논의를 위와 같이 구분하는 것은 아니나, 민관협력(Public Private Partnership), 민간파트너십(Private Partnership), 민간재원(Private Finance), 민간부문개발(Private Sector Development), 민간금융수단(PSI) 등 민간과 관련된 무수한 개념과 논의들이 제시되면서, 여기서 말하는 ‘민간’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번 논의 동향을 정리하면서 명확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오수현(2015)에서 소개한 ‘유엔 지속가능 발전 재원조달에 관한 정부 간 전문 위원회(the UN Intergovernmental Committee of Experts on Sustainable Development Financing, 이하 ICESDF)’의 개발재원 관련 민간부문 파트너십 카테고리를 활용하고자 한다. ICESDF에서는 크게 개발재원과 관련한 ‘민간’부문의 영역을 1. 개발을 위한 민간부문투자와 2. 개발을 위한 민간부문재원으로 구분한다(<표 1> 참조).
1. 개발을 위한 민간부문 투자 (private sector investment for development) | 2. 개발을 위한 민간부문 재원 (private sector finance for developm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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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파트너가 개발목적으로 (국제)민간부문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 | ODA를 활용하여 민간부문 재원을 레버지링하는 경우 |
출처: 오수현(2015).
전자는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파트너십’으로서 공여국, 민간기업, 금융투자자 등이 개발을 목적으로 민간부문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를 말한다. 여기에서는 혼합금융(Blended Finance)과 임팩트투자(Social Impact Investing) 논의 동향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후자는 공적자원을 촉매제로 활용하여 금융수단을 통해 민간재원 동원을 목적으로 하는 파트너십 형태를 의미한다. 그 파트너십의 유형으로 혼합금융이나 임팩트투자가 포함될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ODA를 제공하는 공여국이 ODA를 촉매제로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준으로 논의 동향을 분류하였다. 따라서, 공여국의 개발금융기관(Development Finance Institutions, 이하 DFIs)이 대출, 보증, 지분투자와 같은 민간금융수단(PSI)를 통해 개발도상국 민간기업에 지원하는 공적 자금의 일부를 ODA로 계상하자는 논의와 그러한 공적자금의 투입을 통해 동원한 민간재원액을 보고하는 논의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OECD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주요 재원으로서 혼합금융, 임팩트투자, 기후재원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재원 동원과 개발 영향의 극대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OECD 개발협력국장 또한, 2019년 2월에 열린 최근 OECD DAC 고위관리회의(Senior Level Meeting, 이하 SLM)에서 혼합금융 및 임팩트투자의 활성화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고재명, 2019).
OECD DAC은 기관 홈페이지에 혼합금융(Blended Finance)을 “개발도상국이 지속가능발전으로 나아가기 위한 추가적 재원동원을 목적으로 하는 개발재원의 전략적 활용(the strategic use of development finance for the mobilisation of additional finance towards sustainable development in developing countries)”으로 정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 내에 ‘OECD 혼합금융원칙(Blended Finance Principles)’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그림 1> 참조).
OECD DAC이 혼합금융(Blended Finance)에 대한 개념을 처음 소개한 자리는 2014년에는 세계경제포럼(WEF)과 OECD가 공동으로 주최한 ‘개발재원 리디자이닝 이니셔티브(Redesigning Development Finance Initiative)’에서였다. 뿐만 아니라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OECD DAC은 2017년 11월에 열린 고위급포럼(High Level Forum, 이하 HLF)에서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혼합금융 5대 원칙(Blended Finance Principle)’을 채택함으로써, 혼합금융의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였다(<표 2> 참조).
출처: OECD(2018a).
혼합금융원칙을 하나씩 살펴보자면, 첫 번째 원칙은 개발목적성에 대한 것이다. OECD DAC 회원국의 혼합금융 지원은 개발도상국의 사회·환경·경제적 지속가능개발에 기여하고자 하는 기관, 주로 개발금융기관(DFIs)의 설립목적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혼합금융에 공적재원을 투입하는 데 있어 추구하는 개발목적과 기대효과를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으며, 기업지배구조, 환경사회적 기준, 책임 있는 기업 관행 등을 이행할 것을 전제로 한다. 둘째로는, 혼합금융은 민간재원 동원을 목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혼합금융 구조 내에서 공적재원의 역할은 민간재원 확보가 불가능한 영역에 투자함으로써 추가성(additionality)을 확보하고, 개발성과를 담보하는 거래에 민간재원의 참여를 촉진하는 데 있다. 뿐만 아니라, 양허성을 최소한으로 유지하여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동시에 왜곡을 방지해야 하며, 시장 성숙 단계에서는 공적재원의 역할을 적절히 축소하고, 상업적 재원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는, 지역적 상황에 맞는 혼합금융을 실행하는 것으로, 지역의 개발수요 및 우선순위를 확인하고, 지역 금융시장이 발전할 수 있는 접근방식을 취해야 한다. 네 번째로는, 효과적인 파트너십으로서 민간 투자자의 동기를 적절히 활용하되, 개발금융기관이 갖추어야 하는 기준을 타협하는 방향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투명성 및 결과에 대한 모니터링에 대한 것으로서 혼합금융은 재무적 수익과 개발 성과 모두를 측정 및 보고할 수 있는 성과 프레임워크를 토대로 모니터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수집 및 보고와 모니터링을 위한 적정한 자원이 배분되어야 하며, 혼합 금융의 실행 및 결과에 대해 이해관계자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투명성과 책무성을 담보해야 함을 설명하고 있다(김잔디, 2019b).
이와 같이 OECD DAC은 혼합금융에 대한 정의 및 원칙을 제시함으로써 혼합금융 논의를 주도하고 있으며, 원칙 실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에 있다. 또한, 2015년을 시작으로 매년 DAC 회원국들을 초청하여 ‘혼합금융워크숍(Blended Finance Workshop)’을 개최하고 있다(김잔디, 2019c). OECD는 지속적인 워크숍을 통해 회원국에게 혼합금융의 중요성에 대해 알리는 동시에 회원국 간의 우수사례1)를 공유하고, 파트너십의 기회를 모색하는 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지속가능개발목표 달성을 위한 도구로서의 혼합금융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혼합금융과 함께 OECD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재원 마련 도구로서 제시하는 것이 임팩트투자(Impact Investing)2)이다. 임팩트투자란 ‘긍정적이고 측정 가능한 사회·환경적 성과와 재무적 수익을 함께 달성하도록 고안된 비즈니스에 대한 공공, 민간, 자선기금의 투자’로 정의할 수 있다(김정남 외, 2018). 임팩트투자라는 용어는 2007년 록펠러재단(Rockefeller Foundation)이 주최한 미팅에서 처음 사용된 후 널리 확대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OECD에서는 소셜임팩트투자(Social Impact Investing)라는 용어를 사용한다(<표 3> 참조).
출처: OECD(2015).
OECD가 2019년 발표한 보고서 ‘소셜임팩트투자 2019(Social Impact Invesment 2019)’에 의하면, 임팩트투자 시장은 최근 10년 동안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구체적으로 1997년 임팩트투자기관의 수는 50개 미만이었던 반면, 2017년에는 230개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임팩트투자 규모 2012년 80억 달러에서 2017년에는 259억 달러로 꾸준히 증가하였고, 향후에도 증가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GIIN, 2018).
임팩트투자 시장구조에 있어 자금을 공급하는 주체는 공적 영역에서는 정부, 다자개발은행(Multilateral Development Banks, 이하 MDBs), 개발금융기관(DFIs)을 들 수 있으며, 민간에서는 자선재단, 기관투자자,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3) 및 고액자산가(High Net Worth Individuals, 이하 HNWI) 등이 있다. 한편, 임팩트투자 자금의 수요자 측면에서는 사회적 기업, 벤처 및 스타트업, 비영리조직 등을 들 수 있다. 더불어, 임팩트투자의 등장과 함께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주체가 바로 중개기관(intermediaries)이다. 중개기관의 역할은 크게 자금 중개와 역량 강화 지원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자금 중개는 주로 지역은행, 사회적 투자은행, 사회적 투자 펀드 등 금융 중개사가 해당되며, 유동성 제공, 지불 메커니즘과 자문 및 펀드관리 등을 담당함으로써 투자자와 투자처를 연결하고, 시장 효율성 촉진 역할을 담당한다.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중개기관은 액셀러레이터, 인큐베이터 등을 들 수 있다(<그림 2> 참조).
<그림 2>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임팩트투자영역에서 공적자금의 역할은 혼합금융에서의 역할과 유사하다. 뿐만 아니라 임팩트투자에 있어 공적자금은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기술지원(Technical Assistance) 펀드를 별도 마련하여 자금을 제공하기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임팩트투자에서 중요한 요소인 개발 성과를 담보하기 위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OECD는 최근 이와 같은 임팩트투자 논의에 있어서도 역시 주도성을 지니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OECD는 2013년에 처음 임팩트투자 논의를 시작한 이래로 2019~2020년에는 ‘OECD DAC 소셜임팩트투자이니셔티브(Social Impact Investment Initiative)’를 기획하여, 해당 영역에서의 역할을 확장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임팩트투자분야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국제적 이니셔티브의 활용, 국별 시장 조성 지원, 국제개발협력을 통한 개도국 정책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으며, 지원 가능한 정책 도구로서 조직 정비, 제도 제정, 재원 제공, 정보 교류 등을 제시하였다.
앞서 설명한 혼합금융과 임팩트투자는 개발재원 마련을 위한 도구로서 제시된 반면, 여기에서는 혼합금융과 임팩트투자 구조 내에 참여하는 공적자금을 ODA로 인정하기 위한 논의를 다루고자 한다. 사실 민간금융수단(PSI)의 ODA 계상에 대한 내용은 여러 연구보고서원고(박수영·오수현, 2015; 임소진, 2015; 조한슬, 2016)에서 다룬 바 있다. 여기에서는 OECD가 DAC 회원국들에게 개발도상국의 민간투자를 독려하고자 하는 관점에서 동 내용을 설명하고자 한다.
해당 논의가 처음 시작된 것은 2012년 OECD DAC 고위급회담(HLF)에서였다. 이는 OECD DAC 회원국이 개발도상국의 민간 기업에 제공하는 공적자금 중 ODA가 아닌 재원, 즉 기타공적흐름(Other Official Flows, 이하 OOF)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재원 중 일부를 ODA로 인정해주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유형의 자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주로 대출, 지분투자, 보증과 같은 민간금융수단(PSI)이 활용되었으며, 이를 제공하는 공여국 내 기관들은 주로 개발금융기관(DFIs)이었으므로 논의에 참여하는 주체 역시 각 회원국별 DFIs 담당자들로 구성되었다.
OECD DAC의 가장 주요 역할 중 하나는 공여국의 노력을 적절하게 측정할 수 있는 통계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측정 방법론을 개발하는 데 있다. 공여국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투입한 공적재원을 OECD DAC이 제시하는 통계기준에 의거하여 최대한 ODA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OECD DAC 회원국으로서 GNI 대비 ODA 비율 0.7%를 달성하자는 국제사회의 약속을 이행함으로써 모범적인 선진국으로 간주되는 것과 동시에 자국 국민들에게 세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따라서 OECD DAC 회원국들은 해당 논의에서 각국의 원조 상황이나 정책을 고려하여 자국의 노력이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방식을 선호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그 대표적인 국가의 사례로 영국을 들 수 있다. 영국은 1948년 식민개발공사(CDC)를 설립한 이후 PSI를 활용하여 개발도상국의 민간투자를 지원해왔으며, 2015년 ODA/GNI 0.7%를 달성해야 하는 책임을 법으로 제정한 후 자국의 노력을 ODA로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가 더욱 강조되었다. 따라서, 영국은 OOF로 보고되는 DFIs의 자금지원 중 ODA로 정의될 수 있는 영역이 있는지 살펴볼 것을 OECD DAC에 제안하였다. DFIs의 PSI를 통한 개도국 민간기업의 지원은 공적재원으로서 협조금융, PPP, 보증 등의 형태로 민간재원과 공동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이러한 지원은 개도국의 민간부문 발전과 민간재원의 동원에 동시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게 되었다.
DFIs가 PSI로 지원하는 자금의 일부를 ODA로 계상하는 방식은 크게 기관중심 접근방식(institutional approach)과 수단중심 접근방식(instrument-specific approach)으로 제시되었다. 두 가지 접근방식 중 어떤 방식을 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2014년 10월 OECD DAC 고위관리회의(SLM)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하였는데, 이어 2015년 상반기에 개최된 회의 내용을 살펴볼 때 회원국별로 선호하는 방식이 뚜렷하게 구분되었다.
아래 <표 4>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네덜란드, 스웨덴, 벨기에, 스위스, 노르웨이, 호주는 기관중심 접근방식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기관중심 접근방식(institutional approach)은 DFI 기관에 지원된 정부 원조 예산액 100%를 ODA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해당 DFI의 미션, 위임사항(mandate), 포트폴리오 등이 개발 목적을 중심에 놓고 있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하며, 정부 원조 예산이 DFI로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회원국의 경우, 이 방식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반면, DFI가 정부 지원 없이 자생적으로 자본을 운용할 수 있는 조직일 경우, 해당 방식으로 ODA를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은 부재하기에 이 방식을 선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관중심 접근방식을 선호한 국가의 DFIs 소유지분을 살펴보면, 네덜란드 FMO(공공 51% + 민간 49% PPP 형태), 스웨덴 Swedfund(공공 100%), 벨기에 BIO(공공 100%), 스위스 SIFEM(공공 100%), 노르웨이 Norfund(공공 100%), 호주(DFI 없음) 등으로 주로 공공에서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는, 정부 예산이 DFI로 출자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하므로 해당 국가들이 기관중심 접근방식을 채택했을 거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선호방식 | 두 가지 방식 공존 | ||
---|---|---|---|
기관중심 | 수단중심 | 가능 | 불가 |
네덜란드, 스웨덴, 벨기에, 스위스, 노르웨이, 호주 | 일본, 프랑스, 독일, EU, 이탈리아, 포르투갈 | 영국, 핀란드, 네덜란드, 스위스, 노르웨이, 캐나다, 호주, 아일랜드 |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
2차 출처: 임소진(2015).
반면, 일본, 프랑스, 독일, EU, 이탈리아, 포르투갈은 수단중심 접근방식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수단중심 접근방식(instrument-specific approach)은 대출(loan), 지분투자(equity investment), 메자닌 금융(mezzanine finance), 보증(guarantee) 등 DFI가 개도국 민간 기업에 자금을 지원할 때 활용하는 금융수단별로 양허성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여 ODA를 계상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수단중심 접근방식을 선호한다고 밝힌 국가들의 DFIs 소유권 형태를 살펴보면, 프랑스 Proparco(공공 70% + 민간 30% PPP 형태이며, 공공 재원 70% 중 13%는 국외재원임), 이탈리아 SIMEST(공적재원이 높은 비중을 가진 PPP 형태), 포르투갈 SOFID(공공 60% + 민간 40% PPP 형태) 등 대부분이 민관협력(PPP) 형태를 띠고 있었다. 이는, 정부가 DFI에 추가적으로 자본을 출자할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내포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자국의 DFI인 JBIC이 100% 공공출자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DFI에 대한 정부 출자금은 공여국 내부 자금흐름이므로 ODA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위와 같이 접근방식의 양자택일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따르자 두 가지의 방식이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되었다. 두 가지 방식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의견을 낸 여러 국가 중에 대표적인 국가는 영국을 들 수 있었다. 임소진(2015)에 따르면, 영국은 공존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는 표명한 반면, 비공식 인터뷰에서는 기관중심 접근방식을 선호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뒤에 사례 파트에서도 설명되겠지만, 영국이 기관중심을 선호하는 이유는 GNI 대비 ODA 지원 비율을 0.7%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내용이 법제화 되면서 ODA 인정액을 증대시켜야 할 강력한 목적의식이 생겨났으며, 기관중심 접근방식을 통해 영국 정부가 DFI에 출자하는 재원 전체를 신속하게 ODA로 보고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었다고 고려된다. 또한, 스웨덴 역시 공식적으로 GNI 대비 ODA 비율을 1.0%까지 증대한다고 밝힘에 따라 영국과 유사한 전략으로 ODA를 인정받고자 기관중심 접근방식을 선호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통계 일관성 및 신뢰성의 측면에서는 두 가지 방식을 모두 허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들도 있었지만, 접근방식의 선택 여부가 각 회원국의 이익과 밀접하게 결부된 만큼 의견 차이를 좁히기는 매우 어려웠다. 따라서, 결국 PSI의 ODA 계상을 위한 접근방식을 공존 형태로 두고, 각 회원국의 기관 단위에서 선호하는 방식을 취사선택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고, 이후 보다 기술적인 계산방식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였다.
위의 언급한 논의는 개발금융기관이 PSI를 통해 개도국 민간부문에 지원하는 공적재원액 중 일부를 ODA로 인정해주는 것이었던 반면, 이번에 다룰 논의는 동일한 거래에 대해 파생되는 효과로서 동원된 민간재원 금액을 측정 및 보고하는 것이다. 동일한 지원에 대해서 전자는 공여국의 개도국 민간부문 지원을 독려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후자는 공여국의 공적재원을 지렛대로 한 민간재원동원 촉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민간재원은 SDGs 달성을 위해 추가적으로 매년 필요한 2.5조 달러의 격차를 채워줄 중요한 재원으로서 OECD DAC는 민간재원동원액을 공적재원 카테고리에 보고하기는 어려우나, 공여국의 ODA를 촉매제로 하여 동원된 민간재원 동원액을 별도 보고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공여국의 민간재원동원 노력을 촉진하고자 하였다. ODA로 인해 동원된 민간재원액은 OECD DAC이 공여국의 개발재원 노력을 인정하기 위해 새로이 만든 개념인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총공적지원(Total Official Support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이하 TOSSD) 하에 메모 아이템으로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그림 3> 참조).
이와 관련하여 OECD DAC은 공여국의 민간재원동원액 규모를 파악하고자 2012~2014년 동안 ‘공적개발재원에 의해 동원된 민간부문 동원액(Amounts mobilised from the private sector by official development finance interventions)’에 대한 설문조사를 회원국별로 2015년 처음 실시하였다. 민간재원을 동원할 수 있는 금융수단을 보증(guarantee), 신디케이티드론(syndicated loan), 집합투자펀드(collective investment vehicle) 등 세 가지에 한 정하여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으며, 이후 2016년에는 크레디트라인, 직접지분투자 등 두 개의 금융수단을 추가하여 2012~2015년 동안 총 다섯 가지의 금융수단을 통해 공적 지원에 의해 동원된 민간재원금액에 대한 설문조사를 약 80개의 공여기관 및 개발금융기관 등을 대상으로 재실시하였다.
조사 결과, 2012~2015년 동안 조사대상 기관을 통해 동원된 민간재원의 총 금액은 약 811억 달러(약 96조 원)이었으며, 조사 대상 다섯 개의 금융수단 중 가장 많은 민간재원 동원효과를 가져온 보증(guarantees) 수단은 전체 811억 달러 중 약 44%인 359억 달러의 민간재원 동원 효과를 가져왔다. 그 뒤를 이어 민간재원동원 효과가 있는 금융수단은 각각 신디케이티드론(약 158억 달러)과 크레디트라인(약 152억 달러)이었다. DAC 회원국 내 기관 중에서는 미국 OPIC이 보증수단을 활용하여 가장 많은 민간재원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뒤에 이어 민간재원동원 성과를 가져온 영국 CDC는 집합투자기구를 100%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오수현·이성진, 2016). 위의 설문조사 결과를 통하여 민간재원동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미국과 영국의 DFIs는 더욱 적극적으로 민간재원동원액을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증대시킬 것을 예상할 수 있다.
OECD DAC은 공여국의 민간재원동원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하여 민간재원동원의 효과를 가진 금융수단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2018년 4월, OECD 본부에서 ‘민간재원 동원액 측정방법론 개발 워크숍(Measuring the amounts mobilised from the private sector by official development finance interventions: Working session with bilateral and multilateral financial institutions)’을 개최하여, 앞서 제시한 다섯 개의 금융수단 외에 증여(grant)와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민간재원동원 효과 측정방법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한편, OECD DAC 공여국들은 이러한 OECD DAC 논의동향과 발맞추어 원조의 전략 방향을 조정하거나, 기관 형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다음 장에서는 OECD DAC 공여국의 개발금융기관(DFIs)을 중심으로 이러한 변화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III. OECD DAC 공여국의 개발재원 관련 대응 전략: DFIs를 중심으로
OECD DAC을 중심으로 개발도상국의 민간부문 발전을 위한 공적재원의 투입과 이를 촉매제로 유인되는 민간재원에 관련한 여러 논의들은 신속하게 진행되어 왔으며, 공여국들 역시 이러한 논의 흐름에 전략적으로 대응해왔다. 개발협력분야는 특히 유엔 혹은 OECD DAC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 논의가 각 공여국의 원조정책 및 전략 수립에 규범으로 작용함으로써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작용하는 속도 역시 빠르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SDGs가 발표된 이후 공여국 원조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SDGs와 연계되었으며 2000년대 진행된 OECD DAC 원조 효과성 논의 역시 공여국 원조 접근방식의 규범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여국들은 민간재원과의 파트너십을 추진하기 위해 개발금융기관(DFIs)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펼쳐왔으며, 이는 일부 공여국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었다.
이를 이창길(2008)에서는 Dimaggio & Powell(1983)를 참고하여 사회적 신제도주의(new institutionalism)에 따른 동형화(isomorphism)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신제도주의(new institutionalism) 이론은 조직의 구조나 행동이 사회에서 합리적이라고 인정된 규범과 가치를 반영하는 제도라고 말하고 있다. 즉, 제도적 환경이 유사한 조직의 구조는 효율성보다는 정당성에 의해 형성된다고 밝히면서 이러한 조직 간에 유사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Meyer et al.(1997)은 동형화 현상을 가져오는 요인 중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OECD, 세계은행(World Bank), UN 등 국제기구의 역할에 의한 것을 제시한다. 동 논문에서는 1988년 OECD가 주도한 공공관리위원회(Public Management Committee)가 세계 정부시스템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국가 간 정책 도구를 공유하는 역할을 수행했으며, 이와 같은 OECD의 역할이 회원국 간의 동형화 현상을 확산시켰다고 언급하고 있다. 즉, OECD DAC을 중심으로 한 혼합금융, 임팩트투자, PSI를 통한 ODA계상, 민간재원동원액 측정 등의 논의가 DAC 회원국들이 이를 추진하기 위해 제도를 변화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동일한 논문에서 이러한 동형화 구조의 요인으로는 모방(emulation), 경쟁(competition), 강제(coercion), 학습(learning)을 제시한다.
각 요인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면, 먼저 ‘모방’은 정부의 제도 개혁에 있어 타국 정부 사례를 구체적인 연구나 검토 없이도 도입하는 것을 말한다. ‘경쟁’은 유사한 역사와 경제구조를 가진 국가 간(예, 북유럽 국가 혹은 영연방 국가)에는 정부 정책이나 제도 도입에 있어서도 경쟁 관계가 작용하여 상호간 모방을 통한 유사 정책이나 개혁을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은, ‘강제’ 동인으로서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목소리를 가진 국가 또는 국제기구가 동일한 정책이나 규범의 선택을 강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는 ‘학습’으로서 (learning)이다. 자국의 과거경험과 지식뿐만 아니라, 타국의 정책 결정의 효과를 검증하여 구체적으로 확인함으로써 학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검증 없이 적용하는 모방이나 경쟁과는 다른 성격의 동인이다.
동 이론을 적용해볼 때 앞의 OECD DAC이 주도한 논의들은 DAC 공여국이 유사한 정책이나 제도 변화를 가져오는 데 동인으로 작용된 점이 있다고 판단된다. 먼저 OECD DAC는 혼합금융 워크숍 또는 혁신적 개발재원 마련을 위한 워크숍 등을 지속적으로 주최하고, DAC 회원국들을 초대함으로써 혼합금융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회원국 간 우수사례를 공유하도록 하였다. 이는 이러한 OECD DAC의 역할이 혼합금융의 우수사례를 모방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하였음을 의미하며, 또한 공여국의 민간투자 혹은 민간재원 동원 노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메커니즘을 지속적으로 개발함으로써 DAC 회원국들이 이를 규범으로 삼고 이행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고 판단된다. 뿐만 아니라, 회원국 내 개발금융기관(DFIs)이 유사한 역할을 수행함에 따라 민간재원을 유치하려는 노력에 있어 서로 경쟁관계에 놓일 수 있으므로 더욱더 발 빠르게 OECD DAC 논의흐름에 대응하고자 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원고에서는 조사에 주어진 자원의 제약요소를 고려할 때 뒤에 사례로 제시될 DAC 공여국의 개발금융기관(DFIs)들이 실제 모방, 경쟁, 강제, 학습 등의 동인에 의한 제도 변화를 추구했는지 검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각 공여국들이 최근 보이는 제도변화의 배경에는 OECD DAC의 논의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원조를 전략적으로 자국 기업의 개도국 진출 목적에 활용함으로써 국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이유도 작용한다. 따라서 이 원고의 목적은 OECD DAC 논의 동향이 DAC 공여국 제도 변화에 영향을 가져왔을 거라는 가정을 던지는 데 의의를 두고 있으며, 여기에서 검증하는 데 한계를 가진 범위에 있어서는 향후 기회를 통해 다루고자 한다.
OECD DAC 논의 흐름과 더불어 여러 DAC 회원국들은 개도국 민간부문을 지원하고 민간재원을 동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기 시작하였다. 이번 원고에서는 미국, 캐나다, 영국, 덴마크 등 네 개의 DAC 회원국을 사례로 1) 개발금융기관의 설립과 2) 개발금융기관으로의 운영위탁으로 분류하여 제시한다. 미국과 캐나다는 최근 개발금융기관의 신설한 경우에 해당하며, 영국과 덴마크는 개발금융기관으로 관련 사업의 운영을 위탁한 사례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의 원조와 국익 실현을 연계하고자 신규 개발금융기관의 설립을 적극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미국은 기존에 개발도상국 민간부문에 대출과 보증을 지원하는 해외민간투자공사(Overseas Private Investment Corporation, 이하 OPIC)라는 조직이 있었으나, 동 조직은 개발도상국의 ‘개발(development)'을 궁극적인 비전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아 개발금융기관으로 정의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베트남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미국의 개발금융 조직개편 계획을 언급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2018년 2월 27일 미국 의회는 DFIs 성격의 미국국제개발금융공사(United States International Development Finance Corporation, 이하 USIDFC) 설립을 위해 ‘발전으로 가는 투자의 더 나은 활용(Better Utilization of Investment Leading to Development(BUILD)’라는 제목의 법안을 발의하였고, 같은 해 10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법안에 서명하였다. 개발전문가들은 새로운 개발금융기관의 설립을 지난 15년 동안 미국 개발정책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라는 의견을 모았다(Saldinger, 2018b).
새롭게 설립되는 미국의 개발금융기관은 기존 조직인 OPIC과 미국 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이하 USAID)의 민간부문파트로서 개도국 발전을 위해 여러 층위의 금융기관에 보증을 제공하던 Development Credit Authority(DCA)를 통합하게 된다. 새로운 개발금융기관의 설립은 트럼프 행정부가 OPIC에 대한 예산을 삭감하였을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 이상 장기적 관점의 전략 없이 운영되어 온 OPIC의 상황을 고려할 때 예측되어온 바였다.
OPIC과 비교할 때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 중 하나는 USIDFC이 제공하는 금융수단에 있다. OPIC이 기존에 보유한 대출 및 보증에 한해 제공한 반면, 새로운 금융기관은 추가적으로 직접투자, 소규모 무상지원, 현지화 대출 업무를 신설하였다. OPIC의 대표이사(CEO)인 Ray Washburne은 과거 OPIC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순위채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대출은 개발도상국의 부채 문제를 야기함에 따라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대신, 지분투자 수단을 활용함으로써 다른 국가의 개발금융기관 및 원조기관과 국제적으로 협력할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민간을 주도로 하는 개발을 추진하고 미국 기업을 개도국 시장에 진출시키는 전략이 대안임을 언급하였다(Saldinger, 2018a; <표 5> 참조).
출처: 윤소담(2018).
최근 진행상황으로는 2019년 3월 9일 USIDFC의 조직 계획이 발표되었으며, 뒤이어 3월 11일에는 개발금융공사에 대한 예산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기관에 배정된 예산은 새롭게 도입되는 지분투자에 150백만 달러, 대출 프로그램에 50백만 달러가 배정되었으며, 국무부와 USAID는 50백만 달러를 USIDFC에 이전할 수 있도록 되었다(Shelby, 2019). 한편, 새로운 개발금융기관은 올해 10월 1일에 영업을 개시할 예정에 있다(Saldinger, 2019).
상대적으로 타 원조공여국의 비교연구를 다루는 국내 문헌에서 많이 다루어지지 않은 국가이지만, 캐나다는 개발재원의 중요성에 대해 일찍부터 고민해온 국가이기도 하다. 캐나다 정부는 2013년부터 원조를 활용한 민간분야 진출을 목적으로 개발금융기관의 설립 논의를 시작하였으며,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2014년 개발금융기관의 설립 필요성을 제안하는 공식 문서를 캐나다 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또한, 캐나다는 혼합금융(Blended Finance)을 촉진하기 위한 플랫폼인 컨버전스(Convergence)의 설립을 주도한 국가이기도 하다. 컨버전스는 2016년 캐나다 정부가 23.5백만 달러를 지원해 설립한 협의체로서, 개발도상국 민간부문 투자를 목적으로 혼합금융 데이터 수집 및 분석과 사업 정보 공유 등을 목적으로 한다. 이와 같은 캐나다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2017년에는 캐나다 의회가 예산편성 문서인‘Budget 2017’에 개발금융기관 설립을 위한 재원 3억 달러 출자를 편성한 것을 시작으로, 2018년 1월에는 캐나다 개발금융기관법인(Development Finance Institute Canada Inc., 이하 DFIC Inc.)이 FinDev라는 브랜드명으로 출범하였다(조성기, 2018). FinDev는 경제 성장을 통한 빈곤 퇴치를 목적으로 개도국 내 민간기업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맨데이트(mandate)로 하며, 녹색성장, 농업비즈니스 및 지역금융기관을 활용한 중소기업지원 등을 중점으로 한다.
캐나다 개발금융기관의 특징으로는 수출개발공사(Export Development Canada)가 100% 지분을 보유하는 자회사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으로, 이는 수출개발공사의 역량과 기술이 FinDev 운영에 있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 따라서 FinDev는 상업적 금융지원과 개발원조 간의 갭을 메우는 역할을 하며, 수출개발공사가 활용하는 대출, 보증, 지분투자 등의 금융수단을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익성이 담보되는 사업에 한해서는 프로젝트금융 방식도 지원한다. 한편, FinDev의 대표는 사하라이남아프리카에서 수십 년간 뱅커 및 임팩트투자자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Paul Lamontagne가 맡았다(<표 6> 참조).
영국은 가장 오래된 개발금융기관인 CDC(1948년 설립)를 보유한 국가로서, 개발도상국 의 민간투자에 대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0년대 초반부터 재무부를 주도로 임팩트투자 태스크포스를 조직하여 임팩트투자에 대한 기초정책을 수립해온 국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할 때, 영국의 민간부문개발을 위한 개발협력 전략은 일찍이 시작되었으며, 타 공여국 사이에서도 해당 논의를 주도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영국은 개발원조에 있어 금융을 활용한 접근방식을 적극적으로 취해왔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 영국 국제개발부(Department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이하 DFID)가 남아시아 및 사하라이남아프리카의 민간부문개발(private sector development)을 목적으로 설립한 DFID 임팩트펀드(DFID Impact Fund)로서 경제적 피라미드의 하위계층(Base of the Pyramid, 이하 BoP)에 혜택을 주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모태펀드(Fund of funds)의 성격을 가진다(<그림 4> 참조).
<그림 4>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DFID는 임팩트펀드의 운용을 자회사격인 CDC에게 100% 위임하고 있는데, CDC는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기관의 명확한 맨데이트(mandate)로 두는 동시에 DFID가 보유하지 않은 투자 및 개발협력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 펀드에 DFID가 지원한 예산은 2012년도 조성 당시 7,500만 파운드에서 2016년 총 3억 500만 파운드까지 확대되었다. 1995년 이래로 CDC는 DFID의 자본출자 없이 자생적으로 운용되어 온 것을 감안할 때, 이는 이례적인 사례로 간주되었다. DFID의 CDC를 활용한 개도국 민간기업 투자는 영국 개발원조 전략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영국은 DFID 임팩트펀드를 시작으로 여러 정책문서를 통해 영국의 개발원조가 국익 추구를 향해 있음을 드러낸 바 있다. 먼저 2015년에는 ‘국익 안에서 글로벌 과제 해결(UK aid: tackling global challenges in the national interest)’이라는 명칭의 개발협력정책을 발표하였으며, 이어 2017년에는 ‘DFID 경제개발전략(Economic Development Strategy: prosperity, poverty and meeting global challenges)’를 통해 영국 정 부가 ODA를 지원하는 협력국을 시혜의 대상이 아닌 영국의 장기적 무역파트너로 간주하고 있음을 언급하였다. 해당 전략 문서 내에서 제시한 11가지 방법에서는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활성화를 위해 인내 자본(Patient capital)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하며, DFID는 이를 CDC를 중점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제공할 것을 밝힌다. 또한, DFID는 국제금융의 허브인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과 협력하여 협력국 내 자본시장 및 금융 서비스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며, 이를 위한 도구로서 임팩트투자를 채택할 것을 제시한다.
이와 같은 DFID의 CDC 활용은 비단 국익의 추구뿐만 아니라, 자국의 GNI 대비 ODA 비율을 0.7% 이상으로 유지시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였다. 브렉시트(Brexit)의 영향으로 파운드화의 가치가 하락하자, 2015년 이후 ODA/GNI 0.7%라는 국제적 규범을 법으로 규정한 영국은 상대적으로 대외원조 예산 감소 현상이 발생하였다(임소진, 2016). 따라서, DFID가 임팩트펀드 운용을 CDC에 맡기기 위해 자본출자를 한 것은 자국의 이익 추구와 국제적 규범 이행이라는 두 가지의 토끼를 잡는 매우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방법이었다고 판단된다. 2018년 OECD DAC 원조 통계를 살펴보면, 영국은 민간금융수단(PSI)를 통해 지원한 금액을 총 10.9억 달러로 보고하여 DAC 회원국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였다(김잔디, 2019a). 이 중 9.9억 달러는 기관중심 접근방식을 통해 보고한 금액으로써 DFID가 CDC에 출자한 금액에 해당하는 것이 위의 전략적 판단에 대한 증거로서 뒷받침된다.
덴마크 역시 덴마크 외교부가 관장하던 DANIDA Business Finance(이하 DBF; n.d.)에 대한 관리를 2017년 9월 1일자로 개발금융기관인 Investment Fund for Developing Countries(이하 IFU)에 위임한 사례를 들 수 있다. IFU는 덴마크 정부에 의해 1967년에 설립된 독립적 정부소유 펀드로서 150여 개 국가 내 덴마크 기업에 의해 설립된 프로젝트 회사에게 지분투자, 대출 및 보증의 형태로 위험자본을 제공하는 기관이며, DBF은 덴마크 외교부 내 기금으로서 덴마크 기업의 기술과 노하우를 이전받는 개발도상국 내 지속가능한 인프라 프로젝트를 위해 금융을 제공하고, 민간재원을 동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1993년 설립되어 지금까지 29개국에 지원되었다. DBF를 지원받을 수 있는 국가의 기본 조건은 1인당 국민소득 4,035달러 미만의 DAC 수원국 리스트 국가여야 하며, 덴마크 사무소가 위치하고 있어야 한다.
DBF가 제공하는 금융은 구속력이 있고, 보조금을 동반하는 연화차관(soft loan)의 형태를 띠므로, 상업적으로 타당성이 없어 시장 조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지원한다. 금융조건은 일반적으로 10년 만기 대출을 USD 혹은 EUR로 발행하며, DBF 보조금은 대출 전체 기간 동안의 이자, 수출신용 프리미엄 및 기타 금융 비용과 대출 원금을 줄여주기 위한 현금 증여를 포함한다(<그림 5> 참조). 차입자는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의뢰가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반기별 균등상환이 가능하며, 단지 수수료와 관리비만을 지불하게 된다.
한편, DANIDA 관리의 IFU 위임은 IFU와 외교부의 상호 협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목적과 더불어 덴마크의 對개발도상국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 참여를 늘리겠다는 의도가 전제되어 있던 것이었다. 앞서, 2015년 12월에 덴마크 외교부는 원조 예산의 삭감을 발표하면서 앞으로는 무역과 투자 분야에 보다 집중할 것을 밝힌다(Weitzenegger, n.d.). 덴마크 정부의 ‘덴마크 개발협력 우선순위(Priorities for the Danish Development Cooperation) 2016∼2019’를 살펴보면, 지속가능한 성장, 투자와 무역이 발전(development)으로 가는 길이며 민간부문의 적극적 참여가 전제되어야만 개발협력이 글로벌 도전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정부가 개발에 있어 투자를 증대하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고용에 있어 더 나은 개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시작점으로 IFU를 활용할 것을 명시한다. 이와 관련하여 IFU는 DBF 관리를 위해 조직 내 새로운 팀을 신설하여 여러 전문가를 추가로 고용하였다.
뿐만 아니라, 덴마크는 2016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민간자본을 주제로 연구를 수행했다. 동 연구를 통해 혁신적 재원과 임팩트투자 영역 내의 여러 유형의 펀드와 투자 수단을 검토함으로써 여러 DFIs들이 조사된 금융수단을 통해 어떻게 민간재원을 동원하는지 살펴 보는 동시에 DANIDA가 향후 방향성 정립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였다는 것을 특징으로 볼 수 있다.
IV. 시사점 및 결론
본 원고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목적으로 OECD DAC가 주도하는 개도국 민간부문 투자 및 공여국의 민간재원동원 관련 논의동향을 요약하고, 이와 같은 논의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제도 및 조직의 변화를 꾀하는 공여국들의 최근 현황을 정리하고자 하였다. 위의 조사내용을 바탕으로 도출할 수 있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OECD DAC 여러 공여국들은 개도국 민간부문을 지원하고 민간재원 동원을 통한 개발재원 수요의 간극을 메우기 위하여 개발금융기관의 신설 혹은 개발금융기관으로의 관련 업무 위임 등 제도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조사된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과 캐나다는 개발금융기관을 각각 2019년(설립예정)과 2018년에 설립하였으며, 이를 위한 작업은 몇 년에 걸쳐 이루어져 왔다. 반면, 영국과 덴마크는 각각 DFID와 DANIDA에서 맡아온 금융관련 업무를 금융에 대한 전문성과 역량을 보유한 기관인 CDC와 IFU에 위임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운영하고자 하였다.
둘째, OECD DAC은 PSI를 통한 ODA계상이나 민간재원동원액 보고 논의 등을 통해 공여국의 노력을 인정하고, 최대한 공여국들의 관련 노력을 이끌어내고자 하였으며, 개발협력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공여국들은 전략적으로 이에 대응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는 영국으로서 영국은 정부 예산으로 CDC에 자본을 출자함으로써 ODA/GNI 비율 0.7%를 지켜야 하는 책무성을 이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CDC를 활용한 임팩트투자를 통해 영국이 미래 무역파트너인 개도국 민간기업의 투자와 이로 인한 민간재원 동원의 효과까지 얻게 되었다.
셋째, 개도국의 민간부문을 지원하는 방식에 있어 지분투자를 활용하는 방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OPIC은 기존에 제공하던 대출 수단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새로 신설된 개발금융기관을 통해서는 지분투자를 새로 도입하고 늘려가겠다고 발표하였다. 지분투자는 대출과 비교하였을 때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높은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공여국과의 협력이 대출보다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과 동시에 국익 추구 측면에서 개도국에 진출한 자국의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영국의 경우에는 CDC에 대한 지분투자방식이 출자금액 100%를 ODA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효율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와 같이, 몇몇 공여국들은 OECD DAC 논의 동향에 전략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움직임들은 다른 공여국들에게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확장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OECD DAC의 관련 논의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전략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한다.
한편, 이 원고는 원고 길이와 조사 기간의 제약 상 실제 현지조사를 통해 OECD DAC의 논의 동향이 공여국의 제도 변화에 직접적 영향을 주었는지를 확인하지 못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원고에서 던지는 질문을 시작으로 향후 OECD DAC 관련 논의에 대한 공여국의 대응 전략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