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of 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연구논문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윤리적 개입 전략: 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성찰적 실천*,**

남수연1,*
Souyeon Nam1,*
1성결대학교 국제개발협력학과 조교수
1Assistant Professor, Dept. of International Development and Cooperation, Sungkyul Universtiy
*Corresponding author : skatndus@sungkyul.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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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Jun 13, 2025; Revised: Aug 08, 2025; Accepted: Sep 02, 2025

Published Online: Nov 30, 2025

요 약

국제개발협력 현장에서 실무자는 가부장제, 부패, 족벌주의 등 전통 관행으로 인해 사업 목적 달성과 인권 개선이 저해되는 상황에서 윤리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딜레마에 자주 직면한다. 이는 보편주의와 문화 상대주의가 충돌하는 현장이다. 이러한 딜레마 해결을 위해 현재 학계에서 제시하는 ‘완화된 보편주의’는 규범적 합의에 그쳐 실무 현장의 복잡한 딜레마에 대한 구체적 대응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본 연구는 개발협력 현장에서 발생하는 ‘감정’에 대한 최근 학계의 관심을 반영하여 성찰적 실천가 접근을 통해 이론과 실행의 간극을 잇는 윤리적 경계 개입 모델을 제안한다. 이 모델은 ‘도전․협상․존중’ 구역을 기반으로 실무자 감정 기반 개입 사안 포착, 내부 개인․그룹 성찰, 권력․문화 매핑, 개입 설계 및 실행, 평가․환류의 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속적 성찰을 통해 실무자의 위치 성의식과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강조한다. 결론에서 연구의 학문적, 정책적 기여 및 제안 을 제시하였다.

Abstract

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 practitioners often face ethical dilemmas when traditional practices such as patriarchy, corruption, and nepotism impede project goals and human rights. These challenges highlight tensions between universalism and cultural relativism. However, existing “soft universalism” approaches remain normatively abstract and insufficiently practical. This study proposes an ethical boundary intervention model grounded in reflective practitioner theory and the emerging scholarship on emotions in development. The model includes stages of emotional cue recognition, individual and group reflections, power and cultural mapping, intervention design and implementation, and feedback. It emphasizes practitioner positionality and stakeholder communication, offering a practical framework for navigating ethical complexities in development practice.

Keywords: 보편주의; 문화 상대주의; 개발윤리; 성찰적 실천가; 국제개발협력
Keywords: Universalism; Cultural Relativism; Development Ethics; Reflective Practitioner; International Development and Cooperation

Ⅰ. 서론

개발협력 현장에서 실무자들은 종종 특정 지역의 문화적 관행1)이 보편 원칙을 침해하는지를 판단해야 하는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한다. 여성할례, 조혼, 성별에 따른 노동 분업과 발언권 제한 등은 인권의 보편적 기준에 따라 문제로 간주되지만 지역 내부에서는 전통, 종교, 사회 질서를 구성하는 문화적 실천으로 정당화되기도 한다(Merry, 2006). 이러한 상황에서 외부 주체가 섣불리 개입을 시도할 경우 서구 중심 규범 기반의 문화 자율성 침해 혹은 문화 식민주의(cultural colonialism)로 비판받을 가능성이 있다(Abu-Lughod, 1998). 반면 개입을 유보하거나 침묵할 경우 인권 침해의 지속을 방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윤리적 부담도 존재한다.

이러한 긴장은 궁극적으로 사업의 성과를 저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한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여 인권 개선에 대해 점진적 접근 방식 취할 경우 취약한 개인 이익의 우선순위가 높지 않다는 메시지 전달할 수 있다. 반면 인권 침해에 직접적으로 도전하게 되면 사업 대상의 지역 내 소외를 초래하는 동시에 사업 지속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Bell & Carens, 2004; Bell & Coicaud, 2006). 이러한 긴장은 나아가 개입의 정당성에 도전하는 정치적 문제로까지 귀결될 수도 있다. 따라서 보편성과 상대성 간 딜레마는 단순한 기술적 판단이 아니라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결정으로서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지역 역량의 강화라는 국제개발협력의 궁극적 목표 달성을 저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개발협력의 수행 과정에서 수반되는 윤리적 긴장 관계에 체계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관련 실무 분야 및 학계의 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개발 윤리와 같이 개입의 경계에 대한 학계의 논의는 보편적 인권 담론이나 문화 상대주의 간의 이분법을 중심으로 일부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논의 자체가 적고 산발적으로 이루어진 데다 이론을 중심으로 논의되면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준으로까지 발전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실무 영역에서도 현장 개입은 주로 경험적 관행에 의존할 뿐, 문화적 개입이 함의하는 의미, 내부 권력 구조, 역사적 불평등의 기원을 성찰하여 보편 원칙과 맥락적 조율 사이의 긴장을 체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틀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본 연구는 국제개발협력 맥락에서 문화 개입의 경계를 체계적으로 설정하기 위한 실천적 모델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한 논의 전개 과정은 몇 가지 전제를 기반으로 한다. 첫째, 본 연구는 국제개발협력의 모든 개입에서 보편주의와 문화 상대주의의 충돌이 발생한다고 전제하지는 않는다. 즉, 개입이 시작되면서 협력국 주민들이 기존 문화적 선입견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자율적으로 수용하려는 자유 의지가 발현될 가능성도 존재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개발 목적 달성에 이상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보편주의와 상대주의의 대립 상황 역시 현장에서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므로 본 연구는 현장에서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하는 경우를 대상으로 상정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둘째, 본 연구는 활동가의 역할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활동가는 가치 갈등의 최전선에서 현지 주민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윤리적 판단을 실천하고 문화적 맥락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개입 전략을 조율하는 중재자이자 실행자로 기능한다(Eyben, 2014).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활동가의 성찰적 개입을 중심으로 한 윤리적 프레임워크를 제안함으로써 개발협력 현장의 복잡한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실천적 대응 가능성을 모색한다. 셋째, 본 연구는 실무자에게 현장에서 발생하는 가치 충돌과 감정, 위치성(positionality)의 문제에 주목하였다. 실무자는 가치중립적 전달자가 아니라 특정한 제도적, 문화적, 계급적 위치에 놓인 존재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복잡한 권력 관계, 문화적 규범, 조직적 기대 사이에서 양가적인 감정을 경험한다. 따라서 실무자는 자신의 개입이 어떤 권력 효과를 만들어내는지 성찰해야 할 책임을 지닌다. 이에 본 연구는 실무자 내부에서의 감정적·인식적 갈등에서 출발하여 윤리적 개입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제하였다.

본 연구의 연구 질문은 “개발협력 실무자가 문화적 다양성과 보편적 규범 사이의 긴장 관계에서 어떤 기준과 과정을 통해 개입의 정당성과 한계를 판단할 것인가”이다. 연구 질문에 답하기 위해 논문은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먼저 문화 상대주의와 보편주의의 긴장 관계를 분석하고 두 관점 간 절충을 위한 체계적 방안을 모색한다. 나아가 성찰적 실천가 접근이 이러한 절충 방안의 실천적 구현에서 지니는 이론적 함의와 방법론적 기여를 규명한다. 이후 실무에 적용 가능한 윤리적 개입의 판단 원칙과 절차적 기준을 체계화한 실천적 프레임워크를 제시한 후,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실시된 우리나라 개발협력 기관의 농촌개발사업에 이를 적용한 결과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제안된 프레임워크의 학문적, 정책적 함의를 논하면서 결론을 맺는다.

Ⅱ. 보편주의와 문화 상대주의의 절충

1. 보편주의 vs. 문화 상대주의

국제개발 현장에서 타문화에 대한 개입의 윤리적 정당성을 판단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직면하는 이론적 긴장은 보편주의(universalism)와 문화 상대주의(cultural relativism)의 갈등이다. 이 두 관점은 인권, 개발, 젠더, 종교 등 다양한 실천 영역에서 개입의 범위와 한계를 둘러싼 근본적인 판단 기준을 제공한다.

1) 보편주의

보편주의는 특정한 사회·문화적 맥락이나 정치체제에 관계없이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도덕적 · 윤리적 원칙이 존재한다는 철학적 입장이다. 보편주의적 윤리관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가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하면서 구체적이고 제도화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후 국제인권규약(1966), 인도주의 원칙(인도·중립·독립), 인도적 원조와 개발협력의 비(非)해악성 원칙(Do No Harm) 등으로 이어지며 국제개발과 인도주의 실천의 윤리적 최소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UN, 2025).

현재 국제개발 분야에서 제도적 표준으로 적용되는 주요한 보편 원칙은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인권 기반 접근법(Human Rights-Based Approach, HRBA)이다. 이는 국제 인권법에 근거한 도덕적 의무론과 정의 이론을 바탕으로 개발 개입의 규범적 토대를 제공한다. 이 접근법의 확산은 전통적인 자선 기반 개발 모델에서 권리 기반 모델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기존의 필요 기반(needs-based) 접근법이 개발 수혜자를 도움을 받아야 할 수동적 대상으로 간주했다면, HRBA는 이들을 법적·도덕적 권리를 가진 능동적인 ‘권리 보유자’ (rights-holders)로 재정의한다. 동시에 정부나 개발 기관은 단순한 원조 제공자가 아닌 국제 인권법에 근거한 명확한 ‘의무 이행자’(duty-bearers)로 규정되어 개발 관계를 자선적 시혜에서 법적·도덕적 의무로 근본적으로 재구성한다. 포용성, 평등, 참여, 책무성을 핵심 운영 원칙으로 하는 HRBA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국제개발 분야에서 제도화되어 개발 프로그램의 설계와 평가 기준을 단순한 산출물 중심에서 권리 실현과 역량 강화 중심으로 개발의 초점을 전환시켰다.

둘째, 의료 분야 primum non nocere(먼저 해를 끼치지 말라)에서 차용된 ‘해악 방지 원칙’은 개발 개입이 선행을 추구하되 어떠한 경우에도 의도하지 않은 상해나 고통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는 예방적 윤리를 구현한다. 이 원칙은 1990년대 Anderson(1999)이 폭력적 분쟁의 맥락에서 제공되는 국제 지원은 분쟁에 영향을 미치므로 분쟁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제안하였다. 해악 방지 원칙에는 두 가지 핵심 차원이 있다. 첫째는 해악 예방 차원이다. 이는 개발 개입이 기존의 갈등 구조, 사회적 불평등, 또는 환경적 취약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을 사전에 분석하고 완화하는 것이다. 둘째는 이익 극대화 차원으로, 지역사회의 기존 역량과 자원을 식별하여 이를 강화하고 활용하는 방향으로 개입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적 접근은 해악 방지가 부정적 영향을 단순히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건설적인 변화를 위해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임을 의미한다. 실무에 적용되면 해악방지 원칙은 분쟁 감수성과 문화적 감수성을 통합하는 분석적 도구로 기능하여, 특히 인권 침해나 폭력 노출과 같은 근본적 피해는 프로젝트의 선의적 의도나 잠재적 이익과 무관하게 용납될 수 없다는 절대적 기준을 설정하면서도 지역사회의 복원력과 자립 능력을 증진시키는 것을 핵심 목표로 한다.

셋째, 참여적 프레임워크는 민주주의 이론에 기반하여 개발 이니셔티브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권리가 있음을 강조한다. 이 원칙은 전통적인 개발 모델에서 ‘전문가’가 ‘수혜자’를 대신해 결정하는 권위주의적 또는 기술관료적 패러다임에 도전하여 지식과 자원을 통제하는 이들과 개발 개입의 영향을 받는 이들 간의 권력 관계를 바로잡는다. 주요 국제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와 UN(United Nations) 프로그램은 참여적 방법을 윤리적 필수 조건으로 강조하면서 연대와 상호 존중의 윤리적 태도를 구현하고 있다.

세 가지 핵심 원칙 이외에도 다양한 보편적 윤리 원칙이 상호 중첩되는 요인을 기반으로 국제개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이들은 공정성, 책무성, 투명성, 인간 존엄성에 대한 존중이라는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수렴하는 양상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Leave No One Behind 원칙은 사회적 포용성과 형평성을 강조하는 정의 이론의 실무적 구현으로, 가장 취약하고 소외된 집단을 우선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구조적 불평등 해소를 추구한다. 또한 최근에는 성소수자(LGBTI) 권리 보호와 환경 통합 등 새로운 영역으로 보편적 윤리 원칙이 확장되고 있다.

2) 문화 상대주의

문화 상대주의(cultural relativism)는 지역 고유의 문화가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므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Franz Boas와 그의 제자들이 체계화한 문화적 상대주의 접근법은 20세기 초 인류학적 패러다임 형성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각 문화의 고유성과 내재적 일관성을 강조하는 이론적 분석틀을 제공하였다(Brown, 2008). 이 접근법은 문화의 구성 요소들이 통합적이고 일관된 전체로서 기능한다는 총체적 관점을 기반으로 한다. 이에 따라 문화는 위계적 비교나 외부의 기준에 의한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오직 해당 문화를 구성하는 내부 구성원들만이 그 문화적 특수성과 고유한 의미 체계를 적절히 해석하고 설명할 수 있다.

문화 상대주의는 보편주의적 접근을 비판하는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보편 원칙 또한 초역사적·초문화적 기준이 아니라는 비판이다. 즉,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제시되는 원칙들이 서구 중심 사회가 역사·문화적 맥락 속에서 정립해 온 규범과 가치의 산물이라는 것이다(Abu-Lughod, 2002; Boas, 1966). 따라서 젠더 평등, 인권 옹호, 민주적 거버넌스와 같은 보편 규범이 특정 지역의 전통적 가치 체계와 충돌할 경우 이러한 개입은 문화적 다양성을 침해할 뿐 아니라 정당성을 지니지도 않는다. 더 나아가 보편주의는 식민주의적 개입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는 비판도 초래하였다. 후기 식민주의 이론가들은 보편주의가 서구 자유주의 국가들의 정치적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도구로 작동한다고 지적하였다(Said, 1978; Spivak, 2023). 특히 비서구 사회의 문화와 전통을 일방적, 억압적 관행으로 규정하고 이를 교정의 대상으로 삼는 서구의 개입은 새로운 형태의 ‘문화 식민주의’ 혹은 ‘문화 제국주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화 상대주의는 외부 개입의 위험성을 경계하는 기능을 함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가 내재적 권력 관계를 은폐하거나 정당화하는 한계를 가진다. 공동체의 문화적 자율성을 강조하는 상대주의적 입장은 문화적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현존하는 젠더 불평등, 계층적 지배, 권력 독점과 같은 내부 억압 구조를 방치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Banks et al., 2023). 예를 들어 여성할례나 조혼과 같은 관행은 공동체의 정체성과 문화적 순응의 일부로 대체로 정당화되지만, 실제로는 남성을 포함한 특정 권력 집단 중심의 질서가 이를 유지시키는 정치적 메커니즘으로 기능할 수 있다. 특히 권력자 집단이 고유의 문화를 앞세울 때 외부 실무자가 이에 도전하지 않고 단순히 존중의 이름으로 침묵하는 것은 현지의 사회적 불평등과 인권 침해를 방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Zechenter, 1997).

이에 개발학 분야에서는 ‘완화된 보편주의’가 대안적 접근으로 제시되고 있다(Agyare, 2024; Bukuluki, 2013; Healy, 2007; Moka-Mubelo, 2019). 이는 권리의 개념적 보편성을 원칙으로 삼으면서도 구체적 실현은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현실과 권력 역학에 대한 ‘감정이입적 이해력’(정필운·박선웅, 2019: 110)을 바탕으로 다양한 해석과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는 접근법이다(Donnelly, 2013). 이에 있어 보편주의와 문화 상대주의의 상대적 강조는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그 적용은 시공간적 변형을 나타내게 된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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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윤리적 결정을 위한 보편주의-문화 상대주의의 연속선 출처: Healy(200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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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보편주의와 문화 상대주의의 절충 전략
1) 보편 원칙의 맥락 적용 전략

보편 원칙과 문화 특수성 간 긴장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보편적 규범을 존중하면서도 현지 문화의 특수성을 조정·통합할 수 있는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보편원칙 위계 기반 조정 전략이다. Dolgoff et al.(2005: 65)이 제시한 윤리 원칙 위계는 국제개발 맥락에서 보편주의와 문화 상대주의 간의 긴장을 조정하는 전략적 기준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 위계는 생명 보호, 평등 및 불평등, 자율 및 자유, 최소 해악, 삶의 질, 프라이버시 및 비밀 보호, 진실성 및 정보 공개의 순서로 우선순위를 배치하고 있다. 생명 관련한 절대적 권리를 최상위에 두고 상대적으로 해석 가능한 윤리 원칙들을 하위 층위에 배치함으로써 다양한 문화적 맥락 속에서도 윤리적 판단의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는 체계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선순위 설정을 통해 보편 원칙에 접근하는 것은 보편주의의 윤리적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문화 상대주의가 자칫 정당화할 수 있는 구조적 폭력을 예방하는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보편 원칙을 현지 용어와 의미로 번역하는 과정인 규범적 현지화 전략이다. 해당 과정을 Merry(2006)는 “vernacularization”으로 개념화하면서, 보편주의와 문화 상대주의를 이분법적으로 보지 않고 글로벌과 로컬 규범의 지속적인 협상 과정으로 이해할 것을 제시하였다. 즉, 인권, 페미니스트 등 보편원칙은 국가 엘리트와 중간층 사회 활동가들에 의해 수용되고 NGO와 사회 운동의 중개자 역할을 통해 수용과 번역의 과정을 통해 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Zwart(2012) 역시 ‘receptor approach’ 개념을 통해 지역의 가치, 종교, 위계 등 공식, 비공식적 제도를 활용하여 보편 원칙을 적용할 경우 후자가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인 사례로 Maguchu(2020)는 아프리카의 인간성 철학 우분투(ubuntu)를 인권 기반 프레임워크 내에서 반부패 및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강화하는 데 활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상의 절충 방안은 Renteln(2013)이 제안한 바와 같이 지역 문화와 보편 원칙에 공통되는 가치를 도출하여 지역의 문화를 통해 보편 원칙을 실현하도록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셋째는 제도적 중개 전략이다. 이는 보편적 원칙이나 규범을 현지에 적용할 때 노인, 종교 지도자, 부족장, 여성 네트워크 등 지역 사회 내에서 신뢰받고 영향력 있는 인물이나 네트워크와 협력하여 이들이 ‘관문(gatekeeper)’ 역할을 하도록 하는 접근 방식이다. 이 전략은 외부 개입이 현지 맥락에 맞지 않거나 저항을 받을 수 있는 상황, 특히 국제 개입 후에도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복잡한 상황에서 사업 효과의 지속성 및 효과성 제고를 위해 ‘insider mediation’ 접근을 적용한다(Bashir, 2023; 예: UNDP, 2014). 이 전략을 적용할 경우 기존의 전통적·종교적 중재 메커니즘을 존중하고 강화하는 동시에 협력을 통해 보편 원칙(예: 인권, 성평등 등)을 현지에 맞게 적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도적 대체 전략은 문제 관습이 지역에서 수행해 온 사회적·경제적·상징적 기능을 규명한 뒤 동일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인권 기준을 충족하는 새로운 제도를 공동체 주도로 설계·정착시키는 방식이다. 여성 할례(FGM) 근절을 위한 대체 통과의례(Alternative Rites of Passage, ARP)와 시술자 생계 전환 프로그램이 그 사례다(Muhula et al., 2021; Spotlight Initiative). 이러한 프로그램은 논란의 대상이 되는 가운데서도(Shell-Duncan, 2008) 대체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이는 의례의 상징성을 살리되 해악 요소를 제거하는 동시에 시술자의 생계 기반을 대체하였으며, 지역 내 사회적 대화를 통해 문화 규범 자체를 재구성하였기 때문이다.

2) 보편원칙의 맥락적 적용을 위한 윤리 모델 사례

주요 국제개발기관은 ‘보편 원칙’과 ‘문화적 맥락 존중’ 사이의 긴장을 실질적으로 조율하거나 해결하기 위한 다층적 적용 전략을 개발하여 왔다. 본 절에서는 UNDP HRBA와 Grameen Foundation의 Do No Harm Framework & Safeguarding Plan을 실천적 판단 모델의 사례로 검토한다.

UNDP의 인권 기반 접근(HRBA)은 개발 사업의 모든 단계에서 인권을 의무 기준으로 채택하여 사업 개입의 윤리적 정당성과 지속가능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UNDP, 2025). 이 접근은 2003년 UN 공동이해(UN, 2003) 이후 개발의 전 과정을 국제인권규범에 부합하도록 하는 전략적 틀로 도입되었다. HRBA는 인간의 존엄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권리-의무 관계를 핵심 철학으로 삼는다. 즉 개발을 ‘권리 실현 과정’으로 재정의하고 수혜자를 권리보유자, 정부·개발기관을 책임의무자로 규범화한다. 구체적 실행 과정은 먼저 3단계 인과분석을 통해 문제의 직접적·구조적·심층적 원인을 규명한 후, 각 행위자의 의무를 명확히 하는 역할분석을 수행한다. 마지막으로 양측의 역량 격차를 진단해 보완책을 설계하는 역량분석을 의무화하고, 정책·재정·훈련 계획을 설계하도록 한다. 사업 전 주기에는 PLANET(Participation, Link, Accountability, Non-discrimination, Empowerment, Transparency) 프레임워크를 적용해 참여, 인권 지표와의 연계, 책임 의무자의 책무성, 비차별 및 평등, 투명성이 전 주기에 내재화 하도록 하였다.

소액대출 기관인 Grameen Foundation의 ‘해악을 끼치지 않는 프레임워크 및 보호 계획’(The Grameen Do No Harm Framework & Safeguarding Plan)은 재단과 파트너 기관이 지원하는 여성과 가정을 대상으로 혜택을 주면서도 해악을 끼치지 않기 위해 프로젝트, 제품, 서비스의 설계, 실행, 모니터링, 종료 과정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이 프레임워크는 사회 내 행위 및 성별 관념을 형성하는 사회적 규범에 주목하면서 특히 여성 경제적 역량 강화의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한 개입 방안을 안내하고 있다. 먼저 사업 팀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여 알파벳 ‘A’로 시작하는 Do No Harm의 10가지 평가 분야인 actors, awareness, availability, agents, additional services, appropriateness, adoption, agency, assessment에 대해 폭력, 성폭력(GBV), 부상, 영구 장애, 사망을 초래하여 프로젝트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경우 ‘심각’, 갈등 증가, 참여 제한, 만족도 감소, 또는 주기적으로 발생하여 사업에 중간 정도의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경우 ‘중간’, 소수의 수혜자에게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쉽게 완화 가능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경우 ‘경미’로 위험 수준을 평가하도록 한다. 이후 각 평가 결과에 따라 위험 제거, 위험 최소화, 대체의 순서로 완화 조치를 실시한다. 사업 실행자가 사업 제안 단계부터 프로젝트 종료 단계까지 이 프레임워크를 지속적으로 활용하면서 새로운 정보나 경험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도록 설계되었다.

두 사례는 윤리적 개입에서 보편 원칙과 맥락적 조율 사이의 긴장 해결이 절차적 체계화와 정교한 위험 평가를 통해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먼저 두 접근법 모두 시간적 경과에 따른 단계별 절차를 핵심 운용 원리로 채택하고 있다. UNDP HRBA는 사업 설계 단계의 인과-역할-역량 분석을 거쳐 전 주기에 걸친 PLANET 프레임워크를 적용하는 선형적 절차를 통해 보편 원칙의 체계적 내재화를 도모한다. Grameen Foundation은 사업 제안부터 종료까지 10-A 매트릭스를 지속 적용하되 새로운 정보와 경험에 따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순환적 절차를 통해 맥락적 적응성을 확보한다. 이러한 절차적 차이는 각각의 위험 평가 방식과 직결된다. HRBA의 구조적 변화 지향은 권리 침해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려는 포괄적 접근을 취하지만 단일한 인권 기준 적용으로 인해 문화적 맥락별 위험 차별화에 한계를 보이는 반면, Grameen Foundation의 심각-중간-경미 등급화 시스템은 젠더 관련 위험을 분야별로 정교하게 식별하고, 제거-완화-대체의 우선순위 체계를 통해 맥락에 특화된 점진적 해결책을 제시한다. 결과적으로 전자는 제도적 정합성과 윤리적 일관성을 통해 장기적 구조 변화를 추진하지만 즉시적 현장 적응에 제약을 받으며, 후자는 현실적 위험 관리와 즉시적 효과성을 확보하지만 거버넌스 체계와 표준화된 평가 기준의 부족으로 제도적 지속성에 한계를 드러낸다. 이는 국제개발협력에서 윤리적 개입의 정당성과 효과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편 원칙의 제도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시간적 절차의 유연성과 분야별 차별화된 위험 평가를 통합하는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3) 절충 절차의 구조화 필요성

국제개발 윤리 담론에서 보편주의와 문화 상대주의의 이분법적 대립 구조는 실천적 차원에서 해결 불가능한 구조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보편주의적 접근은 인권과 개발 목표의 초문화적 타당성을 전제로 하여 규범적 일관성을 추구하지만, 문화적 특수성을 외재적 변수로 처리함으로써 현지 사회의 내재적 논리와 권력 구조를 간과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반면 문화 상대주의적 접근은 각 문화권의 고유한 가치 체계를 존중하지만 문화 내부의 불평등과 억압적 구조를 정당화할 위험성을 내포시킴으로써 개발 개입의 규범적 근거를 약화시키는 역설을 초래한다. 이러한 대립은 학술적 정교화에는 기여하지만 실제 개발 현장에서 발생하는 복합적 윤리 딜레마에 대한 실천적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주요 국제개발기구들이 도입한 절충적 문화 적응 전략 역시 체계적 실행 메커니즘이 부재하다. 즉 이들 전략은 보편적 개발 목표와 문화적 특수성 간의 조율을 표방하지만 문화적 적응 과정에서 요구되는 윤리적 판단의 준거와 절차를 명시적으로 체계화하지 못하였다. 결과적으로 현장 실무에서는 사업 설계, 모니터링, 평가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행 지침, 측정 지표, 의사결정 프로토콜이 부재한 상황에서 개별 실천가의 경험적 판단과 직관적 대응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공백은 ‘맥락적 해석’이라는 이론적 지향을 공허한 수사로 전락시키면서 오히려 현장의 복잡한 권력 역학을 재현하거나 왜곡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론과 실천의 중간 지점에서 양자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면서도 절차를 명시적으로 체계화하는데 기반이 될 수 있는 매개 개념이 필요하다.

Ⅲ. 국제개발협력에서의 성찰적 실천가

1. 성찰적 실천가

성찰적 실천가(the reflective practitioner) 개념은 MIT 도시계획 및 교육 분야 교수였던 도널드 쇤(Schön, 1983)이 전문성과 경험 간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방법으로 제안했다. 그는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각 분야 전문가가 선형적 지식이나 기술을 단순히 적용하는 대신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경험으로부터 학습하여 뒤따르는 행동에 적용하는 성찰적 사고를 통해 전문가적 판단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성찰적 사고는 두 가지로 제시되었다. 먼저 ‘행동 중 성찰’(reflection-in-action)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맞게 조정하기 위해 행동 중에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실무자는 자신이 직면한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자신의 행동에 내재되어 있던 이해와 특정 행동 방식을 선택하게 된 감정, 그리고 자신이 문제를 처음 구조화한 방식을 반추한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자신의 행동을 재구조화하여 미래의 행동에 반영한다. 이와 달리 ‘행동에 대한 성찰’(reflectionon-action)은 사후에 실무자가 자신의 행동을 결과의 맥락에서 다시 탐구하는 과정이다. 이는 완료된 행동 과정에 대한 분석을 통해 실무자가 자신의 의사결정 논리, 적용된 지식체계, 그리고 행동의 결과를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메타인지적 활동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향후 유사한 상황에서의 개선된 실천 방안을 도출하는 학습 과정으로 기능한다.

성찰적 실천의 개념은 주로 비판이론과 조직학습 이론의 영향을 받아 단순한 경험 반성의 차원을 넘어 권력과 구조적 전제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 실천의 방향성을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 왔다. 우선, Argyris와 Schön이 제시한 이중고리 학습(double-loop learning) 개념은 단순히 전략이나 행동을 조정하는 1차적 학습을 넘어 행위를 지배하는 근본적 가치와 전제 자체를 의심하고 재구성하는 2차적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Argyris & Schön, 1974). 최근에는 비판적 성찰 혹은 성찰성의 개념을 통해 실무자가 자신의 사회적 가치, 권력 위치, 문화적 전제가 실천적 판단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의식적으로 탐색해야 한다고 학자들은 강조하고 있다(Fook, 2015; Thompson & Pascal, 2012).

2. 국제개발협력 분야 적용

국제개발 관련 분야에서 성찰적 실천가 연구는 많지 않지만 크게 권력 역학 재구성과 맥락적 복잡성 적응, 실천 방안의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권력 역학 재구성 연구는 비판적 성찰이 실천가의 특권적 지위를 ‘불안정화’하며 수평적 파트너십으로 전환시킨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이 연구는 개발 실무자의 위치성과 동기, 혹은 특권과 편향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가부장적 관행을 줄이고 협력적 학습자로서의 정체성 재구성에 기여하여 현지 협력자들과의 평등하고 효과적 협업으로 이어짐을 입증하였다(Heron, 2005). 구체적으로 Eyben(2014)은 실천가들의 자기 검토를 통해 권력구조에 대한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고 변화시키는 방법을 제시했다. 한편 Chambers & Pettit(2013)은 기부자를 대상으로 권력 전환에 대한 내부적 성찰을 촉구하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에 더 참여해야 함을 강조했다.

맥락적 복잡성에 대한 적응 연구는 성찰성이 맥락 특유의 복잡성에 적응하는 핵심 학습 메커니즘으로 기능함을 보이고 있다. 개입에 대한 청사진이 통제 불가능한 현실과 충돌할 경우 지속적 학습·조정이 필요한데(Chambers, 2017), 성찰은 그 동력을 제공한다. 성찰적 실천가는 성찰을 통해 보편 규범과 지역 실천을 동적으로 조정한다. 즉, reflection-in/on-action, double-loop learning 등의 순환 학습 모델을 통해 실무자는 권력(내가 이 결정을 내릴 위치에 있는가?), 정의(누구의 이익이 충족되고 있는가?), 결과(잠재적 해악은 무엇인가?) 등의 문제에 대해 인권·참여·무해 같은 보편 원칙을 “왜” 지켜야 하는가에서 출발하되, “어떻게” 실현할지는 현장의 문화·권력 맥락 속에서 재해석한다.

성찰적 실천가 개념의 실질적 구현을 위한 제도적 수단은 개인/조직의 수직적 차원과 내부/외부의 수평적 차원이 교차하는 매트릭스 구조로 체계화할 수 있다. 개인적 차원의 성찰에서 내부적 절차는 실천가의 주관적 경험을 객관화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구조화된 성찰 기법을 중심으로 한다. 이를 위한 성찰 일지 작성, 자기 평가 도구 활용 등의 기법을 통해 실무자는 일상적 실천 경험을 단순한 업무 수행을 넘어서 전문적 지식 생산과 윤리적 민감성 개발의 원천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외부적 절차는 von Seggern et al.(2023)이 분석한 자기 민족지를 동료들과 동반 기록한 사례나 캐나다 사회복지사들이 가나·니카라과 현지 전문가와의 개방적 성찰 대화를 통해 문화적 편향을 교정한 사례(Kreitzer & Wilson, 2010) 등과 같이 동료 지원 그룹과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한 상호 학습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한편 조직 차원의 내부적 성찰은 팀 내에서 이루어지는 피드백 루프 기반의 워크숍, 세미나 등을 통해 개별 실천가의 성찰적 통찰을 조직적 지식으로 전환하는 한편, 정책과 실천 방식의 개선에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메커니즘을 구축한다. 이러한 협력적 성찰은 안전한 대화 공간에서 개인의 가정과 편향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Thompson & Pascal, 2012), 조직 내 권력 구조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촉진하여 조직 자체의 윤리성과 실천적 효과성을 지속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내재화한다. 조직 차원의 외부적 성찰은 조직의 관행, 문화, 권력 구조를 직시하도록 돕는다(Strumm, 2020).

Ⅳ. 윤리적 개입 모델

1. 모델 구조

본 장에서는 보편 원칙과 맥락적 조율 사이의 윤리 딜레마에 대한 실천적 해결 방안을 모델로 제시한다. 해당 모델은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여 세 가지 구조적 특징을 지닌다. 첫째, 윤리적 딜레마의 심각도에 따른 차별화된 개입 수준을 설정하였다. 이는 Healy(2007)의 조건부 보편주의(conditional universalism)를 이론적 토대로 하여 Grameen Foundation의 여성 대상 위험 평가 3등급 체계(심각·중간·경미)와 Dolgoff et al.(2005: 65)의 7단계 윤리 원칙 위계를 방법론적으로 차용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윤리적 딜레마는 생명과 신체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사안, 보편적 규범과 문화적 관행이 상충하지만 상호 조정의 여지가 존재하는 사안, 그리고 개인의 자율성과 문화적 다양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사안으로 위계화된다. 이에 따라 외부 행위자의 직접적이고 강력한 개입이 요구되는 ‘도전(challenge)’ 영역, 이해관계자 간 상호 조정과 협의가 핵심이 되는 ‘협상(negotiation)’ 영역, 그리고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 현지 문화와 관행을 존중하는 ‘존중(respect)’ 영역으로 위계를 구분할 수 있다. 이 삼분위 체계는 ‘가치의 절대적 우선 → 조건부 조정 → 문화적 자율’이라는 연속적 스펙트럼을 활동가의 의사결정 도구로 체계화함으로써 보편주의적 책임과 문화적 존중 사이의 실천적 균형점을 단계별로 제시하는 분석적 프레임워크로 작동한다.

두 번째 구조적 특성은 성찰적 실천가의 윤리적 개입이 순차적 절차를 통해 체계화된다는 점이다. 이는 전문적 판단이 고정된 규범의 기계적 적용이 아니라 문제 인식부터 개입과 조정에 이르는 시간적-행위적 흐름 속에서 형성된다는 성찰 이론에 이론적 기반을 둔다. Schön(1983)은 전문가가 ‘행동 중 성찰(reflection-in-action)’과 ‘행동에 대한 성찰(reflection-on-action)’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며 실천적 지식을 구성한다고 설명했으며, 이러한 접근은 UNDP HRBA를 포함한 국제개발 분야의 주요 개입 모델들이 단계적 프로토콜을 채택하는 이론적 근거가 된다. 여기서 절차적 구조는 순환적 체계로 설계된다. Argyris & Schön(1974)의 단일고리 학습(single-loop learning)과 이중고리 학습(double-loop learning) 개념에 따르면, 초기 개입 조치가 예상된 결과와 상이할 경우 실천가는 다음 순환 과정에서 행위를 지배하는 가정과 가치 전제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 이에 따라 본 모델은 각 단계에서 도출된 학습과 피드백이 후속 사이클의 설계 근거로 환류되는 순환적 학습 체계를 구축한다. 이러한 지속적 조정 메커니즘을 통해 맥락에 따라 민첩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

윤리적 개입 모델의 세 번째 특징은 Schön(1983)이 설명했듯 각 단계에서 성찰이 내외부적으로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는 실천가가 도덕적 기준을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입의 전 과정에서 자신의 가정과 전제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현지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에 대한 해석적 분석을 병행해야 함을 의미한다. 동시에 실천가의 판단이 매 단계마다 상호작용과 응답성을 통해 점진적으로 정교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각 개입 단계에서 실천가는 자신의 문화적 편견과 권력적 위치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면서 동시에 현지 맥락으로부터 발생하는 피드백을 해석하고 통합하는 이중적 성찰 작업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윤리적 개입은 고정된 절차적 적용이 아닌 맥락과 상호작용하는 유기적 과정으로 전개된다.

2. 윤리적 개입 모델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모델은 ‘내부 성찰을 통한 개입사안 도출 – 구역 설정 – 권력·문화 매핑 – 개입 설계 – 실행 – 평가 및 환류’라는 선형 구조를 취하되, 전 과정에 지속적 조정 루프를 탑재함으로써 고정적 처방을 피하고 맥락 변화에 대응하도록 설계되었다(<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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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윤리적 개입 프레임워크 적용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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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성찰을 통한 개입사안 도출’ 단계는 성찰적 실천가 모델(Schön, 1983)을 조직 차원으로 확장함으로써 보편주의와 문화 상대주의의 긴장을 자각하여 절충하고 이 과정에서 개발 실무자의 주관적 판단 과정에 내재된 권력 역학과 문화적 편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성찰적 진단 과정이다. 방법론적으로는 실무자가 자기 민족지학적(auto-ethnographic) 접근법을 활용하여 개인의 문화적 배경, 전문적 정체성, 그리고 제도적 위치가 윤리적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구조화된 질문을 통해 탐색한다. 이를 통해 실무자가 일일 단위로 감정로그를 작성하여 현장의 미세한 감정 변동과 권력 신호를 체계적으로 수집 · 분석하고 주간 팀 감정 공유·분석 세션을 통해 권력의 작용을 통한 보편 원칙 위배 가능성을 검토하고 개입 이슈를 도출한다.

‘구역 설정’ 단계에서는 도전·협상·존중 구역의 삼원적 구분을 통해 보편적 원칙2)과 문화적 상대성 간 긴장 관계를 유형화하고 각 구역별로 차별화된 개입 전략을 마련한다. ‘도전 구역’은 지역의 내부적 동맹을 구축하고 외부 담론을 결합하여 감정 기반의 개입 정당화 서사를 마련하는 전략을 활용한다. ‘협상 구역’은 대화와 점진적 변화를 통한 해결 방안 모색이 가능하며, ‘존중 구역’은 개입보다는 이해와 존중이 우선되는 영역이다. 이러한 구역화는 보편원칙에 대한 비협상 원칙을 보전하면서도 문화 상대주의적 협상 공간을 제도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권력·문화 매핑’ 단계는 맥락에서 작동하는 권력 구조와 문화적 역학을 가시화하는 분석적 매핑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는 이해관계자 분석(stakeholder analysis) 기법을 확장하여 공식적·비공식적 권력 관계, 문화적 권위의 원천, 그리고 변화에 대한 저항과 수용의 동력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먼저 내부·외부 이해관계자를 목록화하고 관심사·역할·영향력·권한을 변수로 하는 Stakeholder Matrix를 작성한다. 다음으로 협력·갈등 구조와 상호의존성을 가시화하는 이해관계자 지도를 구축하여 권력 관계의 위계성, 문화적 규범의 강도, 그리고 변화 동력의 잠재성을 다차원적으로 평가한 후 각 이해관계자별 대응 계획을 작성한다.

나머지 단계에서는 실행과 평가를 수행한다. 먼저 앞선 분석을 토대로 구체적인 개입 전략과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설계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는 구역별 차별화된 접근법을 적용하되, 문화적 감수성과 인권 실현 간의 균형을 추구하는 전략적 설계를 수행한다. 다음으로 설계된 개입 전략의 구체적 실행 과정으로, 지속적 모니터링과 적응적 조정을 통해 실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변수와 저항에 대응한다. 이 단계에서는 실행 과정에서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여 필요시 전략적 수정을 가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달성 정도를 체계적으로 평가한다. 이 평가는 의도된 결과와 의도치 않은 결과 모두를 포괄하는 포괄적 영향 평가를 수행하며, 특히 문화적 저항, 권력 관계의 변화, 그리고 보편원칙 실현 수준의 개선을 핵심 평가 지표로 설정한다.

본 모델은 기존의 이분법적 접근을 극복하고 맥락적 적응성과 윤리적 일관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통합적 접근법을 제시한다. 특히 내부 성찰을 통한 실무자의 주관성 인정과 구조적 분석을 통한 객관성 확보를 균형화함으로써 개발 실무에서 요구되는 실용적 판단력과 윤리적 책임성을 조화시키는 실무 지향적 도구로서의 가치를 제공한다. 또한 선형적 진행과 순환적 조정의 결합을 통해 체계적 접근과 유연한 적응을 동시에 보장함으로써 복잡하고 역동적인 개발 현장에서의 윤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실용적이면서도 원칙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3. 사례 적용

본 절에서는 국내 한 국제개발협력 수행 기관과 사업을 대상으로 앞서 제시한 윤리적 개입 프레임워크를 적용함으로써 그 유용성을 평가하고 정교화 방안을 제시하도록 한다. 해당 기관은 우리나라의 농촌 지역개발 경험을 전수해 빈곤·취약 지역의 자립 역량을 강화한다는 목적 아래 동남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세계 각지의 농촌마을을 대상으로 농촌개발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해당 기관의 국제개발협력사업은 한국 본부, 현지 담당자, 마을 단위 실행 조직, 그리고 전문가 집단 간의 체계적 역할 분담을 통해 운영되는 다층적 거버넌스 구조를 지닌다. 구체적으로 기관은 한국 본부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현지 교민 또는 주민 1~2명을 현지 사업 담당자로 임명하여 사업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화적 오해나 정보 비대칭 문제를 완화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다. 사업 참여 마을 차원에서는 마을 지도자를 중심으로 현지 주민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조직되어 실질적인 사업 실행 주체로 기능한다. 마을 단위 조직 구성은 외부 주도적 개발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지 주민의 주인의식(ownership)과 참여도를 제고하려는 전략적 접근이다. 본부 차원에서는 연간 2회 이상 실무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모니터링단을 파견하여 사업 성과와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이러한 모니터링 체계는 현지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사업의 품질 관리와 목표 달성을 보장하기 위한 균형적 접근법으로 설계되었으며, 실무자와 전문가를 동시 포함함으로써 보다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가능케 한다. 또한 5년 사업주기를 기준으로 전문가에 의해 실시되는 중간평가와 종료평가는 OECD DAC(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의 6가지 기준을 평가 준거로 활용함으로써 국제적 표준에 부합하는 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2020~2024년 5년간 피지 Viti Levu 섬 3개 마을에서 실시된 농촌개발사업은 전술한 다층적 거버넌스 체계를 통해 수행되었으며, 마을회관·상수도·도로·분리수거장 등 인프라 건설과 주민 소득사업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본 연구자가 2024년 10월 종료평가자로 사업에 참여하면서 작성한 감정 로그는 문화적 권력 역학과 젠더 기반 차별 구조의 복합적 양상을 드러내고 있으므로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윤리적 개입 프레임워크의 실증적 적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본 자료로 활용하였다(<표 1>).

표 1. 피지 사례에 대한 윤리적 개입 모델 적용 결과
사업 개요
분류 내용
국가 피지
사업 기간 2020~2024(5년간)
사업 지역 Viti Levu 섬 3개 마을
사업 유형 농촌개발사업(마을 단위 인프라 건설+소득사업)
사업 총예산 3억 6천만 원
사업 내용 마을회관, 상수도, 도로, 분리수거장 건설; 주민 소득사업 실시; 연 1회 한국 연수 프로그램
수행 체계 한국 본부 - 현지 담당자 - 마을 위원회 - 전문가 집단
윤리적 개입 모델 적용 결과
1단계 2단계 3단계 ...
개입 사안 도출 구역 결정 권력 매핑 ...
분야 구체 사안 감정 로그 사례
젠더 마을회관의 성별 공간 분리 “마을회관에서 공식적 회의에는 남성들만 참석. 마을 방문 손님 맞이 의례에도 여성은 미참여. 여성들의 공간은 주방으로 제한되어 있어 공적인 회의에서는 invisible하므로 의아함”(2024년 X월 XX일 XX마을 방문 후 작성) 협상 공적 장소에서 젠더별 공간 구분 ...
마을회의 여성 발언권 제한 “XX 마을 여성 대상 인터뷰 시 마을회의에서 사업을 제안한 경험에 대해 묻자 여성들이 답을 얼버무림. 발언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익숙치 않은 것으로 보임”(2024년 X월 XX일 XX마을 방문 후 작성) 협상 공적 회의에서 여성의 발언권 제한적 ...
사업 혜택의 배분 마을 대표자의 가족이 모두 사업에 적극 참여 “대표는 마을 대표자, 부인은 부녀회 대표자, 자녀는 총무로 사업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으며, 모두 한국 방문 1~2회 경험. 혜택이 집중되는 듯한 인상을 받음”(2024년 X월 XX일 XX마을 방문 후 작성) 협상 마을 대표의 사업 배분권 ...
마을 성직자 주택 우선 개량 “마을 대표가 사업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평가단을 한 주택으로 데리고 감. 30대 정도의 남성이 실내에서 옷을 입으며 나왔으며, 대표는 개량한 결과라면서 화장실을 보여줌. 다른 주택에 비해 특별히 열악하지 않았기에 이유를 물으니 성직자를 우선적으로 대우하는 것이 관례라고 함”(2024년 X월 XX일 XX마을 방문 후 작성) 협상 마을 단위 성직자 우대 관습 ...
책무성 마을 집행부가 지속적으로 교체됨 “5년의 사업 기간 동안 마을 집행부가 3번 교체됨. 직전 회장이 비공식적으로 사업비를 착복한 것으로 현 집행부가 보고 있음. 책무성 문제가 마을의 사업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됨”(2024년 X월 XX일 XX마을 방문 후 작성) 협상 마을 대표의 예산 관리권 및 책무성 강제 제도 부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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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 사업에 대한 개입 프레임워크는 본 연구자가 2024년 10월 종료평가자로 사업에 참여하면서 작성한 감정 로그를 바탕으로 적용하였다. 1단계인 개입 사안 도출을 위해 감정 로그를 검토한 결과 피지에서는 마을회관의 성별 공간 분리, 마을 회의에서의 여성 발언권 제한, 부녀회의 높은 역량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프로젝트 운영권 배제, 사업 운영권의 마을 대표 가족 집중, 성직자·대표 주택 우선 개선, 사업 지도자 교체 관련 책무성 문제, 기후변화 대비 사업 수요에 대한 미반영 등의 사안들이 포착되었다. 연구자뿐 아니라 해당 사업에 대한 기존 모니터링단의 보고에서도 젠더 권력관계 고려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2단계인 구역 결정을 위해 1단계에서 도출된 개입 사안을 삼원적 구역 분류에 따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사안이 ‘협상 구역’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문화적 전통과 성평등 및 취약계층 우선 지원 원칙 간의 긴장이 존재하지만 대화와 점진적 변화를 통한 개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3단계는 이해관계자간 권력 관계 매핑을 수행한다. 피지 사례의 경우 현지 사업 담당자를 통해 전통적 추장 제도와 현대적 마을 지도자 체계, 새마을지도자가 중첩되는 복합적 권력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서는 ‘여기서는 원래 그러는 것’이라는 주민의 답변만을 받았기에 단기간 방문한 연구자가 이해관계자의 전체적인 모습과 구조를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피지 사례에 대한 이상의 모델 적용은 성찰적 접근의 구체적 실천 사례로서 평가자 개인의 문화적 편향과 권력적 위치에 대한 성찰을 기반으로 윤리적 개입 모델이 어떤 방식으로 수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모델 적용을 위한 설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상태에서 사업지 방문이 이루어졌으므로 이후 단계까지 적용하지 못했던 점을 포함하여 한계가 존재한다. 먼저, 연구자 1인만의 감정 로그를 분석하여 사안 도출을 위한 자료가 부족하였다. 실제 적용에서는 모니터링단, 평가단, 현지 사업 담당자가 모두 감정 일지를 작성하도록 하여 문화적 충돌과 권력 역학에 대한 미묘한 신호들을 포착하는 질적 데이터를 보다 풍부하게 다각적 관점에서 수집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지 조사 및 연구 활동의 부족으로 3단계 권력 역학 규명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피지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의 본부에서는 기존의 사업 체계 내에서 단계별 삼각 검증법을 도입하여 분석을 수행할 수 있다. 첫째, 사업 담당자의 현지 평가를 통해 공식적·비공식적 권력 구조에 대한 내부자 관점을 확보한다. 둘째, 국내 연수 과정에 ‘마을 주민 관계도 도출 워크샵’을 추가하여 주민들이 직접 인식하는 권력 관계와 영향력 구조를 가시화한다. 셋째, 관련 문헌 분석을 통해 역사적·구조적 맥락을 파악한다. 이러한 다층적 분석을 통해 숨겨진 권력 관계와 비공식적 영향력 구조를 식별하고 개발 개입의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사전에 예방하는 분석적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전반적으로는 개인적으로 포착한 감정을 개입으로 연결하기 위한 객관화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2단계 구역 분류 및 권력 역학은 연구자 개인의 예비적 판단에 기초하여 수행하였다. 이들 단계 및 향후 단계에서의 실질적 개입을 위해서 협의체 구성 및 운영, 사업 대상자의 참여, 본부의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먼저 문화 전문가, 지역개발 전문가, 현장 실무자, 지역 담당자로 구성된 협의체가 논의를 통해 사안 도출, 구역 결정 및 확정, 권력 역할 조사, 평가 등을 수행하도록 한다. 또한 지역 대표자를 통한 주민 의견 수렴과 수용성 검증을 필수 절차로 포함해야 한다. 지역 대표자는 설계된 개입 방안을 주민들에게 제시하고 피드백을 수집하여 협의체에 전달하는 중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 주민 수용성 검증 과정에서는 개입 방안에 대한 이해도, 참여 의지, 우려 사항, 개선 요구사항을 체계적으로 조사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문가의 기술적 지식과 현지 주민의 로컬 지식을 대등한 위치에서 통합하여 모델에 반영해야 한다.

Ⅴ. 논의

본 연구는 국제개발협력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수행된 만큼 유관 기관의 실무 차원 활용 방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관에서의 적용을 위한 분야는 크게 체계 구축, 문화적 상대성 반영을 위한 장치 구축, 교육 강화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체계 구축 측면에서는 우선 조직의 공식적 절차와 연동되는 제도화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먼저 문화인류학자, 지역학 전문가, 현지 사업 담당자, 실무자로 구성된 위원회를 설치하여 개입 사안 심의, 구역 분류 결정, 개입 전략 승인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의사결정의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사업관리주기(project cycle management)에 모델의 핵심 단계를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우선 사업 식별(identification) 단계에서 개입의 윤리적 전제를 검토하는 ‘내부 성찰’을 수행하도록 한다. 이를 기반으로 형성(formulation) 단계에서는 ‘권력·문화 매핑’과 ‘구역 설정’을 통한 정교한 상황 분석을 거쳐 전략적인 ‘개입 설계’를 완성해야 한다. 이후 실행(implementation) 및 모니터링(monitoring) 단계에서는 ‘감정 로그’를 활용한 ‘지속적 조정 루프’를 통해 권력 관계의 변화를 추적하며 사업을 적응적으로 관리하고, 마지막 평가(evaluation) 단계에서는 윤리적 이슈 조기 발견율, 구역별 개입 성공률, 문화적 갈등 감소율 등의 정량적 지표와 현지 파트너 만족도, 문화적 적절성 평가 등의 정성적 지표를 설정하여 모델의 효과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윤리적 판단이 실무자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 검증 가능한 조직의 시스템으로 작동하도록 보장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둘째, 문화적 상대성 반영 장치 구축은 주민 참여형 설계를 제도화하고 맥락 진단을 정례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사업 지역별로 자문단을 두어 성·연령·소수자 대표성이 보장된 협의 구조를 마련하고 마을 회의 정례화와 익명 피드백 시스템을 통해 주민 참여를 제도화한다. 문화적 맥락화를 위해서는 지역별 주요 금기사항, 의사소통 방식, 전통 의사결정 구조를 체계화한 문화 코드북을 제작하고, 도전·협상·존중 구역별로 차별화된 적응적 개입 전략을 수립하여 조직 내에서 상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문화적 갈등 발생 시에는 존경받는 현지 인사를 중재자로 하여 전통적 소통 방식을 활용한 단계별 조정 프로토콜을 운영함으로써 갈등의 건설적 해결을 도모한다.

셋째, 모델의 성공적 안착은 이를 운영하는 실무자의 역량과 조직의 문화에 달려 있으므로 교육 훈련을 통한 인적 기반 강화가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실무자 교육은 기초-심화-전문가 과정으로 단계화하여 문화 상대주의와 보편주의 이해, 감정 로그 작성법, 이해관계자 매핑 기법, 윤리적 딜레마 해결 리더십을 체계적으로 함양하되, 시뮬레이션과 사례 기반 학습을 통한 체험형 교육으로 실무 적용력을 강화한다. 현지 파트너 역량 강화에서는 현지 사업 담당자를 대상으로 젠더 평등, 투명성, 참여 민주주의 모듈을 포함한 리더십 및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교육을 실시한다. 조직 차원에서는 지역별·주제별 실무자 네트워크를 통한 학습 공동체 형성과 주간 성찰 일지, 월간 팀 성찰 세션, 분기별 조직 성찰 워크샵을 통한 성찰적 실천 문화를 정착시켜 지속적인 조직 학습 체계를 구축한다.

기관 차원의 적용 방안 외에도 연구에서 제안한 성찰적 실천가 기반 윤리적 개입 모델은 실제 개발협력 현장에서의 적용 가능성과 실효성을 둘러싼 다각적 검토가 요구된다. 본 논의에서는 제안된 모델의 이론적, 실천적 한계를 논의함으로써 정책 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먼저 가치 수준에서 모델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 있다. 본 연구에서 성찰적 실천가 접근법이 보편주의의 폭력적 적용을 방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제시하는 윤리적 개입 모델에 대한 교조적 접근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본 모델은 특정한 보편주의적 가치나 개입 방식을 일률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강제적 프레임워크가 아니다. 절차적 틀이 정형화되어 있지만 현실에서의 적용은 개별 사안의 특성과 맥락적 조건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될 수 있으며 또한 그렇게 적용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구조적 폭력이나 긴급한 인권 침해 상황에서는 충분한 윤리적 숙고보다 즉각적 개입이 우선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 본 모델은 사후적 성찰과 조정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반면 문화적 긴장이 구조화되어 있으나 상호 조정이 가능한 개발 사업에서는 실무자가 충분한 시간과 상호작용 여유를 갖고 윤리적 판단을 구조화하는 인지적 도구로 더욱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처럼 이 모델은 모든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완결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실무자가 불확실하고 복잡한 개발협력 현실에서 보다 책임감 있고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틀로서의 인지적 보조 장치로 이해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교조적 적용에 대한 우려가 체계적 접근 자체를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구조화된 성찰 과정의 부재는 개발 실무자들로 하여금 임의적이고 일관성 없는 판단에 의존하게 만들어 윤리적 딜레마를 심화시키고 개발 목적 달성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교조적 경직성을 경계하되, 이를 이유로 체계적 성찰 과정까지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모델의 가치는 고정된 답을 제공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실무자의 윤리적 사고와 성찰적 판단 능력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강화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본 모델은 개발협력의 윤리적 품질과 현장 적합성을 동시에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음으로 본 모델이 활동가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참여적 개발협력을 형해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즉, 활동가가 윤리적 판단의 주체로서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게 되면 지역주민은 수동적 수혜자로 전락하여 진정한 참여가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그러나 참여적 민주주의 적용에는 한계가 따른다. 많은 개발협력사업에서 참여를 강조하지만 현장에서는 생업, 권력 구조 등으로 인해 주민의 참여율 자체가 저조한 경우가 많고 제한적 규모의 주민이 컨설팅을 위해 참여한다고 해도 주민 문맹률과 같은 현지 역량의 부족으로 인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참여와 민주적 절차 자체가 특정 맥락에서는 서구적 가치 강요로 인식될 수 있다는 문화 상대주의적 딜레마도 여전히 남는다. 이처럼 참여적 개발은 이론적으로는 적절하나 실제 현장에서는 효과적 구현이 어려울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모델은 이러한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 성찰 과정의 중심에는 사업 대상자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반영하는 절차가 위치하고 있으므로 여러 제약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참여의 실질적 확대를 의미한다. 따라서 본 모델이 참여적 국제개발협력을 저해하기보다 오히려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실천적 차원에서 고민이 필요한 문제도 있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시간 및 비용 소요의 현실적 제약이다. 제안된 7단계 모델의 체계적 수행은 상당한 시간적 투자와 인적 자원의 집중적 배치를 요구한다. 구체적으로 감정 포착에서 평가 및 환류에 이르는 순환적 프로세스는 각 단계별로 충분한 성찰과 분석 시간을 요구하며 이해관계자 분석과 권력·문화 매핑 등의 체계적 수행은 전문적 역량과 상당한 비용을 필요로 한다. 이는 제한된 사업 기간과 예산 제약 하에서 운영되는 대부분의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현실적 여건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본 모델의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사업 규모와 맥락에 따른 단계별 적용 방안의 차별화, 핵심 단계만을 선별적으로 실행하는 간소화된 버전의 개발, 그리고 기존 사업 관리 프로세스와의 통합을 통한 효율성 제고 등의 현실적 보완책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윤리적 판단의 주관성과 개인 및 조직의 역량 차로 인해 효과성이 상이할 수도 있다. 윤리적 개입의 필요성과 적절성에 대한 판단은 실무자 개인의 도덕적 성향, 가치 체계, 현지 권력 관계에 대한 분석적 민감성, 사업 내 역할과 책임 범위, 그리고 소속 기관의 조직 역량, 문화와 정책 지향성 등 다층적 변수들의 복합적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다면성으로 인해 동일한 상황에서도 개입 여부와 방식에 대한 판단이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구조적 억압이나 권력 불균형이 명확한 상황에서도 개인이나 조직의 인식적 한계로 인해 문제 상황을 간과하거나 다자 간 협력 사업에서 윤리적 판단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개인 및 조직 차원의 성찰은 윤리적 판단의 최종 기준이 아닌 필요조건으로 두어야 하며, 집단적 피드백, 사례 공유, 제도화된 윤리 검토 시스템을 통한 사회적 검증 과정이 병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성찰적 실천가 접근법을 기반으로 한 윤리적 개입 모델이 실질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다층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적 개입이 요구된다. 우선 국내 국제개발협력 기관(NGOs 포함) 간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공동의 윤리 개입 경계 설정을 위한 증거 기반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는 윤리적충돌이나 개입 실패 및 성공사례 등 개별 기관이 산발적으로 보유한 경험을 집단적 학습 자원으로 전환하여 윤리적 개입에 대한 실증적 근거를 축적하는 플랫폼을 제도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플랫폼에서는 또한 공동으로 축적한 정보를 분석하여 지역, 보편원칙, 시기 등 여러 기준에 따른 대응책을 체계적으로 구축 및 공유함으로써 유관 기관들이 현장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갈등 상황에 기민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국제개발협력 사업의 효과적 수행을 위해서는 사업 유관 기관 및 개인 간 윤리 기준의 일정 수준 합일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윤리적 개입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도덕적 성향과 가치 체계, 현지 권력 관계에 대한 인식적 민감성과 분석 역량, 사업 내에서의 기능적 역할과 책임 범위, 소속 기관의 조직적 특성과 정책적 지향성 등 다면적 변수들의 복합적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이에 따라 동일한 상황에서 개입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위험이 존재한다. 특히 권력 불균형이나 구조적 억압이 뚜렷함에도 개인에 따라 이를 ‘문제로 감지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거나 특히 다자 간 협력 사업에서 불가피하게 윤리적 판단의 주관적 차이를 야기하여 사업 수행 과정에서 협력 주체들 간의 규범적 불일치와 실천적 갈등으로 발현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성찰은 윤리 판단의 단독 기준이 아니라 정당한 판단이 가능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하며, 그 유효성은 집단적 피드백, 사례 공유, 제도화된 윤리 검토 구조를 통해 보완되어야 한다. 윤리적 개입의 정당성은 궁극적으로 감정 기반 성찰과 사회적 검증을 위한 구조가 상호작용하는 공간 속에서 형성되어야 한다.

Ⅵ. 결론

본 연구는 국제개발협력 사업 현장에서 실무자가 마주하는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해결하기 위해 ‘성찰적 실천가’를 기반으로 3구역 7단계로 구성된 윤리적 개입 모델을 제시하였다. 먼저 개입 사안은 ‘도전·협상·존중’ 구역으로 설정하여 구역에 따라 대응 방안을 달리한다. 다음으로 우선 실무자의 감정에서 포착한 사안에 대해 내부적 그룹 성찰 과정을 거쳐 개입 여부 및 개입 결정된 사안의 구역을 결정한 후, 이해관계자 분석 등을 활용해 권력·문화 매핑 수행한 후 개입 설계 및 실행, 마지막으로 평가 및 환류를 거쳐 윤리적 개입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실무자는 내·외부적 성찰을 통해 개입 사안 포착부터 환류까지 지속적으로 자신의 편견에 대한 의심을 통해 위치성을 의식하고 동료 및 사업 대상자 등과 소통하면서 개입 방안을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기여는 다음과 같다. 먼저 학문적으로 본 연구는 성찰적 실천가 이론을 국제개발협력의 윤리적 딜레마 해결 메커니즘으로 확장 적용함으로써 기존의 추상적 윤리 담론을 실무자 중심의 구체적 방법론으로 전환시켰다. 이는 개발학 분야에서 그동안 보편주의와 문화 상대주의 간의 이론적 긴장 관계를 절충하는 규범적 선언에 머물렀던 윤리적 실천 논의를 체계적으로 분석 및 적용하도록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방법론적 기여를 갖는다. 또한 본 연구는 성찰적 실천가 개념을 적용함으로써 개발 실무자의 ‘감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최근 개발학 분야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Chambers, 2017; Clouser, 2016; Jakimow, 2022). 해당 학계에서는 감정이 억압적 관행이나 배제 구조를 마주하는 과정에서 윤리적 긴장을 직관적으로 인식하게 하여 성찰과 규범화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실무자의 감정과 경험을 윤리적 판단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Noh, 2023). 그러나 본 연구는 감정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이므로 판단 기준으로 삼기에는 일관성과 정당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보았다. 실무자의 감정은 윤리 감각의 기초로 의미를 지니되, 그것이 실천적 판단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숙의 가능한 규범 체계와 제도로 구체화된 절차를 통해 사회적으로 승인 가능한 기준으로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체계화된 개입 모델을 제안하였다. 다음으로 실천적 차원에서 본 연구는 국제개발협력 기관이 현장에서 직면하는 윤리적 개입의 경계 설정 문제에 대한 실질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마중물을 제공한다. 이는 다양한 개발협력 맥락에서 적용 가능한 유연성과 확장성을 담보하여 기관별, 지역별 특성에 따른 맞춤형 윤리적 개입 전략 수립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연구는 성찰적 실천가 기반 윤리적 개입 모델의 이론적 구축에 중점을 두어 다양한 사업 규모, 조직적 특성, 개인 역량 차이에 따른 차별화된 적용 방안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사업 규모, 기간과 단계, 윤리적 딜레마의 복잡성 정도에 따른 단계별 모델의 적용 기준 정립, 기관의 조직적 특성(규모, 전문 영역, 운영 방식)을 고려한 맞춤형 모델 조정 메커니즘 개발에 대한 연구가 수행될 필요가 있다. 추가적으로 여전히 모델이 이론에 치우친 경향을 지닌 만큼 Agile 접근 등 실무 차원에서 지속적이고 기민한 전략 조정 방안이 후속 연구를 통해 제시되길 기대한다.

Notes

본 연구는 2025년 성결대학교 교내 연구비를 통해 수행되었음.

본 논문은 2025년 한국지역개발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음.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the 2025 Sungkyul University Research Grant.

This paper was based on the research presented at the Spring Conference of the Korea Regional Development Association in 2025.

본 연구에서 ‘개발 윤리’는 인간과 생태계의 번영을 위해 개인과 집단의 행위가 지향해야 할 글로벌한 규범적 기준으로, 특히 사회의 발전 경로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권리 및 의무와 이익 및 위해 등의 상호 관계에 대한 도덕적 행위의 준거를 의미한다(Banks et al., 2023; Gasper & Truong, 2005: 374). ‘문화’는 보편주의와 충돌하면서 개발에 대한 장애 혹은 촉진 요인으로 기능하는 전통 관행이라는 협소한 의미로 사용한다. ‘실무자’ 혹은 ‘실천가’는 광범위하게는 지역사회개발 활동가를 의미하며, 본 연구에서는 특히 비정부 기관의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로 정의한다.

인권 원칙 및 대응 방안 도출을 위한 기준 설정은 Global Protection Cluster(2024)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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