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of 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특별기고

디지털 전환 시대 거버넌스 분야 개발협력 방향

김은주1,*
Eunju Kim1,*
1한성대학교 법&정책 트랙 조교수
1Assistant Professor, Hansung University
*Corresponding author : eunjukim@hansung.ac.kr

© Copyright 2021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Jun 20, 2021; Accepted: Jun 25, 2021

Published Online: Jun 30, 2021

요 약

KOICA는 설립 30주년과 동시에 코로나19가 초래한 급격한 사회변화에 대응해야 하 는 중요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KOICA 거버넌스(공공행정) 분야의 발전 방향에 대해 고찰하고자 과거 성과와 한계를 돌아보고, 향후 10여 년간 추구해야 할 방향성 을 고민하였다. 도입기(1991∼2000), 성장기(2001∼2010), 성숙기(2011∼현재)로 구분하 여 KOICA 공공행정 분야 사업의 추세를 분석한 결과, 2010년대 이후 분야별·지역별 재 원배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KOICA 거버넌스 분야가 성숙기 단계로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업의 주제가 다변화되고 확산(proliferation)되는 양상이 나타나 선택 과 집중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공급자인 한국의 입장만 고려해서는 안 되며 개발도상국이 당면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개발협력과 공 공부문을 둘러싼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디지털 전환과 SDGs 목표달성 가속화를 위한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정책적 시사점으로 디지털 정부 추진을 위한 데이터 생성 및 관리 역량 강화 사업 기획, 환경·에너지·인프라 분야 등 거버넌스 주류 화 추진, 개발도상국 국가발전전략의 성과지표 및 성과관리 체계 사용 등을 제안하였다.

Abstract

To examine the policy direction of the governance sector (or the public administration sector) of the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KOICA), we examined its achievements and limitations over the last 30 years and then explored the direction to be pursued for the next 10 years. We divided KOICA’s public administration projects into the introduction period (1991-2000), the growth period (2001-2010), and the maturity period (2011-present) and analyzed their trends. We observed that the financial distribution by sector and region has been stably maintained since 2010. It seems that this sector has entered a mature stage. However, as the theme of the project is diversified and proliferating, efforts are needed for concentration in the future. In particular, considering the changes in the environment surrounding development cooperation and the public sector, efforts to accelerate digital transformation and the achievement of the SDGs should be strengthened. Therefore, as policy implications, we suggest planning a project to strengthen data generation and management capacity for digitalizing governments, main-streaming governance in the environment, energy and infrastructure fields, and using performance indicators and performance management systems for national development strategies in developing countries.

Keywords: 디지털전환; 거버넌스; 공공행정
Keywords: Digital Transformation; Governance; Public Administration

Ⅰ. 서론

코로나19 감염병은 세계 모든 나라와 모든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문명사적 전환을 초래할 것이라 예상된다. 오랜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디지털 기술을 교육과 일하는 방식, 그리고 일상생활 곳곳에 큰 저항 없이 접목하였고, 소위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작은 바이러스의 출현이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자성 속에서 시민과 기업, 그리고 정부는 그동안 외면했던 환경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한편 세계적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 모두가 경기 불황, 재정적자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산을 보유한 계급과 그렇지 않은 계급,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들과 불가피하게 현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노동자들 간의 불평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다행히도 조심스럽게 일상으로 회복을 준비하는 가운데 다수의 사람들이 인류가 더 이상 똑같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자명하게 느끼고 있다. 모두 ‘더 나은 미래(build back better)’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분야별로 어떻게 하면 미래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고찰하고 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 더하여 KOICA는 설립 30주년이라는 또 다른 중대한 전환의 계기를 맞고 있다. 조직수명주기이론에 따르면 조직의 연령(organizational age)에 따라 도입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 등으로 구분할 수도 있고, 창업 단계-집단공동체 단계-공식화 단계-정교화 단계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Larry, 1972). 기업과 조직의 역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30년 된 조직은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로 접어드는 단계라 볼 수 있고, 공식화 단계를 넘어 정교화 단계로 들어선다고 말하기도 한다. 공식화 단계에서 정교화 단계로 넘어갈 때 조정과 통제시스템이 고도화되면서 동시에 지나친 관료주의가 나타날 수 있다(Larry, 1972).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만 정교화 단계로 연착륙할 수 있다. 정교화 단계에 도입한다고 해도 혁신을 통해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려고 노력하여야 조직의 성숙과 유지가 가능하다. 그렇지 않은 조직은 외부환경의 파고에 휩싸여 쇠퇴하게 된다. KOICA가 직면한 상황이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설립 30주년을 맞아 성숙기 또는 정교화 단계로 들어가는 시점에 코로나19라는 문명사적 전환을 맞이하면서 변화와 혁신의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따라서 무상원조 전담 기관인 KOICA의 지금까지 성과를 돌아보고, 나아가 분야별, 주제별, 수단별로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연구는 KOICA의 중점분야 중 하나인 거버넌스(공공행정) 분야에서 그동안의 성과를 돌아보고, 나아가 SDGs 목표 시한인 2030년까지 향후 10여 년간 어떻게 변화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지난 30여 년간 KOICA 거버넌스(공공행정) 분야 사업의 추세를 도입기(1991∼2000), 성장기(2001∼2010), 성숙기(2011∼현재)로 구분하여 분석한다. 3장에서는 개발협력을 둘러싼 환경과 행정환경의 변화에 대해 살펴본다. 4장에서는 이러한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하여 KOICA 공공행정 분야 사업이 추구해야 할 방향성에 대해 제언한다.

II. KOICA 거버넌스 분야 재원배분 및 주제별 추세 분석

본 장에서는 KOICA 설립 30주년을 맞아 그동안 거버넌스(공공행정) 분야의 지원 성과를 분석하고자 한다. KOICA가 분류하는 중점분야 명칭에 따르면 ‘공공행정’으로 불리고 있다. 다른 공여기관들이 거버넌스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고, 실제 KOICA 공공행정 분야 사업들도 단지 행정에 국한되지 않는 입법부, 사법부 영역에 대해서도 지원하고 있어 분야 명칭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최진욱 외, 2020: 85). 이에 따라 2021년부터는 거버넌스·평화전략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다만 아직 공식적으로 통계자료가 공공행정 분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에 본 장에서는 이러한 분류를 따라 거버넌스(공공행정) 분야로 부른다. 이하에서는 분야별, 지역별 재원배분 현황과 사업주제별 추이를 살펴보았다.

첫째, 분야별 지원실적을 분석해 보면, KOICA 거버넌스(공공행정) 분야 지원 비중은 2011년 이후 16% 내지 1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그림 1> 참조). 과거 30년 시기를 5년 평균 추이로 구분하여 보면 공공행정 분야가 전체 KOICA 지원액 중 차지하는 비율이 1991∼1995년 5년 평균 24%, 1996∼2000년 16%, 2001∼2005년 24%, 2006∼2010년 22%, 2011∼2015년 16%, 2016∼2020년 16%를 차지한다. 2015년 SDGs 목표채택 이후에도 변함없이 16% 내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전체 원조액 중 섹터구분이 가능한 지원액(sector allocable ODA) 기준으로 OECD/DAC 회원국들이 15%∼17% 정도를 거버넌스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서 유사한 수준이다(OECD, n.d.). 하지만 OECD/DAC 회원국들의 2009∼2018년 통계에 의하면 전체 원조 지원액 중 거버넌스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데 반해서(OECD, 2021) KOICA의 분야별 원조 지원액은 동일한 기간 2009∼2018년 기준으로 교육분야가 가장 높고, 공공행정 분야는 그 뒤를 잇는다(KOICA, 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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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KOICA 거버넌스(공공행정) 분야 지원 비중 변화(1991∼2020) 출처: KOICA (n.d.a)를 참고하여 저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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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ICA 설립 초기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KOICA의 기능이 분화되는 시기로서 거버넌스(공공행정) 분야 비율이 연도별로 변동폭이 크면서 동시에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 2000년대에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을 지원하면서 국가재건을 위해 거버넌스(공공행정) 분야의 지원이 급증하는 해가 있었고 변동폭이 컸다. 하지만 2011년 이후 10년 동안은 공공행정 분야가 16% 내외를 유지하면서 분야별 비중 변동이 크지 않았다. 이를 통해 볼 때, KOICA 조직이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분야별 재원배분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둘째, 지역별로 살펴보면 아시아 지역에 대한 원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어서 아프리카, 중남미 순으로 지원하고 있다(<그림 2> 참조). 1991년부터 2000년대까지 아시아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00년대 이후 감소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국가재건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중동 지역에 대한 지원이 높아졌다. 2010년 이후는 지역별 재원배분도 상당히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면서 아시아 지역 40% 내외, 아프리카 지역 25% 내외, 중남미 15% 내외로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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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KOICA 공공행정 분야 지역별 지원 현황(1991∼2020) 출처: KOICA (n.d.c)를 참고하여 저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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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지역에 대한 원조는 2011년 54%에서 점차 감소하여 2019년 39% 정도를 지원하였다.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은 2011년 23%에서 점차 증가하여 2019년 26%를 지원하였다. 중남미에 대한 지원은 2011년 11%에서 점차 증가하여 2019년 17%를 차지하였다. 그 밖의 지역은 2019년 기준으로 중동 지역 4%, 동구 및 CIS 지역 4%를 지원하였다(KOICA, n.d.b). 2010년 OECD/DAC 가입 이후 중점협력국을 지정하는 등 지역별 재원배분에 대해 정책적 관심을 기울이면서 지역별로 균형 있게 지원하고 있다. 아시아에 대한 지원 비중이 가장 크면서도 아프리카 및 중남미 지역에 대한 지원도 꾸준히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지역별 지원 현황을 분석해 본 결과, KOICA 조직이 성숙기 단계로 접어들면서 지역별 재원배분이 어느 정도 고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KOICA 거버넌스(공공행정)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해 왔는지를 분석하였다. 최진욱 외(2020)의 연구는 CRS 목적코드를 이용하여 사업의 주제별로 세분화해서 살펴보았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KOICA 거버넌스(공공행정) 분야 지원 중 공공정책 및 행정관리, 입법 및 사법제도 개발, 치안제도 관리 및 개선, 지뢰 및 전쟁 폭발용 잔재 제거, 공공재정관리, 분권화 및 지방정부 지원 등의 목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을 지원하였다(최진욱 외, 2020). 한편, OECD/DAC 국가들의 CRS 목적코드별 지원 현황을 보면 공공정책 및 행정관리, 입법 및 사법제도 개발, 민주적 참여 및 시민사회, 분권화 및 지방정부 지원, 공공재정관리 등의 순서로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OECD, 2021). OECD/DAC 국가들이 지원하는 분야와 대체로 유사한 경향을 보이지만, 민주적 참여 및 시민사회, 공공재정관리 등에 대한 지원이 OECD/DAC 국가들에 비해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대신 치안제도 관리 및 개선 목적의 사업이 다소 높은 순위에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또한 1991년부터 2017년까지 공공행정분야 프로젝트 사업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았다1). 설립초기 1991년에서 2000년까지를 보면 주로 수원국 외무부나 정부부처에 기자재를 지원하는 사업, 전산망을 구축하는 사업, 정부청사 건립이나 시설 현대화를 지원하는 사업이 있었다. 이후 2001년부터 2010년까지 기간에는 지역과 주제가 좀 더 다양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전자정부 구축을 지원하는 사업들이 주를 이루며, 전자조달시스템, 지적재산권 시스템, 관세행정현대화 시스템 등 분야를 특정하여 정보화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 시작되었다. 국가 중에서는 몽골에 대한 전자정부 지원사업을 다수 실시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지역 공무원 역량강화사업, 국가발전전략과 경제발전전략 수립 지원사업 등이 진행되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는 지원 국가와 주제가 더욱 다양해진다. 전자정부 사업도 각 분야별로 더욱 세분화되는데, 전자정부 마스터플랜을 지원하는 사업에서부터 통합전산센터 건설, 출입국관리시스템, 관세행정 싱글윈도우 시스템, 국유재산관리 정보화시스템, 지적재산권 현대화사업, 특허행정 전산인프라 개선, 사이버안전센터 구축 지원사업 등 행정부 각 부처와 기능별 전자정부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입법부 및 사법부 정보화시스템 구축사업으로 법령정보시스템 구축사업, 의정활동 지원시스템, 헌법재판소 정보화시스템 구축사업 등도 있었다. 행정부 역량강화뿐만 아니라, 사법부 역량강화사업(베트남)도 진행되었다. 선거 분야 지원사업으로 선거역량강화사업(키르기즈스탄), 개표결과 전송시스템(에콰도르) 등의 사업도 있었다. 공무원 행정역량강화 사업도 아시아 지역을 넘어 아프리카 르완다, 중동 이라크, 팔레스타인 등에서 진행되었다. 시민참여와 관련된 사업으로는 국민참여와 부패방지를 위한 국민신문고 시스템 구축사업 등이 있었다. 그리고 치안역량강화와 관련된 사업들이 중남미에서 다수 실시되었다. 또한 베트남과 라오스에서 지뢰 및 불발탄 제거 사업, 분쟁취약국에서 평화와 재건을 위한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들도 새롭게 생겨났다.

요컨대 지난 30년간 거버넌스(공공행정) 분야 사업을 보면 초기 단계 기자재 지원사업이 주를 이루다가 2000년대 이후 전자정부 구축사업, 국가발전전략 수립, 공무원역량 강화 등의 주제로 발전하였다(<표 1>). 2010년대 이후에는 분야별로 세분화된 전자정부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고, 공무원역량강화 등의 사업을 지속하였으며, 행정부를 넘어서 입법부, 사법부 역량강화, 국민참여와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사업, 분쟁취약국 지원사업, 평화와 재건을 위한 사업 등으로 주제가 고도화되었다. 국제사회와 개발도상국이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거버넌스 분야 지원사업의 주제를 다변화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2010년 OECD/ DAC 가입 이후 거버넌스(공공행정) 분야 사업에 참여하는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증가하면서 정부부처제안사업 등을 통해 발굴된 사업이 증가하면서 주제가 상당히 다양해졌다. 앞서 살펴보았던 분야별, 지역별 재원배분은 설립 30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그 비중이 고정화되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사업의 세부 주제를 보면 2010년 이후 주제가 다변화되고 확산(proliferation)되는 양상을 보인다. 향후에는 여러 가지 주제 중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국개발협력의 비교우위와 특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표 1. KOICA 거버넌스(공공행정) 분야 시기별 변화 추이
도입기(1991∼2000) 성장기(2001∼2010) 성숙기(2011∼현재)
분야별 분야 비율 증감 변동성 큼 분야 비율 증감 변동성 큼 분야 비율 16% 내외 유지
지역별 지역별 비율 변동성 큼 지역별 비율 변동성 큼 지역별 비율 안정화
사업주제별 •개도국 행정부 기자재 지원사업
•행정부 전산망 구축 사업
•정부청사 건립, 시설 현대화 사업
•전자정부 구축사업
-전자조달시스템, 지적재산권 시스템, 관세행정현대화 시스템
•국가발전전략, 경제발전전략 수립 사업
•아시아 지역 공무원역량강화사업
•전자정부 구축사업
-통합전산센터, 출입국관리시스템, 사이버안전센터
-국회 의정활동지원 시스템, 사법부 정보화 시스템
•아프리카, 중동 지역 공무원역량강화 사업
•중남미, 아시아 치안역량강화 사업
•시민참여 ∙ 부패방지 위한 국민신문고 사업
•선거역량강화 사업
•지뢰·불발탄 제거 사업 등 분쟁취약국 평화재건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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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지난 30여 년간 KOICA 공공행정 분야의 분야별, 지역별 재원배분 추이와 사업의 세부주제별 변화 추이를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 분야별, 지역별 재원배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KOICA 공공행정 분야가 성숙기 단계로 돌입하게 된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사업의 세부 주제를 살펴볼 때, 진정한 성숙기로 접어들기 위해서 개선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은 발전국가(developmental state)로서 공공부문이 주도하여 빠른 경제성장을 달성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위 말해 발전경험을 전수하거나, 공무원 역량강화사업 등을 다수 진행하였다. 이에 더해 거버넌스(공공행정) 분야에서는 전자정부 시스템 구축 사업이 다수를 차지하였다. 이는 다분히 공급자인 한국의 입장에서 실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2010년 이후 거버넌스(공공행정) 분야에서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원조비중이 늘어났지만, 이는 분쟁취약국이 많은 아프리카 대륙의 거버넌스 개선 수요에 대한 대응이라기보다는 한국의 ODA가 체계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물이다. 즉, OECD/DAC 가입 이후 중점협력국을 지정하면서 지역별 재원배분을 체계화하고, 자원외교 차원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를 늘린 결과로 볼 수 있다. 실제 아프리카 지역 거버넌스(공공행정) 분야 사업도 다른 지역과 차별점 없이 전자정부 사업, 공무원 역량강화 사업 위주로 지원이 이뤄졌다.

따라서 향후 거버넌스(공공행정) 분야 사업들은 개발도상국이 겪고 있는 당면한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방식으로 개발협력사업의 주제와 접근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개발도상국이 향후 직면하게 될 개발협력 환경과 공공부문을 둘러싼 환경 변화를 파악하고, 이에 맞게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3장에서는 개발협력 환경과 행정환경의 변화를 살펴보고, 4장에서는 향후 거버넌스 분야 사업의 방향성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III. 개발협력환경과 행정환경의 변화

1. 개발협력환경 변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존재했다. 소위 말하는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 앞으로 중요한 변화를 초래하리라는 것은 일찍이 예측된 바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상황이 초래한 직접적인 변화는 무엇인가?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해볼 수 있다. 첫째, 기술의 사회 적용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것이다. 기술사회학적으로 보면 기술을 초래하는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산업혁명 초기의 러다이트 운동이 그러한 예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서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에 많은 사람이 기술의 빠른 변화와 적용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불가피해지면서 디지털 기술이 사회 곳곳에 적용되었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변화는 디지털 기술이 일상생활에 적용되는 것을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또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점이다. 둘째, 코로나19 발생을 전후하여 생긴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기술결정론이 더욱 득세하게 된 것이다. 기술결정론은 기술의 발전으로 사회·경제가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이 우리 삶의 편의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기술이 주도하여 조직구조와 사회구조가 변화하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나 경제가 움직이는 방식도 변화할 것이라고 본다(고길곤, 2021). 이와 같은 맥락에서 분야별로 기술이 초래할 변화에 대해 예측하고, 이러한 사회변화에 맞춰 생존하기 위해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국제기구나 주요 국가들은 미래예측을 위한 정부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기도 한다. 싱가포르의 전략적 미래센터(Centre for Strategic Futures), 영국의 호라이즌 스캐닝 센터(Futures, Foresight, Horizon Scanning) 등이 그 예이다.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테러 정보, 사이버보안, 에너지 안보 등을 미리 선제적으로 예측하며, 증거기반으로 미래를 전망하여 미래 전략 및 정책을 수립한다(허경무, 2021). 유럽연합(EU)은 정기적으로 호라이즌 스캐닝2)을 통해 미래사회에 영향을 미칠 이슈들을 분석한다. OECD 역시 미래전략팀(Strategic Foresight Unit)을 운영하면서 각국의 정책수립에 도움이 되는 장기적인 전망을 제공한다(고길곤, 2021).

한편, 개발협력 분야에서도 유럽 국가들은 메가트렌드(mega trend)와 트렌드(trend)를 예측하는 연구를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메가트렌드란 사회의 현상이나 변화가 한 영역에 그치지 않고, 다른 영역이나 사회 전반에 퍼져 정치, 경제, 문화 등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한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는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조류를 메가트렌드라고 했다.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변화 동인으로서 대체로 10년 정도의 시간 동안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특징이 있다. 기후변화, 디지털전환, 인구구조변화 등이 메가트렌드의 예이다. 트렌드는 메가트렌드의 영향을 받으며 둘은 상호작용하기도 한다(허경무, 2021).

영국의 개발협력분야 씽크탱크인 Overseas Development Institute(ODI)는 정기적으로 호라이즌 스캐닝을 통해 개발협력 분야의 메가트렌드와 미래예측,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변화방향 등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2017년 ODI 연구 ‘Horizon 2025 revisited’에서는 메가트렌드로 국익 우선 대중주의(populism), 2030 SDGs 달성을 위한 수요, 분쟁갈등으로 인한 난민과 이주민 증가를 꼽았다. 트렌드로는 취약국의 빈곤 증가, 민간기업의 참여 필요성 증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행동 증가, 중국의 영향력 증가 등을 꼽았다(Kharas & Rogerson, 2017). 독일 역시 2018년 메가트렌드 예측을 통해서 개발협력 분야의 변화동인을 밝히고, 이에 기반하여 개발협력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2018년 연구에서 개발협력 분야의 메가트렌드로 인구구조 변화, 천연자원의 고갈, 기후변화, 디지털기술과 상호연계성 증가, 난민과 이주 문제 등을 꼽았다(BMZ, 2018).

한국은 2020년 제3차 국제개발협력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기초연구를 통해 이러한 메가트렌드를 분석하여 개발협력 분야에서 중요한 변화동인을 찾고자 한 바 있다. 당시 도출된 변화 동인은 원조를 통한 국익 추구 경향 증가, SDGs 달성 가속화를 위한 노력, 기후변화와 신종감염병 등 글로벌 난제 등장, 중소득국 증가, 기술발전에 따른 개발도상국 경제사회변화, 분쟁갈등 취약국과 난민 증가, 개발도상국 인구구조의 변화 등을 꼽았다. 이러한 변화 동인에 따라 개발협력분야에서 원조수단과 접근법도 변화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개발재원 확대 및 다양화 노력, 시민사회 및 민간기업 등 다양한 주체와의 협력, 개발효과성과 원조조화를 위한 일관성 강조, 개발성과 극대화를 위한 원조수단 혁신, 삼각협력과 다자협력 확대 등의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고 제시하였다(경희대학교 산학협력단, 2020; 김은주 2021a). 한국의 개발협력도 이러한 미래환경의 변화 동인과 변화추이를 고려하여 전략적 방향과 수단의 혁신을 추구해야 할 것이며, 특히 한국의 개발협력을 선도하는 KOICA가 미래 개발협력 수요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따라 개발협력 정책과 사업의 방향성을 주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2. 행정환경 변화

거버넌스 분야의 향후 방향에 대해 고민하기 위해서 개발협력을 둘러싼 환경 변화와 더불어 정부와 공공부문의 변화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행정학계에서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시대 정부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대체로 행정환경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행정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에 따라 미래 정부의 조직과 기능도 달라지고, 인력 규모의 변화도 예상된다.

먼저 행정환경의 변화에 따라 행정수요가 다음과 같이 변화할 것으로 예측한다. 행정환경이 복잡해지면서 단일 부처의 정책문제가 아닌 다양한 부처가 협업해서 풀어나가야 할 정책난제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가 수준에서 풀기 어려운 글로벌 수준에서 협력을 필요로 하는 정책난제가 등장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 혼자서 주도하기보다는 민간과 협력하여 해결해야 할 정책문제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된다. 나아가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국민참여를 넘어서서 국민과 정책을 공동생산(co-production)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김은주, 2021b).

한편, 기술의 변화에 따라 정부의 일하는 방식이 다음과 같이 변화할 것으로 예측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행정업무의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됨으로 인해 공무원 인력 수요 중 서무, 민원업무, 회계, 일반행정 등 업무는 향후 5년 이내에 자동화 기술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 2019). 자동처리기술(robotic process automation, RPA)이 도입되어 반복되는 업무나 데이터 처리 작업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민원업무 중 상당수는 인공지능기술로 대체될 것이며, 이미 국내에서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민원상담은 챗봇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그 밖에도 일선집행관료(street-level bureaucracy)가 담당했던 사회복지, 치안 등의 행정업무도 인공지능기술이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인력 규모가 감소하고, 정부조직의 구조와 기능은 단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이재호 외, 2019).

행정환경의 변화에 따른 정부 조직과 기능의 변화는 국내 학자들만의 관심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앞으로 정부의 미래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뜨겁다. Deloitte(2021)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차세대 디지털 정부 추진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서비스 전달방식, 정책과 의사결정, 정부운용방식, 규제, 공무원 인력운용방식 등이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예를 들어, 정부의 행정서비스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하고, 정부를 직접 만나지 않아도 국민이 행정서비스를 이용하게 변화할 것으로 보았다, 또한 증거기반 정책결정(evidence- based policy making)을 넘어 미래 시나리오, 시뮬레이션, 크라우드 방식 정책결정도 나타날 것으로 본다. 정부 운영방식의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고, 규제에서는 위험관리가 중요해진다. 특히 법률이 코드화되어 정책순응이 자동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내에 교통법규가 코드화되어 입력됨으로써 교통신호를 자동으로 준수하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평생 직업공무원제는 사라지고, 필요한 인재를 일시적으로 채용하거나 외주를 맡기고, 직무와 직렬 구분도 개방적으로 변하게 되며, 인간과 기계가 협업하게 될 것으로 보았다(Deloitte, 2021: 8-16).

또한 정부의 미래상은 미래변화를 사전에 예측(foresight)하고, 통찰(insights)과 정책을 연계하는 체계를 갖춘 미래예견적 정부(anticipatory government), 미래예견적 국정관리(anticipatory governance)를 추구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김윤권 외, 2019).

본 장에서는 개발협력환경의 변화와 정부를 둘러싼 행정환경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에 맞춰 정부와 공공부문이 변화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동시에 직면하고 있는 과제이다. 공여국 내에서도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정부 조직과 기능이 변화하지만, 개발도상국도 동시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행정적용을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 스스로 디지털 전환에 대응함과 동시에, 개발도상국 정부가 미래사회 디지털 전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IV. KOICA 거버넌스 분야 방향성에 대한 제언

이상과 같이 개발협력환경과 행정환경이 변화할 때, KOICA 거버넌스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동인으로 디지털 전환과 SDGs 목표달성 가속화 요구를 들 수 있다. 향후 국제사회는 코로나19가 촉발한 디지털 전환에 개발도상국이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SDGs 달성 시한이 10여 년 남은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SDGs 목표 달성을 위한 가속화하기 위한 노력을 촉구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KOICA 거버넌스 분야 방향성을 다음 세 가지로 제언할 수 있다.

첫째, KOICA 거버넌스 분야 사업 중 개발도상국에서 디지털 정부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앞서 2장에서 지난 30여 년간 KOICA의 공공행정 분야 사업 중 다수가 전자정부 관련 사업이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전자정부에서 디지털 정부로 전환하고 있는 시기이다. KOICA도 디지털 ODA 사업 추진전략에서 4대 핵심사업으로 ‘디지털 정부’를 선정하고, 기존의 전자정부 사업을 통해 구축된 시스템과 데이터를 활용하여 맞춤형 대민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민참여 활성화를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다(KOICA, n.d.d).

그런데 디지털 정부로 전환의 핵심은 데이터에 있다. 그동안 전자정부 사업들은 주제를 막론하고 대체로 관련 IT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부가 수작업으로 하는 일을 자동화시킬 수 있도록 업무재설계(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를 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 요소였다. 이에 더해서 공무원들이 전자정부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역량강화교육을 하거나, 관련 법제도가 미비할 경우 법제도 개선을 위한 컨설팅을 해주기도 했다. 한편, 디지털정부는 국민 개인에 대한 정보, 행정업무 처리를 위한 정보가 모두 데이터로 저장되고, 통합적 접근이 가능하도록 표준화된 시스템을 사용하여 IT 시스템 간에 연계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의 현실은 수많은 행정자료가 아직 데이터로 전환되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행정 자료를 데이터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데이터 전환을 위한 공무원 역량강화교육도 필요하다. 다시 말해 개발도상국이 디지털 정부로 전환할 수 있도록 데이터와 관련된 사업요소가 추가되거나, 별도로 개발도상국 정부나 공공기관이 데이터를 생성하고 활용하는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사업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앞서 3장에서 행정환경의 변화를 예측한 바와 같이 미래 정부는 서비스 전달방식, 정책과 의사결정, 정부운용방식, 규제, 공무원 인력운용방식 등에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정부의 행정서비스가 개인 맞춤형으로 진화되고, 정부와 대면하지 않는 서비스 제공이 이뤄질 것이라 예측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정부의 민원24 홈페이지와 같이 온라인 기반으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또한 기존의 KOICA 공무원 역량강화사업들이 공무원교육원 건립과 교육용 교재개발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원격수업을 활용한 직무교육, 이러닝과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활용한 공무원 교육 등의 새로운 교육모델도 지원할 수 있다. 지금까지 치안역량강화사업의 경우에도 기자재 지원과 수사역량강화사업 위주로 이루어졌는데, 향후 치안유지(policing) 활동에 인공지능기술 및 자동화 기술이 적용될 것에 대비하는 사업도 필요하다. 또한 개발도상국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에 대해 데이터 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바이오 분야에서 만일 의약품의 원재료를 개발도상국에서 채취할 때 이에 대한 일정 정도 보상을 해 주는 국제적인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선진국의 생물자원 확보에 맞서 개발도상국을 보호하기 위해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한 ‘생물다양성 협약’을 통해 생물자원 보유국의 이익을 보장해 주기로 결의하였다(United Nations, 1992). 2010년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공유(Access to Genetic Resources and Benefit Sharing, ABS)에 관한 나고야 의정서’에서는 법적 구속력을 갖추도록 하여 생물자원 보유국에 로얄티를 지급하도록 하였다(Secretariat of the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2011). 최근 여러 나라들은 개인의 데이터를 국가가 사용할 때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주권을 보호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가 대 국가의 경우로 치환하여 생각해볼 때 개발도상국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데이터 보유국에 보장하는 국제적 논의가 머지않아 시작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USAID의 Digital strategy를 보면 접근방법 중 중요한 원칙으로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의 규범을 따라서 호환가능성을 고려하고, 국경을 초월한 데이터 흐름에 대한 규범을 준수한다고 밝히고 있다(USAID, 2020: 26). 향후 KOICA 거버넌스 분야에서도 이와 같은 데이터 사용 국제규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둘째, 거버넌스 주류화(governance mainstreaming) 노력이 필요하다. SDGs는 목표간 연계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으며, 거버넌스를 다른 목표들의 달성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enabling factor)으로 보고 있다. 이미 KOICA는 2016년 공공행정분야 중기전략(2016~2020)을 수립하면서 거버넌스 주류화 원칙을 언급한 바 있다(KOICA, 2016). 하지만 거버넌스 주류화 실적을 분석할 수 있는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그동안의 성과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반면, 국제기구와 주요 공여국들에서 거버넌스 주류화 추세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OECD/DAC는 1997년부터 참여적 민주주의와 굿 거버넌스(participatory democracy and good governance, 이하 PD/GG) 마커를 운용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8년 DAC 회원국의 ODA 집행액 중 약 4분의 1 정도에 PD/GG 마커가 부여되었다. 지난 10년간 추이를 보면 ODA 집행액의 21% 내지 23%가 PD/GG 마커가 붙은 사업이었다. 양자원조만 보면 그 비중이 더 올라가 약 33%에 달한다(OECD, 2021: 15-16). 또한 PD/GG 마커가 붙은 사업 중 약 60%는 거버넌스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의 사업이다. 즉, 거버넌스 주류화의 영향으로 교육, 보건, 에너지 등 다른 분야의 사업에 참여적 민주주의와 굿 거버넌스 관련 사업의 요소들을 결합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OECD/DAC CRS 코드 중에 자동적으로 거버넌스 분야로 분류되는 사업에 대한 집행액은 2009년 이후 10년간 큰 변동 없이 유지되는 데 반해서, 다른 분야에 속한 사업 중에 PD/GG 마커가 붙은 사업에 대한 집행액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다(OECD, 2021: 16-17). 거버넌스 주류화와 관련하여 10년 전인 2009년에는 교육, 물위생, 보건, 농업 등과 사회 인프라 관련 사업에 PD/GG 마커가 붙는 경우가 많았지만, 2018년에는 에너지 분야, 교통 분야에 거버넌스 마커를 부여하는 사업들이 증가하였다.

국제사회의 이러한 변화 동향을 고려할 때 향후 거버넌스 주류화를 추구하면서 환경 정책과 행정 발전을 위한 거버넌스 개선, 에너지 정책과 행정 발전을 위한 거버넌스 개선, 교통 분야를 비롯한 인프라 건설 관련 투명성 제고를 위한 거버넌스 개선 등의 주제 발굴이 필요하다. 특히 물 거버넌스(water governance), 인프라 거버넌스(infra governance)와 관련한 국제사회 관심이 최근 몇 년간 증대되었다. 예를 들어 OECD는 물 거버넌스 프레임워크(OECD, 2015), 인프라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발표한 바 있다(OECD, 2017). 그 중 인프라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는 인프라 건설을 위한 공공투자에서 중요한 10대 원칙을 비전, 청렴, 서비스 전달방식, 규제, 이해관계자 협의, 정부 내 협력, 데이터 공개, 성과, 복원력 등으로 나누어 각각에 대해 정부가 지켜야 할 원칙을 제언하였다(OECD, 2017). ADB와 OECD가 공동으로 발표한 ‘Government at a Glance Southeast Asia 2019’에서도 인프라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개발도상국에서 더욱 크다는 점을 확인하고 투자기획의 효과성을 높이고, 재정집행과 공공조달 등에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 보고 의무 등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을 강조하였다(ADB, n.d.; OECD/ADB, 2019). 이와 같이 미래사회 대응에 필요한 여러 정책분야의 제도화 및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며 거버넌스 주류화를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셋째, 거버넌스 분야에서 주목할만한 접근법 중 하나는 SDGs 17.15 목표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과 같이 수원국 국가발전전략에서 사용하는 성과지표를 개발협력사업과 일치시키는 것이다. 그동안 OECD/DAC는 원조 접근법 개선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수원국의 거버넌스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수원국시스템 활용 원조, 프로그램 기반 원조(programme-based approach), 수원국 조달시스템 활용 등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논의에 추가하여 SDGs 목표 수립 당시 수원국 주인의식을 보장하면서 정책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수원국의 국가발전전략에서 사용하고 있는 성과지표를 개발협력사업에서 사용하도록 장려하였다. 다시 말해 개발협력사업의 성과지표가 수원국 발전전략의 성과지표에 조응하도록 설정하고 개별 사업단위에서 설정한 성과목표가 개발도상국 국가발전전략, 분야발전전략의 성과목표에 기여하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이것이 잘 지켜진다면 개별 사업 단위의 성공이 개발도상국 국가 차원에서의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미시-거시 역설을 극복하여 개발효과성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SDGs 17.15번 목표 달성을 위해 설정된 지표 17.15의 실적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주요 공여국들은 성과지표 중 약 50% 정도를 수원국이 주도하는 성과프레임워크에 따라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동일 지표에 대해 한국의 보고 실적은 39%였다. 또한 주요 공여들은 평균 41% 정도를 개도국 정부의 모니터링 시스템에 따라 지표 달성 여부를 점검하고 성과관리한다고 보고하였다. 동일 지표에 대해 한국의 보고 실적은 약 28%였다(SDGs Tracker, n.d.). 공식적인 기록으로만 볼 때 한국이 개발도상국 정부가 주도하는 성과관리틀과 지표를 사용하거나, 개발도상국 정부 주도의 모니터링 체계를 활용하는 비중이 다른 공여국들에 비해 낮다. 이러한 점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국의 개발협력사업이 독자적으로 설정한 성과목표에 따라 성과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수원국 정부가 설정한 성과목표에 맞춰 성과지표를 설정하고 사업관리를 하게 되면 보다 확실한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나아가 수원국 정부의 주인의식과 정책집행, 성과관리 능력이 향상되어 장기적으로 수원국 정책과 행정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V. 결론

KOICA는 설립 30주년이라는 전환기를 맞이함과 동시에 코로나19가 초래한 급격한 사회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에 본 연구는 KOICA 거버넌스(공공행정) 분야의 발전방향에 대해 고찰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과거 30여 년의 성과와 한계를 돌아보고, 향후 10여 년간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고민하였다.

지난 30여 년간 KOICA 거버넌스(공공행정) 분야 사업의 추세를 도입기(1991∼2000), 성장기(2001∼2010), 성숙기(2011∼현재)로 구분하여 분석한 결과, 최근에는 분야별·지역별 재원배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KOICA 거버넌스(공공행정) 분야가 성숙기 단계로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업의 세부 주제를 살펴보면 2010년 이후 개발협력에 참여하는 국내 주체가 다양해지면서 사업의 주제가 다변화되고 확산(proliferation)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제 설립 30주년을 지나 더 심화된 성숙기 또는 정교화 단계로 전환해야 하는 시기이므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거버넌스 분야 개발협력의 비교우위와 특장점을 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 공급자인 한국의 입장에서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이 당면한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방식으로 개발협력사업의 주제와 접근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개발도상국이 향후 직면하게 될 개발협력 환경과 공공부문을 둘러싼 환경 변화를 살펴보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정부 모두 서비스 전달방식, 정책과 의사결정, 정부운용방식, 규제, 공무원 인력운용방식 등에서 변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개발도상국 정부가 미래사회 디지털 전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거버넌스 분야 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향후 국제사회는 SDGs 목표 달성을 위한 가속화하기 위한 노력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KOICA 거버넌스 분야 방향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본 연구는 세 가지 방향성을 제안하였다. 첫째, 개발도상국에서 디지털 정부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사업을 확대하되 데이터 생산과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행정분야에 인공지능기술이 적용될 경우를 대비하여 사업을 형성해야 한다. 또한 개발도상국 데이터 주권 보호를 위한 국제규범을 준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SDGs 목표달성 가속화를 위해서 거버넌스 주류화(governance mainstreaming)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환경 및 에너지 거버넌스, 인프라 거버넌스 등 미래사회 대응에 필요한 여러 분야의 제도화 및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개발도상국 국가발전전략에서 사용하는 성과지표를 개발협력사업과 일치하도록 하여 수원국의 주인의식을 보장하면서 정책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본 연구는 개발협력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여 KOICA 거버넌스 분야의 발전을 위한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이론적 분석틀에 기반한 연구보다는 개발협력 현장의 실무자와 전문가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목적이 더 컸다. 그런데 주요 공여국의 씽크탱크에서는 주기적으로 미래사회 변화에 대한 예측과 통찰에 기반하여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연구들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향후 우리나라 개발협력 학계에서도 미래연구의 방법론에 기반한 통찰(insights)과 정책을 연계시키기 위한 학문적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Footnotes

1) KOICA 통계조회시스템에서 1991년에서 2017년까지 프로젝트 유형의 사업을 추출하여 사업의 주제를 분 류하였다(KOICA, n.d.c).

2) 호라이즌 스캐닝은 미래예측 방법론 중 하나로 미래에 관한 정보를 검색하여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동향에 대한 신호를 탐색하고, 그 추세를 관찰하여 향후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 그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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