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of 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연구논문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개발협력 현장파견인력의 임시귀국과 적응에 관한 탐색적 연구

안혜지1,*, 안혜정2
Hyeji Ahn1,*, Hyejeong Ahn2
1경희대학교 국제개발협력학 박사과정
2독립연구자, 사회 및 문화심리학 박사
1Ph.D. Student in 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 Kyung Hee University
2Ph.D. in Social and Cultural Psychology
*Corresponding author: Hyeji Ahn (hyeji.ahn@gmail.com)

© Copyright 2020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Oct 09, 2020; Revised: Nov 08, 2020; Accepted: Nov 16, 2020

Published Online: Nov 30, 2020

요 약

본 연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시 귀국한 해외파견인력들의 귀국경험에 관한 질적 분석을 통해 위기상황에서 파견인력 관리의 시사점을 얻고자 실시하였다. 이를 위하여 개도국 현지에서 활동하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불가피하게 귀국한 10명의 파견인력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하였으며, 그 내용을 근거이론의 방법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귀국가능성 인지 초기에는 파견인력 대부분 귀국에 대해 방어적이었으나, 파견국 확진자 발생, 국경폐쇄 등의 현지 상황, ‘안전 우선’이라는 정부 및 소속기관의 대응원칙 등이 귀국 수용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귀국 후 국내업무 상황에서는 업무 과중, 비효율적인 비대면 의사소통, 업무 역할의 혼란을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한편, 복귀지연이 장기화되면서 개인의 삶과 커리어에 대한 불확실과 같은 부정적 인식과 감정을 경험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현재 상황을 활용하여 다양한 사업추진 방법을 모색하는 등 업무 및 개인의 삶 측면에서 긍정적 적응을 위한 다양한 노력 역시 발견되었다. 귀국과 국내업무 과정 모두에서 정부 및 소속기관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은 상황의 수용과 성공적 적응을 예측하는 요인이었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obtain the implications of the management of dispatched workers during the COVID-19 outbreak. The study explores, via in-depth interviews, the experiences of 10 dispatched workers who worked in developing countries and inevitably returned to Korea due to COVID-19. Its contents have been analyzed with the help of the grounded theory methodology.

A majority of the study participants experienced psychological defense when recognizing the possibility of returning to Korea. However, the deciding factors in its acceptance were the incidence of confirmed cases in the dispatched country, worsening local conditions, and the response guidelines of governments and affiliated organizations focusing on ‘safety first’. After returning to Korea, the participants commonly experienced work overload, inefficient communication, role conflict, and ambiguity in work places. The participants’ delayed return to their original work-site in the developing country affected them through the experience of negative perceptions and feelings, particularly due to the uncertainty of personal life and career. However, even in such a situation, various efforts toward positive adjustments in their current work and personal life were found. Throughout this entire process of returning home in the current situation, empathetic communication played a key role in the acceptance of and adjustment to the current situation.

Keywords: 코로나19; 현장파견인력; 임시귀국; 질적 연구; 근거이론
Keywords: COVID-19; Dispatched Worker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 Temporary Return; Qualitative Study; Grounded Theory

Ⅰ. 들어가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개발협력계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호흡기 감염 질환은 가까이 인접해있는 우리나라에도 빠르게 영향을 미쳤고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가 보고된 이래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급속하게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대표 개발협력 무상원조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이하 KOICA)은 2월 초 국내 인력의 해외 전 지역 출장 취소를 권고하였고, 국제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이하 WHO)가 팬데믹(pandemic)1)을 선언한 3월 11일 전후로 해외파견인력들의 귀국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의 위험이 전 세계적으로 고조되고, 개발도상국에 파견된 인력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KOICA는 3월 중순부터 비필수인력2) 을 중심으로 귀국(대피)을 사전에 준비하도록 지시하고, 순차적으로 일시귀국을 진행하였다. 또한, 외부 기관 소속 프로젝트3) 인력에 대해서도 일시귀국 희망 수요조사를 실시, 희망자에 한하여 일시귀국을 진행하였다.4)

KOICA가 제공한 통계5)에 따르면 해외에 파견되어 있던 직·간접 파견인력과 동반가족은 총 2,808명(파견인력: 2,450명, 동반가족: 358명)이고, 그중 2,155명, 즉 76.7%가 코로나19로 인해 일시 혹은 조기 귀국하였다. 이 중 관리인력인 KOICA 직원과 코디네이터는 총 308명 중 54명(17.5%)만이 귀국한 반면, WFK 봉사단·자문단·KMCO·글로벌협력의사는 총 1,763명 중 잔류인원 75명을 제외한 1,688명(95.7%)이 귀국하였다. 파트너 기관 소속의 프로젝트 인력 등 간접 파견인력도 절반 이상(총 310명 중 167명, 53.9%)이 귀국길에 올랐다. 이는 KOICA가 1991년 해외봉사단을 통해 해외에 인력을 최초로 파견한 이래 가장 많은 인원이 동시에 귀국하게 된 전례없는 사건이었다.6)

코로나19로 인한 현지 파견인력의 귀국이 논의되기 시작하던 초기 시점만 하더라도 일시적인 귀국 후 현지 복귀가 예상되었으나, 쉽게 누그러지지 않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 상황으로 파견인력의 국내 체류 상태 역시 장기화되고 있다. 한국으로 귀국한 파견인력들은 자신이 언제 다시 사업지로 복귀할 수 있을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업수행과 개인의 삶의 양 측면에서 발생하는 급작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여야 했을 뿐 아니라, 임시적인 국내 생활의 장기화에 적응해야 하는 이중적 적응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연구는 코로나19로 인해 귀국한 파견인력들의 귀국 과정과 국내에서의 임시적 업무 적응과정을 체계적으로 탐색하는 것을 통해 위기대응의 시사점을 얻고자 실시했다.

전염병 유행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개인의 특성뿐만 아니라, 고용상태와 같은 사회적 요인은 개인의 불안 등 심리적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이동훈 외, 2016: 358). 코로나19의 사회경제적 영향을 다루는 여러 문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은 다양한 고용형태 중에서도 비정규직 등 불완전 고용 상태에 있는 개인에게 더욱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김종진, 2020: 125; 은민수, 2020: 44). 개발협력계에서 프로젝트 계약직과 같은 불안한 고용형태는 개인의 고용 안정성 보장, 개발협력 전문인력 양성, 개별 사업 운영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김은주·이도석, 2019: 104-110; 오민영·백소라, 2019: 27-31). 업계 특성상 기간이 제한된 프로젝트 형태의 사업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프로젝트 단위 계약으로 파견된 인력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현지 사업수행의 어려움을 맞닥뜨리는 동시에, 개인의 고용과 관련된 불안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태에 놓여 있는 해외파견인력, 특히 계약 기간의 제한을 두고 근무지가 해외 현장에 특정된 인력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다.

국내에서 진행된 개발협력인력에 관한 연구는 주로 해외봉사단의 효과성이나 성과관리(구영은 외, 2016; 김복희, 2019; 주성수 외, 2016; 홍문숙 외, 2016), 개발협력 인재 및 전문가 양성 방안(김성인, 2018; 김복희, 2019; 김철희, 2011; 김철희, 2018; 양수경, 2018; 이정욱, 2017; 장지순, 2018; 전승훈, 2012; 최민경, 2008; 황혜신, 2015)과 일자리 창출(김준엽, 2017; 정진호 외, 2016) 등 현황파악과 제도적인 측면에 초점을 둔 연구가 대부분이다. 개발협력계의 장기적 인적자본 형성을 위해서 직업적 동기와 인식의 심리적 차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오단이, 2014), 실제로 활동하는 개발협력인력의 동기나 경험 차원을 다루고 있는 연구는 국제자원활동가를 다룬 탐색적 사례연구(오단이, 2014), 교육개발협력사업에 참여한 교사의 경험에 관한 탐색적 연구(박환보 외, 2016),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의 지속가능성을 다룬 질적 사례 연구(오민영·백소라, 2019) 정도에 그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본 연구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개발협력현장의 대처와 변화를 제도적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개발협력인력의 경험 관점에서 다루어 보고자 한다. 특히 개발협력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동하다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불가피하게 귀국하게 된 해외현장파견인력들이 자신의 일과 삶에 적응하는 과정과 내용을 체계적으로 탐색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파견 후 귀국 인력들의 코로나19 상황의 경험과 인식, 제도 및 시스템에 대한 생각, 코로나19 전후의 직업적 상태와 심리적 변화, 현 상황의 인지와 불안 요소 등을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코로나19 상황 하에서 제도와 소속기관 등 조직의 결정에 다양한 영향을 받는 개인의 경험을 연구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유연한 고용 관계와 조건을 개선함과 동시에(Spurk & Straub, 2020: 4) 위기상황에서의 파견인력 관리와 활용에 시사점을 얻는 것을 연구의 주목적으로 한다.

Ⅱ. 연구방법

1. 연구참여자

본 연구는 개도국 현장에 파견되어 업무를 수행하다 코로나19로 인하여 귀국한 현장파견인력을 대상으로 한다. 개발협력사업의 주체는 개발협력 프로젝트 인력, KOICA나 기타 부처의 행정인력, 봉사단 등 다양하지만, 계약기간이 한정되어 있으며, 경력의 단절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인력을 연구참여자로 선정하였다.7) 연구참여자는 현재 동일 업계에서 일하고 있거나, 파견인력을 관리하는 담당자에게 추천을 받아 섭외하였으며, 파견 국가, 소속기관과 포지션을 다양하게 구성하고자 하였다. 참여자 중 8명은 KOICA의 프로젝트형 사업으로 현지에 파견되어 있었고, KOICA 직접계약으로 파견된 코디네이터 1명, 외교부 프로그램으로 UN에 파견되었던 1명으로 구성되어 총 10명이 연구에 참여했다. 그 중 8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3월 말에서 4월 중순 사이 해외 현장에서 한국으로 귀국하였고, 2명은 그보다 일찍 한국에 휴가차 귀국했다가 현지로 복귀하지 못한 상태에서 인터뷰에 참여했다. 연구대상자 정보는 <표 1>과 같다.

표 1. 연구참여자 정보
No 성별 경력 파견대륙 계약유형10) 및 계약기간 귀국일 재직 상태 비고
1 6∼10년 아시아 간접계약 1년 10개월 계약 3월 말 퇴직 자진 퇴사
2 6∼10년 아프리카 간접계약 1년마다 계약 갱신 2월 말 재직 휴가차 귀국
3 6∼10년 아프리카 간접계약 2년 계약 4월 중순 재직
4 1∼5년 중남미 간접계약 프로젝트 기간 전체 계약 3월 말 재직
5 6∼10년 아시아 간접계약 정규직 1월 말 재직 휴가차 귀국
6 1∼5년 아프리카 간접계약 1년마다 계약 갱신 3월 말 재직
7 1∼5년 아프리카 간접계약 1년마다 계약 갱신 3월 중순 재직
8 1∼5년 아프리카 직접계약 1년+11개월 계약 4월 초 재직
9 1∼5년 아프리카 직접계약 2년 계약 4월 중순 퇴직 계약 만료
10 1∼5년 중동 CIS 간접계약 프로젝트 기간 전체 계약 3월 말 재직
Download Excel Table
2. 자료 수집 및 분석 절차

자료의 수집과 분석은 근거이론(grounded theory)이 제시한 원칙과 절차8)를 따랐다(Corbin & Strauss, 1998). 근거이론은 현상에 대한 개념적인 틀이 명확하지 않고, 특정한 사회현상에 대하여 알려진 사실이 없거나 혹은 기존의 사회현상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얻기 위하여 사용하는 질적연구방법론이다(이동성·김영천, 2012: 1).

본 연구는 현장파견인력들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현장에서 한국으로 귀국을 경험하는 과정과 한국에서의 적응과정, 그리고 그 가운데 벌어지는 현상을 동시에 탐색하고 기록하는 목적을 가진다. 따라서 인터뷰 자료를 해석하는 데 있어, 진술의 맥락과 의미가 생략되거나 과장되지 않고, 연구참여자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현상을 깊이 있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Corbin과 Strauss가 제안한 절차적 방법은 준용하되, 그들이 제안한 분석틀에 제한을 두지 않고9), 원자료를 바탕으로 연구참여자들이 말하고자 하는 심리적 현상과 변화의 속성을 포착하여 원자료의 맥락과 깊이를 살리고자 하였다.

자료 수집을 위한 심층 면접(in-depth interview)은 2020년 7월 1일부터 8월 6일까지 진행되었다. 우선 연구참여자 5명을 대상으로 1차 조사 실시 및 분석을 진행한 후 포화(saturation) 상태에 근접하기 위하여 5명을 추가로 선정하여 면담을 진행하였다. 면담은 일대일 심층 면접의 형태로 진행되었으며, 필요에 따라 연구자 2명이 함께 참여하기도 하였다.

연구자는 연구참여자에게 연구의 목적 및 과정을 간략히 설명한 다음, 연구 참여 동의를 얻었다. 심층 면접에서 진술한 내용은 연구 목적 이외에 사용되지 않을 것이며, 곤란한 질문에 대한 응답 거부 권리에 대해서도 사전 고지하였다. 면접시간은 연구참여자 1인당 50분에서 90분 정도가 소요되었고, 대부분 대면 면접을 진행했으나, 상황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비대면 형식을 취하기도 했다. 면접 진행 시 연구자는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바탕으로 연구참여자가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고, 연구자의 판단에 따라 구체적이고 정확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추가로 질문하였다. 심층 면접의 내용은 연구참여자의 사전 동의를 얻어 개별 녹음 후 녹취록을 작성하였고, 해당 녹취록을 분석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였다.

심층 면접의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현장에서의 귀국 고려 및 결정 시점, 귀국 과정의 경험과 심리적 변화

  2. 귀국 후 개인적 일상과 국내업무 상황에서 직면하는 어려움과 심리적 변화

  3.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개발협력업계의 제도와 시스템, 조직의 평가

자료의 분석과정에는 주 연구자인 국제개발협력학 박사과정생 1인과 사회심리학 박사 1인이 참여하였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두 명의 연구자가 각각 심층 면접 원자료를 여러 번 읽고 유의미한 진술물들을 발췌하거나 메모하여 정리하였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개념과 범주를 도출하는 작업을 실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 간 이견이 있는 경우에는 충분한 논의를 통하여 해석의 합의를 이루고자 하였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개념과 범주를 바탕으로 이론적 틀을 구성하고, 지속적인 자료의 재검토와 보완을 거쳐 심층 면접과 논의를 통해 도출된 개념과 범주, 주제모음과 주제에 대한 근거를 정교화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Ⅲ. 연구 결과

인터뷰 자료를 바탕으로 도출한 개념들은 경험한 시기와 내용에 따라 크게 ‘귀국 과정의 경험’과 ‘임시적 국내업무 상황’으로 나누어 재구성하였다.

1. 귀국 과정의 경험

연구 결과의 첫 번째 부분에서는 파견인력들의 귀국 과정에서 경험했던 내용과 경험을 통하여 느꼈던 감정과 인식, 그리고 본질적 의미에 대해 탐색하였다. 연구참여자의 인터뷰에서 의미 있는 문장과 구를 바탕으로 귀국 과정에서의 경험과 관련한 40개의 주제가 도출, 주제의 특성에 따라 주제를 재분류하여 18개의 주제 모음이 구성되었다. 주제 모음은 ‘귀국가능성 인지단계’, ‘귀국현실화’, ‘귀국의 처리과정’의 3개의 영역으로 범주화하고, 원인이 되는 상황과 결과가 혼재되어 있어 상황적 조건과 결과로 나누어 구조화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도출된 주제, 주제모음, 범주는 <표 2>에 제시하였다.

표 2. 귀국 과정의 경험
범주 주제모음 주제
귀국 가능성 인지 단계 상황적 조건 주변의 코로나19의 발생 소식 - 파견국과 파견 주변국의 코로나19 발생 소식
현지 코로나19 관련 상황 변화 감지 - 파견국의 비상상태 선포
- 국내 이동 금지 조치 시행 감지
- 해외 공여기관 인력 철수 및 KOICA 봉사단원 철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현지 임시 조치의 경험 - 수도로 임시 이동
- 현지에서의 재택근무
결과 귀국가능성을 감지했으나 귀국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 - 현지에서 통제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
- 파견지 영향이 적음
- 크게 심각성을 느끼지 못함
귀국 시 사업수행 차질 발생에 대한 우려 - 업무 공백 우려
- 현장 사업 대책을 세우기에 짧았던 귀국 준비 기간
- 중요한 행사를 앞둔 시점에서 급한 귀국 결정
귀국 이후 계획의 불확실성에 의한 불안 - 현장 복귀 여부 및 시점의 불확실
- 귀국 시 고용계약 조건 유지 불확실 (계약 기간, 급여 등)
대응지침이나 가이드라인에 대한 혼란 - 대응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의 미비
- 귀국 결정 대상의 기준 부재
귀국 현실화 상황적 조건 현지 환경의 급격한 변화 - 급작스런 국경봉쇄
- 인종차별의 경험
기관의 귀국 권고 - 정부기관의 귀국 권고
- 정부 및 발주기관의 지침에 따르고자 하는 소속기관
미귀국시 자신의 안전보장에 대한 불안 - 자신의 안전을 책임질 기관이 없다는 불안
- 개도국 의료시스템에 대한 걱정
결과:귀국 수용 방역 안전 우선 방침에 대한 동의 - 안전에 대한 기관의 안전 지침 수용
- 안전 우선에 대한 동의
귀국결정에 대한 긍정적 의미부여 - 곧 복귀할 것이라는 믿음
- 멈춤과 재정비의 기회로 생각
귀국으로 인한 걱정과 불안 - 귀국 결정이 현지에 미칠 영향 걱정
- 갑작스러운 경험과 귀국
- 귀국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한 우려
귀국의 처리 과정 상황적 조건 (예견되지 않았던 상황)에 대한 가이드라인 미비 - 귀국 과정 및 귀국 후 급여, 업무조정에 대한 가이드라인 미비
-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은 의사결정
(가이드라인 미비 상황에서) 기관 및 관리자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귀국 과정에 대한 수용 및 만족도를 결정 - 발 빠른 대처와 의사결정
- 유연하고 합리적인 상황의 조정
- 인력의 의견 존중(불안한 상황임을 이해하고, 인력의 입장에서 배려)
- 기관의 문제해결의 적극성
결과:평가 안전 최우선 방침에 대한 긍정적 평가 - 안전 최우선을 바탕으로 한 조치
귀국 결정에 대한 아쉬움 - 사업의 운영 차원에서 아쉬운 결정
- 개인적인 아쉬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일관된 지침이 필요함을 느낌 - 발주처의 지침이 필요
-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
Download Excel Table
1) 귀국 가능성 인지 단계

파견인력 스스로 귀국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파견국과 파견 주변국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시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참여자들이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귀국을 예상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프리카, 중남미 등지에서 근무했던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한국에서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기 시작했던 시점(’20년 2월)에도 현지에서 체감하는 위협은 크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파견국과 주변국의 확진자 발생을 시작으로 파견국 국가 차원의 비상상태 선포 및 국내 이동 금지 조치 시행, 다른 해외 공여 기관 인력의 철수와 KOICA의 봉사단 귀국 소식 등은 귀국 가능성에 대한 고려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귀국 이전에도 현장에서 재택근무에 돌입하거나(참여자 6, 7, 8), 비교적 안전망 확보가 용이한 파견국 수도로 이동 명령(참여자 3, 10)이 내려진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결정의 대부분은 현지 확진자 발생 후 하루 이틀 내에 이루어져 당시의 급작스러운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주변국11)까지 왔을 때? 소식을 들렸을 때? 주변국 사무소는 어떻게 하신대요? 대피를 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 이런 이야기를 우스갯소리로 시작하기 시작했어요. 소장님 저희 대피하면 어떡하나요 하면서, 그때는 다들 우스갯소리인데 다들 머릿속으로는 (귀국을) 생각하셨을 거 같아요.” (연구참여자 6)

“급하게 국경폐쇄가 될 것 같으니 바로 수도로 이동해라 해서 야반도주하듯이, 그래서 슬슬 준비하다가 내일모레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날 아침에 비행기표 바꿔서 오후에 가게 된 거에요. 그래서 수도에 가서 격리를 시작하고… 그러는 동안 이동이 금지됐거든요.” (연구참여자 3)

다수의 연구참여자들은 코로나19 확산 초기만 하더라도 귀국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고 진술했다(참여자 3, 4, 7, 8, 10). 그 이유로는 초기에 대규모 유행이 있었던 한국과 비교하여 파견지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적고 전염병의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해, 현지에 머무르면서 충분히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업무수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첫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코로나19가 한창 확산되던 동아시아 지역과 거리상 먼 곳에 위치한 파견지에 파견된 연구참여자(참여자 3, 4, 7, 10)일수록 코로나19 초반 위험의 인지도가 낮은 경향을 보였다.

“오히려 저희는 귀국을 안 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게, 동아시아 쪽이 너무 난리였고, 그때 중남미는 아직 넘어오지 않은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여기에 있는 게 안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4)

“들어오는 게 어떨지 진지하게 고려해보라고 연락이 왔을 때 현지에는 확진자가 없으니까 무슨 일이 있겠냐고, 굳이 돌아와야 할 것 같으면 한국이 더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연구참여자 3)

귀국이 아직 현실화되진 않았지만 귀국 가능성을 감지하는 이 단계에서, 대부분의 파견인력은 귀국에 대해 다소 방어적인 심리 상태를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귀국 시 현지 공백에 의한 업무 차질 발생 등 사업 운영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귀국 후 재복귀 시점이나 계약 및 급여 등 고용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감이 높았다.

“락다운이 된다고 하더라도 현지에서는 사업이 돌아갈 확률이 큰데, 모니터링 인력이 없는 상태에서 사업이 돌아가고 나서 3∼4개월 지나고 나서 한꺼번에 수습하려고 한다면 너무 힘들 것 같은 거예요. 현지에 남았다면 어떻게 해서든 계속 팔로우업 했을 것이고, 나오게 되더라도 대책이라도 만들어 놓고 싶었어요. … (귀국 시점에서 가장 들어오기 싫었던 이유는) 무기한 대기하는 거였어요. 사실 그 상황이 언제 풀릴지 모르는 상황이고, 제가 소속기관을 그만두지 않고 남았다면 계속 어영부영한 상태로 대기인 거죠. 일도 안 하면서, 그게 너무 싫었어요.” (연구참여자 1)

“우리가 몇 주 후에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알면 그 공백 동안에는 이런 걸 하고 그 다음엔 뭘 하면 되겠다… 이런 계획을 세울 수 있었을 텐데. … 회사의 입장은 당연히 현장으로 돌아갈 거라는 것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것조차 되게 불확실하다고 생각했어요.” (연구참여자 3)

“가장 먼저 걱정되는 부분은 경제적인 부분이었고요, 왜냐하면 저희가 고용계약이 아니잖아요, 근로자로서 보장받을 수 있는 것들을 하나도 받지 못하는 상태에요. 일을 하지 않으면 급여를 받을 수 없고… 그리고 한국을 오게 되면 급여가 통으로 날라가는… 그런 거에 대한 대책이 아무것도 없었죠.” (연구참여자 4)12)

이러한 상황에서 연구참여자들은 정부 혹은 소속기관이 귀국 여부나 대응책에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를 기대했으나, 해당 지침 또한 구체적이거나 명확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었다(참여자 3, 4, 8, 9, 10). 연구참여자들은 코로나19의 확산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기 때문에 혼란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했지만, 귀국 시점과 귀국 후 대응 과정에서 지침과 가이드라인의 미비, 일관되지 않은 기준과 의사결정에 대해 답답함을 진술하였다.

“발주기관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명확하게 뭔가를 제시해주지 않는. 예를 들어서 한국 귀국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계속 대기 상태였어요. 가네 마네부터가 결정이 안 됐었고 가는 인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며 왜 가는지, 갔을 때 그 후에 어떻게 관리를 할 것인지 이런 것들이요.” (연구참여자 4)

“굳이 돌아와야 할 것 같으면 한국이 더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고. 꼭 돌아가야 하나 하고 있었죠. 3월에 코이카 본부에서 적극적으로 생각해 보라고 연락이 왔을 때도 코이카사무소나 대사관에서도 봉사단들은 귀국하지만 사업 관련 파견인력들은 잔류했으면 좋겠다고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거는 사무소에서 본부로 의견을 전달했다는데 본부 입장에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연구참여자 3)

2) 귀국 현실화 단계

연구참여자들이 귀국 가능성을 인지하는 시점부터 귀국 결정이 현실화되기까지 짧게는 반나절에서 길게는 일주일 정도의 상당히 짧은 기간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급작스러운 의사결정의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세13)와 파견국 내 확진자 발생에 따른 현지 정부의 국경봉쇄 등 강경 조치 결정이 있었다. 국가 차원의 비상상태 선포나 국내 이동 금지 조치 결정이 현지 사업의 일시적인 중단 가능성을 고려하는 차원이었다면 파견국의 국경봉쇄 결정은 파견인력의 안전과 거취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는 사건으로 이들의 귀국 결정에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참여자 3, 6). 한편, 파견국의 확진자 발생과 더불어 코로나19에 대한 정보가 확산되면서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가 증가한 것도 귀국 결정을 수용하는데 주요하게 영향을 미친 현지 환경의 변화요인 중 하나인 것으로 나타났다(참여자 3, 6, 9).

“갑자기 국경봉쇄가 되어서 한 시간인가 두 시간 만에 귀국 결정을 했어요. 지금 나가냐 아니면 남느냐, 그리고 귀국하는 것으로 결정을 하고 여권이랑 백팩만 들고 나왔어요.” (연구참여자 6)

“파견국도 인종차별이나 아시아인을 차별한다고 하지만 크게 실감하진 못했는데, 나중에 떠나오기 직전에는 조금 무서웠어요. 나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느낀 상황이 많았고, 길이 통제되고 경제 활동을 못하게 되면서 제가 식료품을 사러 텅텅 빈 길을 지나가는 데 어떤 사람이 막 삿대질을 하면서 소리를 치는 거에요. 근데 코로나라는 말밖에 안 들렸어요.” (연구참여자 9)

이와 동시에 KOICA 등 정부기관 및 소속기관과 본격적인 귀국 논의가 시작되었다. 프로젝트 파견인력(간접계약인력)의 귀국 결정에 대한 KOICA의 기본 방침은 귀국을 권고하되, 최종결정은 현지 상황의 고려와 소속기관의 종합적인 판단에 맡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수의 연구참여자들은 귀국 논의 과정에서 개인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참여자 3, 4, 5, 7, 10). 이 과정에서 현장의 판단을 배제한 채 수동적으로 KOICA의 권고 지침에 따르고자 하는 소속기관에 대한 답답함을 보고하는 경우도 있었다(참여자 1, 3, 4).

또한, 이 과정에서 다수의 연구참여자들은 개인의 의지로 잔류하게 될 경우, 자신의 안전보장에 대한 불안을 느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참여자 1, 4, 9). 특히 KOICA 간접계약 형태로 파견된 프로젝트 인력은 현지에서 보호의 우선순위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이 있었고, 더불어 개도국 현지의 불안정한 의료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귀국을 고려하게 되는 요인 중 하나로 나타났다.

“사실 저희는 (귀국을) 거의 통보받은 거였거든요. 논의도 아니었고, 사무소 측에서는 강력권고, 말은 권곤데 안가면 지침에 어긋나는 것 같은. … (소속)기관에서 대응할 걸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목소리를 못 내주더라고요. 내건 내가 챙겨야 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연구참여자 4)

“저는 못 들어가겠다 하고, 근데 (소속)기관 입장에서는 우리가 너의 안전을 담보해줄 수 없다, 코이카 소속이야 문제가 생기더라도 외교부가 있고, 어찌됐든 챙기겠지만 너까지 챙겨주진 않을 거다, 네가 남으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을 하는데, 저는 버틸 재간이 없었던 거죠.” (연구참여자 1)

“그때는 귀국 생각이 조금씩 들었죠. 개도국이고 의료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잡혀있는 곳이라고 할 순 없잖아요. 코로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응을 어떻게 해줄 것인가에 대한 걱정?” (연구참여자 4)

그러나 몇 가지 절차적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에서 KOICA 등 정부기관 및 소속기관이 내세운 ‘안전우선’이라는 대응 원칙에는 연구참여자 대부분이 동의했고(참여자 4, 6, 7, 8, 10), 이것이 귀국 결정을 수용하게 된 핵심적 요인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현지에 남아 일하고 싶다고 (파견국 코이카사무소) 소장님께 말씀드렸는데, 소장님이 안전에 대해서 되게 민감하게 생각하셨어요. (코이카) 본부에서 파견인력을 최소화하라는 지침이 내려오기도 했고요.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태였고, 국경폐쇄나 경제적으로 조치가 취해지니까 폭동같은 것들을 우려하시더라고요.”(연구참여자 8)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대처를 하려고 했다고 해석을 하자면 그런 안전성에 있어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고요.”(연구참여자 4)

“코이카 결정도 코로나 걸릴까봐가 아니라, 아시아 혐오 이런 것 때문에 납득이 가더라고요.” (연구참여자 7)

귀국 결정을 어느 정도 수용한 단계에서는 귀국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부여를 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다수의 연구참여자들은 이른 시일 내에 복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자기 자신과 사업의 재정비 기회로 생각하기로 했다고 보고했다(참여자 3, 6, 7, 10).

“걱정되는 것보다는 이번에 들어가서 정리도 좀 하고 사업적으로도 달려왔으니까 조금 재정비해서 다시 들어가자 이런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이렇게 될지는 정말 몰랐어요.” (연구참여자 10)

귀국이 현실화되자, 귀국 과정에 대한이 구체화되기도 했다. 특히 다수의 참여자들이 출입국 과정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노출과 국경폐쇄 및 한국 입국 거부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진술했다(참여자 6, 8, 9).

“한국으로 귀국하는 길에 코로나 감염이 될 수도 있으니까 이게 부모님께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게 좀 우려했던 부분이었어요.” (연구참여자 8)

“또 그 시점이 한국 사람들이 해외에서 오는 한국인들 못 오게 청원도 올리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국 가더라도 입국 거절당하면 어쩌지? 하는 무서운 생각도 들어서.” (연구참여자 9)

한편, 몇몇 연구참여자들은 자신들의 귀국이 오히려 현지의 동료들을 불안하게 하거나, 그들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이는 비교적 개도국 현장에서 사업을 경험한 기간이 길었던 3번, 6번의 연구참여자에게서 주로 보고되었다.

“우리는 떠나는데 현지에서는 아직도 코로나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들을 불안에 떨게 하거나 그럴까 봐 걱정되는 게 컸죠.” (연구참여자 3)

“현지스태프들 어떡해, 우리랑 일하는 걸로 생계를 꾸려가는데 어떡하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급여를 줄 수 있는 것들을 먼저 주고 오자고. … 모든 게 갑작스럽고, 저희가 같이 사업을 하겠다고 해놓고 저희만 빠져나오게 되니까, 너무 죄송하더라고요. 같이 일하던 현지 직원분들께도요.” (연구참여자 6)

3) 귀국의 처리 과정

귀국 여부를 결정한 이후에 파견인력과 그들의 소속기관, 그리고 프로젝트 발주기관인 KOICA는 귀국절차에 따르는 제반 비용에 대한 처리, 귀국 이후의 사업 추진내용과 방식, 근무공간, 급여, 휴가 및 복지 등 고용조건 등 더 많은 세부적인 사항들에 대한 논의와 의사결정의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대규모 귀국은 짧은 기간 내 이루어진 결정이었을 뿐 아니라, 귀국에 따르는 인력관리 지침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후속 처리와 의사결정에 많은 혼란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혼란은 특히 KOICA 국별협력사업과 같이 KOICA가 제시하는 전문가 급여구조14)를 가지고 있는 사업에 참여한 연구참여자들로부터 주로 보고되었다(참여자 3, 10). 급작스럽게 발생한 상황이기 때문에 제반 비용 및 급여 지급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지만, 사전에 구체적으로 협의가 되었다면 덜 혼란스러웠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프로젝트 참여 인력인 일부 연구참여자들은 프로젝트 발주기관과 소속기관이 서로 의사결정을 미루는 등 의사결정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데서 오는 혼란을 보고하기도 하였다(참여자 4, 6).

“한국에 들어와서 자가격리를 해야 하잖아요, 그 비용이 지원이 안 돼서, 코이카 사무소에 여쭤봤을 때 본부랑도 이야기하고 그랬는데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기관 대표님도 코이카 규정상 안 되면 안 되는 거다는 입장이셨고요… 그리고 저희가 자가격리 동안 임금을 하나도 받지 못했어요. 그 기간뿐만 아니라, 코이카와 재협상할 때까지 급여가 없었어요. … (급여가) 미리 협의가 됐다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어요. 코로나 상태이고… 그런데 사전에 그런 설명 없이 급여가 그렇게 들어오니까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그리고 저희는 어쨌든 현장에서 사업이 계속 돌아가니까 이메일에 대한 팔로우업을 했고 근무태세로 있었는데, 만약 계약에 포함되지 않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으면 쉬면서 책이나 볼 수 있었을 텐데.” (연구참여자 3)

“갑자기 수도로 가게 되면서 발생하는 숙박비는 지원해줄 거라고 현장에서 말씀하셔서 갔는데, 그래도 죄송해서 싼 호텔을 알아보고 들어갔어요. 근데 나중에 지원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왜 안되냐고 하니까 규정이 없대요.” (연구참여자 10)

“사실 저도 일을 하면서 이 구조가 매우 안 좋은 구조라는 걸 파악하고 있는 상황인데, 코이카에서는 책임소재랄까 그런 걸 용역사에 넘기는 것 같고 소속기관(용역기관)은 이런 것들은 코이카의 지침과 규정을 따라야 한다 이렇게 양쪽에서 나는 어느 쪽에 소속이 되어 있는가에 대한 생각이…” (연구참여자 4)

그러나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연구참여자들은 가이드라인의 미비나 의사결정의 혼란 그 자체를 문제로 삼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참여자 대부분 코로나19 상황은 누구도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긴급상황임을 인식하고 있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KOICA와 소속기관의 빠른 대처와 결정이 그 당시로서는 최선일 수밖에 없었음을 공감했기 때문이다. 또한, 다수의 참여자들은 귀국을 결정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현지 대사관, KOICA 사무소, 소속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을 경험하며, 국가와 소속기관에 소속감을 느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코로나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데서 그거에 비하면 너무너무나 적절하게 대응을 했다고 생각해요.” (연구참여자 6)

“특별기를 타고 왔어야 했는데 그 부분을 매끄럽게 해주셨고, 감사했던 게 공항에서 떠날 때 대사님이 직접 나와 배웅해 주셔서 되게 소속감을 느끼고 그랬어요.”(연구참여자 3)

“경유지에서도 저희가 안 나가기도 했었고 정말 호텔에서만 있었는데, 그거랑 관련해서도 (파견국 코이카사무소) 부소장님이 계속 괜찮냐고 팔로우업해 주시고… 그런 거는 좋았어요.” (연구참여자 4)

이러한 상황에서 명확한 귀국 가이드라인의 제공 여부보다는 기관 및 관리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원활했는지가 연구참여자의 귀국 결정 수용과 귀국 후 만족도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기관의 담당자가 자신이 놓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려 노력하고, 의견을 경청했다고 인식하면서,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상황을 조정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할수록 귀국 상황을 수용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참여자 3, 6, 8). 반면, 귀국 처리 과정에서 기관이 상황조정에 소극적이거나 파견인력의 불안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대처를 한 경우 이에 대한 커다란 아쉬움을 보고했다(참여자 4, 9).

- 긍정

“떠나기 전까지 효율적으로 대처를 해줬다는 차원이기보다는 모두 불확실했고, 그러니까 체계적으로 대처를 해준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되게 성심성의껏 대처를 해주기는 했어요.” (연구참여자 3)

“저는 설득이 잘 된 거 같아요. 소장님은 사무소를 책임지고 있으신 분이고, 제가 돌아가지 않아서 확진이 되고 문제 상황이 생겼을 때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니까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맞는 거라 생각한 거 같아요. 처음에 제가 들어가기 싫어서 말씀드렸을 때 그게 받아들여져서 있을 수 있었고, 두 번째로 (귀국에 대해) 제안하셨을 때는 그럼 좀 정리를 해놓고 잠깐 들어와야겠다고 생각한 거 같아요.” (연구참여자 8)

“사실 봉쇄된다는 거에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그렇지만 (파견국 코이카사무소 소장님은) 굉장히 많은 경험이 있으시니까 저를 안심시켜 주시고 이해해 주시고 케어해 주셨죠.” (연구참여자 6)

- 부정

“소속기관에서 대응할 걸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목소리를 못내주더라고요. 내건 내가 챙겨야 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연구참여자 4)

“(귀국 항공권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대표란 사람이 일단 파견국을 떠나고 주변국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티켓을 찾아라… 이런 식으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정말 울컥 해가지고, … 불확실하고 불안한 상황에서 그런 리더십 대처 같은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연구참여자 9)

본 연구를 위한 자료 수집은 귀국 완료 후 3개월에서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루어졌는데, 이미 귀국이 완료된 상황에서 귀국 결정과 과정에 대한 사후적 평가는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혼재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안전 최우선 방침과 그에 따른 조치는 대부분이 수용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였지만, 사업 운영 차원이나 개인적 삶 등 구체적 맥락에서는 다소 아쉬운 결정이었다는 양가적인 평가를 하는 참여자가 다수였다. 또한, 이번 사태와 같이 예견되지 않은 긴급한 상황에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사업수행기관과 현장의 사정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있어 좀 더 자유롭게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분위기를 우선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엔 확률 싸움인 거 같은데, 내가 걸릴 확률, 내가 걸려서 사망할 확률, 그게 생각해보면 그렇게 크지 않은데 이 조금의 확률 때문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는 거죠. 이건 리스크긴 한데, 제가 느끼는 대응보다 훨씬 과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했어야 한다고는 생각하는데, 굳이 뭐 들어오지 않고 사업을 할 수 있었겠죠. 거기에 있으면서 최대한 안전수칙을 지키면서 리스크를 줄여서 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조금의 확률 때문에 너무 많은 영향이 미쳐지고 있는 지금 상태가 조금… 근데 코이카는 준정부기관이니까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좀 아쉽죠.” (연구참여자 2)

“의사결정 시 주체가 코이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당시 나라마다 상황이 달라서 그랬다고 생각이 들긴 해요…. 모든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가이드나 지침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구요, 다만 중요한 건 제가 속한 기관이든 코이카든 이 상황을 이해해 주시는 거, 제가 눈치를 보지 않고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연구참여자 6)

2. 임시적 국내업무의 적응과정

연구 결과의 두 번째 부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하여 한국으로 귀국한 뒤 귀국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를 ‘임시적 상황’으로 정의하고 연구참여자들이 현재의 개인적인 일상과 업무에서의 경험, 그리고 이 경험과 관련된 영향과 생각 등을 탐색함으로써 임시적 상황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연구참여자의 인터뷰에서 유의미한 문장이나 구를 추출하여 임시적 국내업무의 적응과정과 관련한 26개의 주제가 도출되었고, 주제의 특성에 따라 주제를 재분류하여 11개의 주제모음이 구성되었다. 주제모음은 ‘임시적 국내업무’와 ‘예기치 못한 장기화 상황’의 2개의 영역으로 범주화하고 이를 상황적 조건과 결과로 나누어 재구조화하였다. 이 과정을 통하여 도출된 주제, 주제모음, 범주는 <표 3>에 제시하였다.

표 3. 임시적 국내업무의 적응과정
범주 주제모음 주제
임시적 국내업무 상황적 조건 (국내근무에서 현지사업을 수행하는) 이중적 상황에 따르는 업무과중 - 이중적 상황에 따른 업무 과중
-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 붕괴
원격/비대면으로 인한 제한적 커뮤니케이션 - 대면 상황 대비 충분한 정보와 의견 공유의 어려움
- 정보 부족으로 인한 중요한 의사결정 지연
- 결정 사항의 현장 전달 및 적용 시간의 지연
이중적 상황에서 오는 업무 역할 혼란 - 사업 및 조직에서의 소외감
- 국내에서 현지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데서 오는 역할 혼란
- 역할에 대한 다른 시선과 이해에 따른 기분 나쁨
결과 이중적 상황에서 가중되는 부담감 - 임시적 환경에서 프로젝트 추진 지속에 대한 압박
- 이중메시지에 대한 불만
사업추진의 다양한 방법 시도 및 신뢰의 확인 - 변화를 받아들이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
- 현지 인력들이 주체적으로 사업 수행할 가능성을 확인
해외파견직의 특성상 제한되었던 경험의 확대 - 유사업무를 하는 동료와의 업무 경험
- 국내 조직의 시스템 이해
- 자기계발 및 가족과의 시간
예상하지 못한 장기화 상황 상황적 조건 기약을 할 수 없는 현장 복귀 시점 -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현장복귀의 시점의 지연
- 현장 복귀 결정이 지속적으로 미루어지는 것을 경험
- 현장 복귀의 불확실에서 파급된 다양한 불확실성과 불안
코로나19로 인한 업계 변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 -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 변화에 따른 어려움
- 새로운 업계의 변화에 대한 대비 및 적응
결과 불확실한 상황에 기인한 부정적 인식과 정서 - 기관/업계에 대처에 대한 아쉬움
- 개인의 부정적 감정 경험
현 상황에 대한 적응 노력 - 통제 노력(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노력)
-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일과 향후 대응을 위한 준비
커리어에 대한 생각과 고민 심화 - 커리어와 업무에 대한 진지한 고민
- 비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개인 역량 강화 욕구
Download Excel Table
1) 임시적 국내업무의 경험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들은 귀국 이후에도 국내에서 사업을 계속 수행했다. 귀국 결정으로 인해 파견인력의 장소적 위치는 해외 사업 현장에서 국내로 바뀌었지만, 본인이 담당한 사업은 부분적으로 변경되어 중단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계약 만료 등의 이유로 퇴직을 한 2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력은 사업 수행인력의 역할을 지속하고 있었다. 귀국한 파견인력들은 국내에서 소속기관 사무실에 매일 출근하거나 재택을 기본으로 하되, 필요시에만 출근하는 형태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은 국내에 머무르며 해외 현지 사업을 수행하는 이중적 상황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어려움을 보고했다. 다수의 참여자들은 현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투여하는 시간과 노력의 증가(참여자 4, 8, 9, 10), 국내에서 업무를 진행함으로써 발생하는 현지 사업수행 역할 외 추가 업무 요구(참여자 10) 등 과중한 업무 상황에 놓여 있음을 보고했다. 더불어 재택근무가 보편화되고 현지와의 시차에 의해 근무 외 시간 업무가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는 등 현지에 있을 때보다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을 맞추기 힘들다는 사례도 있었다(참여자 4, 8, 9, 10).

“지금의 일은 소통 채널이 너무 다양하고, 현지에서 했던 일이 100이라고 하면 지금은 거의 150을 하고 있는 거죠. … (현지시간에 맞게) 근무시간을 조정해 주겠다고 하긴 했는데, 그럼 제 생활이 없어지거든요. … 사실 한국에 없었으면 제가 관여하지 않아도 될 일도 하게 되는 부분도 없진 않죠.” (연구참여자 10)

“불편했던 것은 시차… 재택근무를 하면서 온라인 미팅을 참여해야 했는데, 뉴욕시간으로 열리니까 완전 새벽이나 밤이거나… 사무소에서도 스탭 미팅을 하겠다고 하면 현지시간으로 오후에 하니까 (한국은) 이미 밤이고 해서 시간상으로 불편함을 겪었어요.” (연구참여자 9)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원격으로 이루어지는 현지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현지에서 이루어졌던 대면 의사소통에 비해 충분한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 어렵고(참여자 5, 7, 8, 10), 사업에 필요한 의사결정이 지연되었으며(참여자 2, 5, 6), 결정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결정 사항을 현장으로 전달하거나 그 내용을 적용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이전에 비해 오래 걸렸다(참여자 7, 8). 결과적으로 현지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투여하는 시간과 노력은 증가했지만, 이의 효과성과 효율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요), 온라인으로 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굉장히 저희 범위가 줄어들게 되죠.” (연구참여자 5)

“업무적으로는 현지에서 현지인들이랑 직접 만나서 일을 하지 않으면 화상 전화나 이런 건 한계가 있더라구요. 바로 옆에 있지 않으면 자료를 얻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서요.” (연구참여자 7)

“한국에 있어서 못하는 업무가 많다고 생각하는 게, 현장에 가서 사업장 상황도 체크하고 현장의 이해관계자들을 매일매일 만나는 부분을 거의 못하고 메신저로만 할 수 있으니까 자세한 부분들을 협의하지 못하는 것, 저희가 혼자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의사를 공유하고 교류하는 게 어려워 업무가 진행되지 않는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6)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젤 큰 것 같아요. 직접 얼굴 보고 하는 거랑 통화나 글로 하는 건 큰 차이가 있어요. … 원격업무를 진행하고 있긴 한데 현지 상황에 바로 적용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그게 걱정이긴 하죠.”(연구참여자 8)

한편, 국내에서의 현지 사업수행이라는 이중적 상황에서 업무 역할의 혼란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들은 귀국 후에도 현지 사업수행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느라 업무 과중을 느끼고 있었지만 동시에 현지 사업수행에 있어서도 국내 근무에 있어서도 자신의 업무 역할이 불완전하다고 느꼈다. 가령, 일부 연구참여자의 경우 본인들의 물리적 공간이 현지에서 국내로 바뀐 이후로 현지와 업무를 진행할 때 ‘소외감’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본인들은 현장에서 나왔지만 사업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의 주요과정에 본인들의 역할이 생략되거나 간과되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이다. 이러한 인식과 감정은 특히 개발협력사업 중 현지에 사업수행기관이 별도로 있고, 프로젝트관리사업(PM)의 형태로 파견된 경우의 참여자들에게서 주로 나타났다(참여자 3, 7).

“소외감을 느껴요, 수행기관이 현지 정부이다 보니까 저희가 딱히 관여하지 않아도 사업이 안 돌아가는 건 아니에요, 현지에서 다 결정하니까 저희는 메일 참조로 알게 되고요, 그래서 소외감을 느끼는데 그것까지는 괜찮아, 우리의 어떤 메인 역할이 있고 문서상으로도 역할을 드러낼 수 있으니까. 근데 저희 현장에선 되게 냉정해요. (현장에서 빠진) 우리가 영향력이 없다는 걸 아니까 뭘 요청해도 자료가 안 오고 협조가 안 돼요.” (연구참여자 3)

“사업이 어쨌든 중단되지 않고 진행되고 있는데, 저희 팀만 나와 있고… 저희의 임무는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점검하는 역할도 있는데, 저희 손을 떠난 채로 그냥 흘러가는 거죠.” (연구참여자 7)

“(한국) 사무실에 왔는데 저희가 되게 손님같은 느낌인 거에요. 내 집이 아니고, ‘현장 전문인력이 잘 알 테니까 알아서 (사업을) 진행해 주세요’ 하니까 사무실에서도 소외되는 느낌이 들고, 근데 또 현장에서도 소외됐어, 되게 낙동강 오리알 같은?” (연구참여자 3)

한편, 몇몇 참여자들은 현지파견인력이라는 계약조건과 정체성을 가지고, 국내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자신들의 역할에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참여자 4, 10). 이와 더불어 발주기관과 소속기관 등 국내의 관리자 및 동료들이 현재 자신이 느끼는 역할 혼란과 업무 과중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서운함과 불편함, 그에 따라 합리적으로 업무 조건을 협상하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참여자 3, 10).

“제가 하고 있는 일이 내가 해야 할 일이 맞는 것인가에 관한 생각은 계속해요. 현장에 제가 있고 직접 지원을 할 수 있는 상황에 있어야 할 것 같은.” (연구참여자 4)

“현지사무소에서는 저희가 빨리 왔으면 하는 입장이었지만, (코이카) 본부 입장은 사무소랑 또 달라요. 한국에 왔는데 근무 일수가 왜 이렇게 많은지, 이만큼의 일이 필요한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거죠. 본부의 역할이긴 하겠지만… 그래서 인력 국내 투입에 대해 협상을 계속하면서 기분 나쁘기 싫고, 자존심도 상하고…” (연구참여자 3)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들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사업추진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압박과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일부 연구참여자는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되어야 하지만, 파견인력이 현장으로 복귀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발주기관과 소속기관의 방침이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국내 근무의 장점과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 역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사업추진과 관련하여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사업을 재정비하는 노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참여자 2, 5, 6).

“사실 이게 용역이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수행자로서는 사업이 늘어지게 되면 결국 성과에 다 반영이 되는 거잖아요. 다들 업무는 더블로 하고 계실거에요. 사업을 돌아가게 해야 하니까.” (연구참여자 4)

“사업은 해야 하는데 위험하니까 못 들어간다고 하면서 사업은 진행되어야 한다고 하니 그 부분이 제가 젤 힘든 부분인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10)

“처음에는 한두 달이겠지 하고 한두 달만 밀리면 되겠지 하다가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냐면, 아예 올해 내가 못 들어갈 수도 있는 걸 가정하고 사업변경을 생각하고 있어요. 못 들어가면 관리를 못 하니까 최대한 단순화시켜서 해야겠다 하고요. 물론 직원들도 역량이 있지만, 제한적인 부분이 있고 건축이나 배분 사업만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있어요. … 한국에 들어왔으니까 한국에서의 네트워크나 반기보고, 지속사업 제안, 내부설득 같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2)

“비대면 방식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되지 않는 요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쯤 되니까 될 수 있는 게 있을 거야 하고 하나씩 검토하고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없진 않다고 생각해요.” (연구참여자 6)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현지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불가피한 원격업무를 수행하면서 현지 조직과 인력들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확인한 사례도 있었다. 동일한 현지 동료와 장기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5번과 6번 연구참여자의 경험에서 주로 발견되었으며, 다른 사례들과 비교하여 연구참여자와 현지 동료 간의 유대감과 신뢰감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막연한 불안이 있지만 그래도 좀 의연하게 우리 같이 다른 방법을 찾자고 하는… 그런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어서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5)

“현지에서 법적으로 승인받을 것들이 있었는데 실제로 저희가 대피 나온 후에 현지에서 계속 검토하셔서 실제로 승인을 받았어요. 덕분에 굉장히 안정적인 기반에서 운영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 현지 분들이 모든 활동을 자체적으로 하실 수 있다고 저는 믿고 있어요.” (연구참여자 6)

한편, 예기치 못한 국내업무가 직업 및 개인적 삶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또한 보고되었다. 먼저 직업적 측면에서는 국내업무의 여파로 그동안 해외파견직의 특성상 제한되었던 업무의 경험이 확대되는 양상이 발견되었다. 대개 프로젝트 사업의 경우 해외파견인력 1∼2인 내외가 프로젝트 계약으로 1∼3년 정도의 현장에 파견되어 상근으로 근무하고, 필요에 따라 국내 프로젝트팀이 출장형태로 현장 방문을 진행한다. 일부 연구참여자들은 계획에 없던 국내 근무 경험을 통하여, 소속기관 등 국내 조직 시스템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되거나, 자신과 유사한 업무를 하는 동료들을 관찰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응답했다(참여자 2, 6). 그뿐만 아니라 급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잠시 벗어나 자기계발과 쉼의 여유를 일시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참여자 4, 6, 7),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점(참여자 2, 4)도 코로나19 상황에서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진술하였다.

“현지에 있을 때는 혼자서 일을 하거든요. 그래서 다른 동료분들과 일을 할 기회가 없었어요. 제 또래의, 이 분야의 사람들과 일을 해본 경험이 없었는데 같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개인적으로 못 쉬었는데 한국 와서 쉬어보기도 하고.” (연구참여자 6)

“저 같은 경우는 업무적으로도 본부에 다시 오니까 시스템도 다시 이해하고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긍정적인 면은 가족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거요.” (연구참여자 2)

“일단은 코로나로 인해서 현장에 있을 때보다는 덜 바쁜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이거 활용해서 영어 공부도 하고 그래요.” (연구참여자 7)

2) 예상치 못한 장기화 상황

본 연구를 위한 인터뷰는 파견인력의 국내 복귀 후 3∼5개월이 지난 시점에 실시되었으며, 대부분은 복귀 시점이 잠정적으로 미정인 상태였다. 귀국한 파견인력의 대부분은 귀국 시점에서 임시귀국 후 1∼3개월 이내, 최소 상반기 내에는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지속적 확산세로 현장 복귀시점이 예상치 않게 지연되고, 복귀 시점의 결정 또한 지속적으로 미루어지면서 향후 계획이 불투명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저는 한 3개월 생각했어요, 최대로. 6월이면 돌아갈 수 있겠지? 그래서 집 정리도 안 하고 왔구요.” (연구참여자 4)

“2월 말에 한국에서 (코로나19가) 막 확산되고 있을 때였는데, 얼마나 확산되고 그럴지는 모르지만, 못 돌아갈 거라고 생각은 못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계속 심해지니까 못 돌아갈 수도 있겠다 했던 것 같구요. 들어갈 수 있는 날이 한달 한달씩 밀리고 있는데, 지금도 8월엔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고, 올해 못 들어가겠다는 마음도 있죠.” (연구참여자 2)

“(휴가로 왔다가) 복귀하기 전에 이런 상황이 메일로 계속 오는데 어떤 식으로 조치해야 하냐고 확인해보니 일단은 복귀하지 말고 기다려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본부랑 이야기해보고 알려주겠다고… 사무소에서 이야기하다가 다음 주, 또 다음 주 하다가 4월쯤 잠정 미정이 되었을 거예요.” (연구참여자 5)

현장 복귀에 대한 불확실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사업의 추진뿐만 아니라, 파견인력 개인의 삶과 커리어 관리의 불확실성 역시 커졌다. 연구참여자들은 현장에 파견되기 전부터 세워두었던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걱정과 막막함을 진술했다(참여자 4, 6, 7, 8, 10). 또한, 현장 복귀의 지연은 계약 기간 내 고용 보장과 급여문제, 재계약 문제 등 또 다른 불확실성을 양산했다. 종합하면 현장 복귀 여부 및 시점의 불확실성은 현재 상황뿐 아니라, 개인의 미래계획 수립에도 영향을 미쳐 연구참여자 대부분은 이러한 유보적 상황에서의 불안과 답답함을 호소했다.

“파견하면서 했던 생각이나 일정, 이것을 위해 이루고자 했던 목표들이 있었고, 그걸 바탕으로 선택해서 온 건데 그것들이 다 변할 수 있으니까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불안하기도 하고 어쨌든 한국이 안전한 건 확실한데 제가 계획했던 일정들이랑은 반하는 모습이고, 언제 나아질지 모르니까 그거에 대한 걱정이 컸던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8)

“계약 기간인 2년간은 보장을 해줘야 제가 받기로 한 금액을 받을 수 있는데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거죠. 3개월, 6개월은 괜찮다 싶은데 계속 이렇게 늘어지면 저도 나이는 먹고… 어떻게 할지 모르겠는 거죠. 다시 계약을 한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근무해야 한다면 좀 막막할 것 같긴 해요.” (연구참여자 7)

“코로나도 짜증이 나는데 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게 정말 힘든 것 같아요. 차라리 코이카에서 올해 아예 못 들어간다고 했으면 제가 올해는 여기에 있을 거니까 집이라도 구해놓을 수 있었을 텐데… 한 달 한 달 늘어나니까 이제 집을 진짜 구해야 되나? 이렇게 되는 거예요. 이게 언제까지라고 명확하게 정해져 있으면 계획을 세울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는 게 스트레스가 컸던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2)

“지금 있는 이 공간도 일시적인 공간이고 언젠가 떠나야 하는데, 그 떠나는 시간도 모르는 거잖아요. 일이 많으면 버티면 되는 거고, 그런데 지금 제 신변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게 젤 불안한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10)

예상치 못한 상황 장기화에 따라 파급되는 상황들을 경험하면서 연구참여자 대부분은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정서를 경험하고 있었다. 특히 소속기관과 업계의 대처에 대해 아쉬움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주로 대응책 미비, 파견인력의 국내 적응에 대한 무관심, 개인의 상황이 고려되지 않은 제도와 방침 등에 기인했다(참여자 2, 4, 10). 이러한 상황에서 파견인력들은 주로 상황에 대한 분노, 답답함, 불안감, 스트레스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고 있었지만(참여자 2, 3, 4, 5, 10), 상황의 어쩔 수 없음에 대한 수용이나 체념의 정서를 보이기도 했다.

“대책은 아무것도 없이 다 불러놓고 그냥 이 자체가 위험하니까 다 귀국시켜놓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할지는 이제 생각해보고 준비하고 있는 상태인 거죠. … 경제적으로 힘들지 알면서도 복귀하는 건 안 된다고, 좀 더 기다려보자고 하는데 그게 기약이 없잖아요. 정말 힘들었죠. … 사업은 돌아가야 하고 한 사람의 경제적 손실 같은 건 전혀 고려하지 않으니까. 일을 하는 사람들의 복지도 생각해야 하는 거잖아요.” (연구참여자 10)

“(소속기관에 대해) 선제적이라는 느낌은 안 드는 것 같아요. 이 상황을 선제적으로 받아들이고 대안을 이야기한다기보다는 뭔가 발생하면 따라가는 느낌? … 사실 누군가가 이렇게 물어봐 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렇게 코로나로 한국에 오게 됐는데 어렵지 않냐고, 주변에서 어떤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냐고. 개인적으로는 물어보지만 기관 차원에서는 물어보지 않거든요. 그걸 제도화시키거나 실질적인 지원을 한다거나 그런 게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부분이 저는 좀 아쉽죠. … 저희같은 파견직 분들에 대한 스탠스가… 갑자기 들어왔으면 이분들도 힘들 거잖아요. 그걸 생각하고 물어봐 주고 그런 게 아니라 어떻게 관리해야 하지? 이런 관리적인 측면으로 생각하는 게 느껴져요.” (연구참여자 2)

“오히려 좀 답답했어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이번 상황은 제가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뭔가가 하나도 없잖아요.” (연구참여자 3)

“불안하죠, 막연한 불안감은 있는데, 어떻게 말을 해야 하지….” (연구참여자 5)

“사업을 못 하는 것보다는 불확실성에 대한 스트레스나 화가 훨씬 커요. 모든 사람이 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겠죠.” (연구참여자 2)

한편,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들은 사태의 장기화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심리적/업무적으로 다양한 노력을 행하고 있었다. 먼저 개인적 측면에서는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자신을 통제하려는 모습이 관찰되었다(참여자 3, 4, 7). 사업수행 측면에서도 사업 내에서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한편, 팀을 재정비하는 등의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구체적인 일을 찾고 활용방안을 찾는 긍정적인 적응 노력이었다(참여자 2, 5).

“예전에 다른 사업을 할 때는 뭔가 (계약이) 연장이 안 되고 기관이 나를 복잡하게 하면 ‘아 몰라 나를 원하지 않으면 다른 프로젝트로 갈래’하고 죄책감이 없었는데, 이번 상황은 일부러 저를 힘들게 만든 게 아니잖아요, 모두 다 힘들고 어려운 걸 아는데 ‘못 견디겠어 나갈게요’ 이렇게 하는 게 책임회피 같다는 생각이 더 드는 것 같아요. 이번 상황은 더더욱.” (연구참여자 3)

“그럼 이제 어쨌든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걸 찾아보자 해서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고 있어요, 요즘 들어서야. … 한국에 들어왔으니까 한국에서의 네트워크나 반기보고, 지속사업 제안, 내부설득 같은 걸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2)

“아무래도 에너지가 많이 남다 보니까 내부적으로도 팀을 재정비하고 조직하는 기회로 활용이 된 것 같아요. … 지금 굉장히 불가항력적인 요소로 인해서 저희의 모든 기반이 흔들리 수 있겠구나 하는 경각심이 들어서 국내에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연구참여자 5)

또한,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들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자신의 프로젝트와 커리어, 개발협력업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진술했다. 코로나19가 커리어에 대한 고민의 심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기보다는, 임시적 상황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직업적 안정성에 대한 고민과 걱정을 심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참여자 1, 2, 3, 4, 6, 7, 8, 9). 또한, 향후 업계의 변화와 코로나19와 같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개인 역량 개발에 대해 고민하는 동시에, 현 상황에 적응하고 긍정적인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가 커리어에는 크게 상관없을 것 같고 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시간인 것 같아요. 업무도 그렇고 삶의 방향도 그렇고 어쨌든 강제적으로 스탑을 하게 된 거잖아요. 제 사업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하고 더 나아가서는 이 사업이 필요했나? 혹은 어떻게 더 필요하게 만들까? 라는 생각이 들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내가 왜 이 일을 하지? 내가 왜 국제개발 일을 하고 있지? 원래는 이것 때문에 내가 일을 하려고 했는데 지금도 그런가? 뭔가 시간이 많아지니까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2)

“업계가 안정적이진 않잖아요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하게 되고, 그렇게 안정적인 업무환경이 많이 부족한? 많이 없기도 하고… 그거에 대한 불안은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코로나로 인해서 상황이 바뀌고 시간도 많아지고 하니까 이런 생각도 더 하는 거 같기도 하고요.” (연구참여자 3)

“(예전에) 일자리를 찾으면서 안정적인 건 없구나 하고 많이 느꼈거든요? 그걸 코로나로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달까.” (연구참여자 7)

“저는 되게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사람이라, 나에 대해서, 혹은 나의 커리어에 대해서 심도 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인 것 같아요.” (연구참여자 4)

“원래 고민이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더해진 것 같아요. 이쪽 업계가 안정적이진 않잖아요. 보통은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하게 되고 안정적인 업무환경이 없다 보니, 이런 부분에 대한 불안은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 지금 상황이 저의 커리어에 크게 부정적일 것 같지 않아요. 오히려 변화되는 상황에 맞춰서 살아나가고 있으니까. 그중의 하나가 코로나가 아니었나 싶어서.” (연구참여자 8)

Ⅳ. 논의

본 연구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불가피하게 귀국한 현장파견인력들의 귀국 과정과 국내에서의 업무와 삶의 적응 경험을 탐색했으며,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몇 가지 중요한 논의를 도출하고자 한다.

첫째, 이번 연구의 결과 연구참여자의 급작스러운 귀국 결정과 귀국 이후 임시적인 업무환경 수용에 가장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은 해당 인력과 정부 및 소속기관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련 기관 및 조직 내 담당자가 해당 인력이 처한 상황을 얼마나 이해하고 배려한다고 인식하는지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은 현 상황에 대한 수용 정도와 만족도의 차이가 나타났다.

이러한 배려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귀국결정 시점과 귀국 후 업무 과정 전반에 걸쳐 나타났다. 우선 귀국결정 시점에서 파견인력이 결정의 주체로서 귀국을 논의하고, 정부와 소속기관으로부터 안전보장 및 심리적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대응과 정보제공을 받은 경험이 있는 다수의 파견인력은 다소간의 아쉬움이 있더라도 해당 시점 정부와 소속기관의 대처와 결정은 최선의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복귀지연에 따르는 국내 근무의 장기화 상황에서도 배려와 커뮤니케이션은 강조되었다. 연구참여자들은 귀국한 파견인력의 특수적 상황이 고려되지 않는 제도와 방침, 이들의 국내 적응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대부분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이러한 상황을 이해받지 못하는 답답함 등을 통해 소속기관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러한 심리적 불편감은 국내업무 적응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는 긴급한 위기 상황에서 조직과 인력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일상적인 사업 및 조직 운영에서도 늘 중요하게 언급되는 요인이지만,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불확실성이 높고 급작스럽게 발생한 위기 상황에서 특히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위기대응에 있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이 있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이번 연구의 참여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에서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이 없다는 사실 자체를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다. 다만, 파견인력과 현장의 의견이 고려되지 않거나, 인력의 입장과 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때 구체적인 지침의 부재가 더 문제시 되었다.

정리하면 본 연구를 통해 도출된 위기대응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점은 분명한 대응 방향의 제시, 그리고 이해와 공감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상호적 해결책 도출이었다. 분명한 대응 방향의 제시를 통해 대부분의 파견인력은 ‘안전 최우선’이라는 방향과 방침을 공감하고, 귀국을 긍정적으로 수용하였고, 모두를 만족하는 결과가 아니었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상황을 수용하고 대처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코로나19로 인한 파견인력의 급작스러운 귀국과 예기치 못한 복귀지연의 장기화는 개발협력 파견인력의 고용 불안정성의 문제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본 연구에서 대상으로 한 10명의 연구참여자 중 1명(연구참여자 5)을 제외하고 모두 계약직 인력이었으며, 대부분 고용 및 커리어의 불확실성에 따르는 불안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들의 코로나19에 따른 귀국과 국내 근무의 장기화로 인한 고용과 커리어에 대한 부정적 상황은 크게 세 가지 문제와 연관되어 나타났다. 먼저 특수한 상황 발생에 따라 근무조건이나 급여 등 계약조건의 조정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계약 내용의 명시적인 조정 없이 암묵적 혹은 구두 합의에 따라 유지되고 있었으며, 그 결과 복귀지연이 장기화될수록 파견인력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사례가 많았다. 해외파견인력의 경우, 인건비 이외에 해외 현지에서의 체재비를 별도로 지급받는 것이 일반적이나, 국내 근무 시에는 체재비를 별도 지급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귀국한 파견인력들은 갑작스럽고 비자발적인 임시적 국내 생활의 비용을 본인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젝트 지연 및 현장 복귀 예측의 어려움은 인력의 재계약 여부와 계약 기간의 고용 보장 불확실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졌다. 다수의 연구참여자들이 현 상황에서 불합리한 점을 논의하고 조정할 수 있다기보다는 분명한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험을 하였으며, 이러한 해결되지 않은 불확실성이 불안을 가중시켰다. 한편, 프로젝트 계약 기간에 맞춰 세워놓았던 개인적인 계획의 목표 달성이 어렵고, 현장 복귀 시점을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연구 결과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코로나19로 인한 귀국 결정 시 계약 및 경제적 문제가 주요한 고려사항이었음을 상기한다면 이번 기회에 현장파견인력의 불가피한 국내업무에 대한 계약조건 및 협의 사항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개발협력계 내에서 더 건강한 고용구조와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의 경험은 팬데믹 이후를 대비하여 개발협력계가 어떤 준비를 해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를 남겼다. 본 연구의 참여자들이 언급한 업계의 주요 변화 전망과 그에 대한 대응 과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향후 국가 간 혹은 사업 국가 내 이동 제한 가능성 증가에 따른 현장 접근의 어려움, 비대면 활용 인프라 구축 미비나 사업의 질 저하 등이 우려되는 바, 앞으로 사업 진행에 있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사업수행에 있어 현지의 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과 제도개선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사태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원격으로 사업관리를 수행하는 경험을 통해 향후 유사한 상황 발생 시에도 원격-비대면으로도 충분히 개발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현지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확인하였다. 특히 파견인력들이 한국으로 귀국한 상황에서도 원활한 원격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업을 무리 없이 진행되는 사례의 대부분은 국내-현지 파트너 간의 두터운 신뢰와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는 사례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셋째,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상황에 대비한 위기관리 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하다. 상황에 따른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현장 사업의 무조건적 중지나 지연, 파견인력의 대거 귀국 등의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고, 현장의 상황에 맞게 사업을 효과적으로 진행하는 방안과 대비책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개발협력사업에서 현장파견인력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에도 불구하고, 현장파견인력의 일과 삶, 직업적 인식에 관한 연구는 한국의 개발협력계 내에서 검토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코로나19라는 전무후무한 사건과 함께 개인과 제도적 맥락에서 이들의 귀국 과정과 국내에서의 적응을 기록하였다는 것에 분명한 의의가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제한점 또한 존재한다. 본 연구는 현장파견인력 중 소수만 연구대상자로 선정하여 진행하였으며, 대부분이 KOICA 프로젝트의 파견인력으로 다양한 형태의 파견인력을 다루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파견인력의 프로젝트 내 포지션, 업계 경력, 계약조건 등에 따라 현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질 수 있는데, 그와 관련한 연관성을 제시하지 못한 한계점이 있다.

개발협력사업 내 개도국 현장에 파견되어 현지 사람들과 관계를 쌓고 직접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파견인력은 사업의 성공과도 큰 연관이 있을 정도로 매우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지만, 이들의 중요성이 간과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앞으로도 현장파견인력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하여 더 좋은 개발협력생태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Footnotes

1) 세계적 전염병 대유행, 국지적 유행병이 세계적으로 두 장소 이상에서 동시에 나타나면 ‘팬데믹(Pandemic)’으로 정의한다.

2) KOICA 봉사단, KOICA 자문단, KMCO, 영프로페셔널(YP) 등.

3) 개발협력분야에서 프로젝트를 개발사업 중 하나로 간주하고 있으므로 본 연구에서는 프로젝트와 개발사업을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본 고에서 프로젝트(개발사업)는 국별협력사업, 시민사회협력사업, 혁신적개발협력사업, 국제질병퇴치기금사업 등을 지칭한다.

4) “코로나19 고충처리지원”, http://www.koica.go.kr/koica_kr/7909/subview.do (접속일: 2020.09.01.).

5) 2020년 7월 30일 기준.

6) “‘다시 돌아가겠다’ 코로나19에 코이카 해외봉사단 귀국”, <KTV>, 2020.06.16. http://www.ktv.go.kr/content/view?content_id=602482&unit=278 (접속일: 2020.09.29.).

7) 해외파견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인 계약직 인력 중 제도의 특성상 본격적인 직업의 형태가 아닌 방식의 영프로페셔널(YP)이나 봉사단원은 연구대상에서 제외하였다.

8) 이론적 표본 추출, 자료 수집과 분석의 동시 수행 및 지속적 비교, 이해의 포화, 하위범주에서 상위범주로의 범주화 등이다(Corbin & Strauss, 1998).

9) 국내·외 연구에서 활용하고 있는 근거이론의 대부분은 Corbin과 Strauss(1988)의 분석틀에 기초하고 있는데(김지은, 2019: 506; 최귀순, 2005: 88) 이는 연구자에게 비교적 분명하고 구체적인 분석방법을 제공하지만 뚜렷한 중심현상을 중심으로 그 현상의 발생원인과 맥락, 결과 등의 인과적 과정을 밝히는 데만 중점을 두고 있다는 비판 역시 존재한다(안혜정 외, 2017: 253).

10) 직접계약: KOICA 등 정부 및 준정부기관과 직접 고용계약.

간접계약: 민간기관(NGO, 대학, 개발컨설팅사 등)이 수주한 KOICA 프로젝트 사업에 참여하되, 민간기관 소속으로 고용 및 용역계약.

11) 연구참여자 정보의 익명성을 위하여 진술문 중 연구참여자를 특정할 수 있는 단어는 가공을 거쳤다(특정 국가명 → 파견국, 주변국).

12) 국별협력사업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연구참여자들의 경우 실제 투입일수에 따라 1일 인건비와 국외체재비를 지급받고 있었으며, 이를 통틀어 급여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국내 복귀 시 급여가 줄어든다고 생각했다.

13) WHO에서는 2020년 3월 11일 팬데믹을 공식 선언하였으며, 당시 전 세계 114개국에서 11만 8,000여 건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되었다.

14) 국별협력사업의 경우, 대개의 경우에 실제 투입일수에 따라 1일 인건비와 체재비(국외투입 시)를 따로 책정하여 지급하게 되어 있다.

참고문헌

1.

김준엽. (2017).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한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방안: 청년일자리 창출을 중심으로. 세종: 기획조정실.

2.

구영은, 최경화, 손성경. (2016). WFK 중장기 전략 수립을 위한 수원국 중심의 해외봉사단 성과 요소 분석. 국제개발협력, 11(3), 109-144.

3.

김복희. (2019). JICA 해외협력대 사업 50년의 성과와 교훈: 사람중심 개발과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제언. 국제개발협력, 14(1), 1-35.

4.

김성인. (2018). 국제개발협력 인력 양성 및 활용의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입법과 정책, 10(3), 155-178.

5.

김은주, 이도석. (2019). ODA 생태계 구축을 통한 고용창출방안 연구, 기본연구과제, 2019, 1-382.

6.

김종진. (2020). 코로나19 노동 생활 세계 영향과 포스트 코로나 과제 모색. The HRD Review, 23(3), 120-143.

7.

김지은. (2019). Strauss와 Corbin 근거이론의 변화. 한국간호과학회지, 49(5), 505-514.

8.

김철희. (2011). 국제개발협력 인력양성 체계구축 방안. 서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9.

김철희. (2018). 국내외 개발협력 인재 양성 및 개발협력 생태계 육성 방안 논의 현황. 국제개발협력, 13(3): 3-26.

10.

박환보, 우한솔, 김은파. (2016). 교육개발협력 사업에 참여한 교사의 경험에 관한 탐색적 연구. 한국교원교육연구, 33(2), 287-311.

11.

안혜정, 안정민, 서예지, 정태연. (2017). 한국 청년세대의 체제정당화: 의미 불일치 경험과 그 심리적 결과를 중심으로.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31(4), 247-275.

12.

양수경. (2018). 개발협력 인재 양성과 ODA 생태계 육성 방향: NGOs, 국제개발협력, 13(3), 27-44.

13.

오단이. (2014). 국제자원활동 동기 및 현지적응과정에 관한 탐색적 사례연구: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에서 파견한 캄보디아 L단체 단원을 중심으로. 한국사회복지행정학, 16(3), 373-399.

14.

오민영, 백소라. (2019). 떠난 이들에게 듣다: 한국 개발NGO 활동가의 활동 중단 경험 연구. 서울: 서울시 NPO 지원센터.

15.

은민수. (2020). 코로나 이후 ‘실질적 실업부조’의 도입 필요성과 방향. 월간 복지동향, 259, 43-49.

16.

이동성, 김영천. (2012). 질적 연구방법으로서 근거이론의 철학적 배경과 방법론적 특성에 대한 고찰. 한국열린교육학회지, 20(2), 1-26.

17.

이동훈, 김지윤, 강현숙. (2016). 메르스(MERS) 감염에 대해 일반대중이 경험한 두려움과 정서적 디스트레스에 관한 탐색적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일반, 35(2), 355-383.

18.

이정욱. (2017). [정책해설] 국제개발협력분야의 청년 인재 양성 사업, The HRD Review, 20(2), 72-77.

19.

장지순. (2018). 개발협력 인재 양성과 ODA 생태계 육성 방향: 학계. 국제개발협력, 13(3), 45-71.

20.

전승훈. (2012). 국제개발협력 전문가 자격제도 도입방안 연구. 성남: 한국국제협력단.

21.

정진호, 강창희, 이태희. (2016). ODA 분야 고용영향 자체평가 개선방안 연구. 세종: 한국노동연구원.

22.

주성수, 조영호, 이란희, 김이경. (2016). 해외봉사단 효과성 증진을 위한 봉사단 분야별, 직종별 추진전략. 성남: 한국국제협력단.

23.

최귀순. (2005). Strauss와 Glaser의 근거이론방법론 비교. 정신간호학회지, 14(1), 82-90.

24.

최민경. (2008). 국제개발협력 전문인력 육성 및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 성남: 한국국제협력단.

25.

황혜신, 김철회, 장한샘, 윤태웅, 김선형, 최시인, 남보라. (2015). 국제개발협력 관련 전문가 양성 및 활용 제고방안. 서울: 한국행정연구원.

26.

홍문숙, 김헌, 이순열, 이선주, 남종민, 이희철, 추빛나. (2016). 월드프렌즈사업 성과관리 지표개발. 성남: 한국국제협력단.

27.

Spurk, D., & Straub, C. (2020). Flexible employment relationships and careers in times of the COVID-19 pandemic. Journal of Vocational Behavior, 119, 103435.

28.

Corbin, J., & Strauss, A. L. (1998). Basics of qualitative research: Techniques and procedures for developing grounded theory (2nd ed.). Los Angeles, CA: Sage Publications.